모든 사람이 경제 때문에 울고 웃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면서도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해주는 틸인 경제학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이유로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의 저자인 마이클 굿윈은 사람들이 가진 경제에 대한 의문들, '나는 왜 우리 부모만큼 잘살 수 없는 걸까?', '내년에도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 '우리 애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와 같은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들려주는 책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책을 쓰게 되었다. '답답하면 니들이 책을 쓰든지'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어렵기만 하게 책을 써온 학자와 지식인들에 대한 대답의 의미도 있겠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경제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해답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경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 - 자본주의 탄생에서 세계금융위기까지 경제는 어떻게 작동해 왔는가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마이클 굿윈 (다른,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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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에 '만화로 보는'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에 말랑말랑하고 쉽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책의 주목적이 재미가 아닌 정보전달이기 때문에 만화치고는 글도 많은 편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를 떠올리면 비슷하려나. 하지만 글만 있는 것보다는 그림이 있는 편이 더 쉽게 집중할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만화이기 때문에 그림도 중요한데 일본이나 우리나라 만화책에서 주로 보이는 그림체보다는 서양 만화의 그림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사람이 그린거니 당연한거기도 하지만..) 표지의 그림이 전형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책의 구성은 기본적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다. 아담 스미스 이전부터 오늘날까지를 시대에 따라, 중요한 경제적 사조에 따라 챕터가 나뉘는데 중간중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거나 뛰어넘기도 한다. 이 책은 경제학을 시대에 따라 가르치는 것보다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빈번하게 직접 등장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나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비교적 알기 쉽게 썼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비단 내용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용어들에 대한 주석이 잘 달려있기도 하고 인덱스와 참고 문헌도 잘 정리되어 있어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나오거나 다시 찾아볼 내용이 있거나 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이다. 단점도 없지는 않은데 그 중 하나는 미국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일 것이다. 이 부분은 저자도 본인이 미국인이고 미국의 경제제도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어차피 미국이 전 세계의 경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 중 하나라는 점에서 미국의 경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국 경제에 집중한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를 떠올리게 되었는데, 둘 다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해 파헤치고 (다른 책들에 비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경제적 현실이 어려운 시기에 쓰여졌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를 거치면서 쓰여져 대공황 이후 세계가 어떻게 될지 의문을 던지며 책이 마무리 되었다. 이 책은 금융위기와 이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해결책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하며 끝난다. 

저자가 언급한 해결책에 대한 내용 중 한 부분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핵심은 민주주의입니다. 모두가 계획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소수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는 잘 작동되고 있을 때에도 심각한 결함들이 나타났다. (...) 이 결함들을 고치려면 경제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어떤 일자리를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건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다. (...)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법을 통한 해결만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지금 여기에 와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말한 해결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현재의 경제상황 -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대기업이라든지 선진국과 WTO 등에 의해 행해지는 폭력적인 형태의 세계화, 환경오염과 같은 - 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원하는 정치인들에게 비판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종북 취급을 받겠지만 사실 그는 미국의 민주당 입장에서 조금 더 진보적인 수준으로 보이는 정도다. 사실 둘 모두에 대해 비판적인 것일지도. 그러니 정치적인 색안경을 끼고 이 책을 보거나 안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경제학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거나 쉽게 정리하고 싶다면 강추.  


참고 
자본주의역사바로알기 상세보기

 
by 청춘한삼 2013. 12. 3. 18:3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에 출판되는 경제학 관련 책에는 크게 두가지 분류가 있었다. 하나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의 분석,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의 경제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후자는 대개 경제학(혹은 주류 경제학)의 '경제적 인간(Homo-economicus)' 가정을 비판하며 행동경제학을 소개하거나 행동경제학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하는 편이다. 

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 -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군터 뒤크 (비즈니스맵,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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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이란 긴 제목을 가진 책은 제목만 보고도 대강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다. 거기에 'Farewell to Homo-economicus'라는 원제를 보면 더 상세하게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사람들은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호황일 때와 불황일 때의 심리, 생각이 달라진다. 경제 상황에 따라 현실에서 구현되는 경제의 내용이 달라지고 이를 설명하는 학문인 경제학 또한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을 본문에서는 여러번, 여러 방식으로 설명하는데 간단히 한 문장으로 말하면,

호황은 긍정을, 불황은 스트레스를 만든다.


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긴 설명 중 하나는 아래와 같다.  

이처럼 경제는 시대의 원초적 본능과 함께 파드되를 춘다. 호황기에는 지킬 박사가 왈츠를 추고, 불황기에는 하이드가 분노의 춤을 춘다. 호황기에는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가 지배하고, 불황기에는 자본가와 프레카리아트 및 프롤레타리아가 생존을 두고 투쟁한다. 이러한 인간 본성의 변화를 경제학 이론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시기에 따라, 사람에 따라 항상 상반되는 이론에 빠져든다. 그들은 역사와 심리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경제 이론을 매번 새로운 것으로 인식한다. 


위 본문에서 말하는 시대에 따른 인간 본성을 책에서는 '국면적 본능'이라 부른다. 인간은 스트레스 상태(불황기)에서는 인간의 탈을 쓴 기게, 혹은 서로 이익만을 취하려는 동물이 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희망이 있다면(호황기) 신뢰와 의미가 가득한 환경에 있는 인간이 된다. 이처럼 경기에 따라 인간의 인간관 또한 경기 상황에 따라 변한다.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기업의 인간적 측면'이란 책에서 인간 본성에 대해 X이론과 Y이론을 제시한다. X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일하기를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는 노동자를 선도하고 이끌어야 하며 무엇을 해야할지, 정확한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지정해 주어야 한다. Y이론에서 인간은 능동적이고 의미를 추구하는 행동에서 삶의 가치를 느끼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Y이론에 따르면 경영자는 직원들이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느끼도록 작업과 목표를 조직해야 한다. 그러면 일은 경영자가 닥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굴러갈 것이다. 이처럼 X이론과 Y이론은 동일한 인간을 상반된 두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책에서 말하는 국면적 본능과 두 이론은 조건에 따라 합치된다. 그 조건은 경제 상황이다. 호황기의 사람들은 Y이론, 불황기의 사람들은 X이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불황기에 사람들은 서로 이익만을 취하려는 동물이 된다. 저자는 이런 시기의 사회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낙오하는 사람은 저성과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남들이 그렇게 낙인찍도록 하는 것도 자기 잘못이다!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도 자기 잘못이다! 모두 높은 압력을 받고 있기에 실패한 자는 어떤 배려도 없이 그냥 살벌한 길 위에 나앉도록 놓아둘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동체가 죽어버린다. 교회는 비어간다. 자원봉사로 유지되는 사회단체들도 해체된다. 각자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국가의 구성원이 점점 줄어드는데도 아이를 낳고 기를 시간은 없다. 


굳이 책에서 불황기의 사회 묘사를 읽어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미 불황기의 혹독함과 어려움을 체험하고 있다. 불황기의 어려움을 줄이고, 불황기를 최대한 불러들이지 않기 위해서 경제학은 '어떻게 하면 경제를 합리적인 선상에서 유지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호황기 때의 현명함과 절제'이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고 책에서도 설명하듯이 호황기에는 본능과 탐욕, 흥분이, 불황기에는 생존투쟁이 지배한다. 시기를 막론하고 '국면적 본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국면적 본능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렵다. 표지에 나온 사자는 호황기에는 절제없는 사냥을 하고 초식 동물 수가 너무 줄어들면 급격한 불황을 맞는다. 후버 전 대통령이 말한, 자본주의가 낳은 너무나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자 뿐만 아니라 이스터 섬에 살던 원주민들까지도 호황기의 탐욕은 억제하지 못해왔다. 당장 거울을 보고, 주변을 둘러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호황과 불황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역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절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명한 사람들도 존재했다. 표지에 사자 반대편에 있는 인디언이 그 주인공이다. 인디언은 "아주, 아주 많은 들소가 있다고 해도 평소에 먹던 만큼만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디언 외에도 이누이트나 조에족 같이 여러 집단들이 탐욕 대신 인디언과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선지자들이 존재해왔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보자. 

중요한 것은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이다. 우리는 (적어도 절차적)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사회를 원한다면 이성적인 정당과 이성적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위해 좋은 시기에 저축하고 절제하자..라고 말하는 지도자가 과연 선출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행동경제학에서 한발 더 나간 대안경제학을 원한다면 추천. 
(본문에서는 제외했지만) 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나타나는지 알기 쉬운 설명을 원한다면 강추. 
경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인간 심리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 


덧. 마지막 문단 때문에 정치적인 시선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는 그런 느낌 별로 없음. 

<본 리뷰는 그여자 Gene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by 청춘한삼 2012. 12. 9. 21:01
내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물론 이전 시대의 유명한 경제학자들 중 노벨상을 받았지만 내가 수상 사실을 모르는 학자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는 현 시대(2008년)에 노벨상을 받았고, 노벨상을 받은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계 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활동에도 여전히 활발히 나서고 있다. 메시나 호날두가 경기장 안에서만 공을 차는게 아니라 조기 축구회에도 나가고 동네 축구팀에서도 뛰는 느낌이랄까(좀 다르긴 하지만)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라는 긴 제목의 책은 크루그먼이 노벨상을 받기 한참 전, 1990년대 중반(1995년~1997년) 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책 속의 글들이 적힌 것은 15년 정도, 우리나라에 나온지는 10년이 된 책인데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님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총 세권의 추천 책 중 굳이 이 책만 읽어본 이유는 저자가 유명해서..라기보다는 학교 도서관에 이 책밖에 없어서..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폴 크루그먼 (부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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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적었듯이 책의 내용이 1990년대 중반 정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파악하거나 기억해내는데 부가적인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으니 사실 거의 대부분을 파악해야 했고(내가 밥 돌이 누군지 어찌알았겠나), 나중에 어렴풋이 들었던 사건들(예를 들면 소로스의 영국 경제 거덜내기같은)도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찾아봐야 했다. 

책에서 크루그먼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잘못된(그의 표현에 따르면 어설픈) 이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을 격하게 비판한다. 잘 모르면 같은 좌파(미국에선)로 묶일 수도 있을 로버트 라이시도 기업의 다운사이징에 대한 견해에서 통계와 분석보다는 뒷이야기와 구호에 의존한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시절을 생각하면 좀 갸우뚱하게 된다) 하지만 우파인 공급중시론자들에 대해서는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선사한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를 통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이 증가하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조세수입은 오히려 증가하는 선순환이 없다는 사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여전히 상당수의 사람들은 공급중시론(감세론)을 지지하고 있다만. 

좌우의 어설픈 이론가들을 비판하는 것과 더불어 세계화와 성장에 대한 그의 생각도 책에 실려있다. 간혹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그의 설명을 듣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건 어쩔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가난한 3세계의 사람들이 나쁜 환경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착취당하고 있긴 하지만 아예 그런 일자리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그의 견해를 들 수 있다. 처음 이 의견을 보았을 때는 예전에 경제학원론에서 봤던 최저임금제 논쟁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일을 아예 못하는 것보다는 수당과 노동환경이 충분치 않더라도 하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정말일까.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할 정도의 보상만 받고 노동을 하도록 지켜보아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크루그먼의 생각은 '그렇다'이다. (물론 최저임금제에 대한 내용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 값싼 노동력만이 가난한 노동자들이 가진 경쟁력이기 때문에 이 경쟁력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대안이 없는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전에 개인적으로 그런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과연 그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아니오'이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크루그먼이 이 책을 쓰던 시기)과 달리 사람들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값싼 노동력만을 가진 3세계 노동자들에게 조금 더 많은 보상을 주려는 노력들이 행해지고 있고, 팍스콘과 같은 곳의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보여진다. 스타벅스나 애플 같은 글로벌 대기업에서는 아직 소극적이지만 점점 사람들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더 많은 3세계 노동자들이 조금 더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크루그먼은 여전히 아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 같고 그게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어 보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제3세계의 노동자들에 대해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근로 조건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들 나라 인구의 대다수를 이루는 농민들, 일용 노동자들, 폐품 수집자들 등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일본의 경제나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를 다룬 글도 있고, 좀 더 가벼운 글들도 등장한다. 어떤 에세이에서나 크루그먼의 견해가 잘 드러나고 있는데 크루그먼답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내용만 있고 본인의 견해는 빠져있는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는 반대 느낌이다. 어떤게 더 좋다,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경제학에서는 자신의 주장 및 입장이 뚜렷한 글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크루그먼이 90년대 중반 현실 경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경제학자는 어떤 논리를 따라 자신의 입장을 결정, 정리하는가 궁금하다면 추천. 
기업의 다운사이징과 공급중시론(감세론)에 대한 크루그먼의 견해가 궁금하다면 추천. 
경제학에 대한 지식 및 관심이 전혀 없다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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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2. 7. 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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