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아침에 눈을 뜨면 어머니께서 아침을 준비하시며 켜놓은 라디오에서는 항상 '손석희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프로를 들으시며 아침을 준비하신다. '시선집중'에 고정출연하던 시사평론가로는 김종배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는 스캔들로 본인의 이름이 뉴스에 나오곤 하더니 '시선집중'에서 하차했다..고 한다. 평소 챙겨듣진 않았기에 완전히 물러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씩 토론에서 패널로 나오거나 하기는 하는데 뉴스브리핑은 다른 기자나 평론가들이 하는듯 하다. 지금 그는 '오마이뉴스'에서 '이털남'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선 때는 나름 후보들간의 공약 검토도 하곤 했었지만 지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일 하나의 이슈를 '털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흔히 보수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잘 출현하지 않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들이 나오면 정말 털릴만한 이슈를 자주 다루기 때문에 그들로서도 출연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런 그가 작년 책을 냈다. 두권을 냈었는데 하나는 유권자들을 분석한 책인 것 같았는데 내 관심을 끌진 않았고, 둘 중 먼저 나온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는 내 관심을 끌었다. 아마도 이털남 김종배가 쓴 언론 사용설명서다보니 어느 정도 믿음이 갔고, 제목이 섹시하게 뽑혔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거다. 

누가거짓말을하고있는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김종배 (쌤앤파커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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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해보면 '언론, 미디어'에 의해 받아들여진 생각들이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촘스키럼 생각하는 법(이하 '생각하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었는데 우리나라 대중들은 너무나 쉽게 언론, 미디어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따라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일이 있기는 했었는데 저자도 책의 서문에서 우리나라에서 파시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을 소개하며 대중들의 쏠림 현상과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대한민국에서 쏠림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특정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이 한쪽으로 급속히 쏠리고, 나아가 주류 여론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에게 떼로 몰려들어 매타작을 가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는 쏠림 현상,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지표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 생활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 사람들의 비율이 전체의 38%로 OECD 회원국 평균 22%보다 훨씬 높았고, 고도의 문서 해독 능력을 지닌 사람은 2.4%에 불과해 20% 대의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캐나다 등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의 문서 독해 능력을 비교하는 점수 역시 조사 대상인 22개국 중 꼴찌였다는 지표도 있다. 
문맹률은 최저 수준이지만 실질문맹률은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위대한 발명품인 한글 덕분에 '글자'를 읽는 능력은 최고를 자랑하지만 '글'을 읽는 능력은 꼴찌라는 것이다. 쏠림 현상이 극심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이성적, 비판적 사고의 부족이다. 

아무래도 이성적, 비판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언론,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정보들을 제대로 취합하거나 비판적으로 검증, 검토하지 못하고 일단 덮어놓고 모든 것을 믿다보니 개별 사건에 따라 여론이 이리저리 쏠려다니게 되는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진영 논리까지 더해져 서로 상대편이라 생각하는 언론, 미디어의 기사, 보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눈과 귀를 막곤 한다.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진영논리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취하게 되어 점점 더 이성적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기 위해 김종배가 책을 냈겠지만 이 책도 역시 진영논리에 의해 그를 반대편, 혹은 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읽히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뉴스 내부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방법, 뉴스 외부에서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논리적인 글쓰는 방법이다. 

첫번째인 뉴스 제대로 읽기에서는 이전 포스팅인 '생각하는 법'에서 다룬 여러 오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치 중립적이지 않은 언어 사용을 포함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기사에 숨어있는 오류들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생각하는 법'보다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숫자, 통계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 우리가 접했던 기사들(을 조금 변형시킨)의 예시들을 통해 설명하는 바가 훨씬 더 생생하고 쉽게 와닿는 장점이 있다. 

두번째 단락인 뉴스를 비판적으로 보기 위해 기사 내부에 포함된 오류가 아니라 사건 자체와 이를 보도하는 뉴스 간의 간의 간격, 즉 텍스트 외부의 요인을 살펴볼 것을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뉴스를 단발적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관련되는 여러 뉴스를 시간에 따라 추적하며 취합하여 사건의 기승전결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언론사, 미디어에서 각 뉴스에 가진 정치적 입장도 고려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모든 뉴스가 각 사건의 기승전결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지는 않으므로 각각의 뉴스들에서 fact를 제대로 발라내고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뉴스들을 모으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성적, 비판적 사고 유무 이전에 생활인들이 모든 사건을 그렇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고, 그런 생활인들을 위해 언론, 미디어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어야 하는데 그들 또한 그들 나름의 노림수를 가지고 뉴스 소비자인 생활인들을 속이려 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생활인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이 '알고보니', '충격', '경악' 할만하다. 그래서 그 많은 뉴스들이 알고보니 충격이고 경악했나보다. 

마지막 단락인 글쓰기 방법은 두고두고 읽으며 참고하고 새겨들을만 하다. 저자가 시행한 글쓰기 강좌의 참가자들이 썼던 글들을 토대로 해당 글의 문제점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예시들이 전문가들의 글만큼 세련되거나 탄성을 자아내지는 않고 좀 더 인간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논리적인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말하고자, 혹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정한다면 글의 전제나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고 남은 것은 전제와 결론 사이를 적절한 소주장과 그에 맞는 문장들로 채우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소주제와 문장을 알맞게 배치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기는 하다만. 

전체적으로 이 책은 언론, 미디어 사용설명서이자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 글쓰기 교본이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민주 시민들의 '주권 사용법'이자 정부와 언론의 '월권 방지법'이다. '생각하는 법' 또한 언론, 미디어 사용설명서이긴 하지만 이 책은 문제 인식에서부터 내용 중 예문뿐만 아니라 언론, 미디어에 대한 관점, 비판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저자에 대해 한쪽 진영에서 비교적 배타적 입장을, 다른 진영에서는 우호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책에서 언론, 미디어에 대해 진영 논리에 따른 무조건적인 감싸기나 때리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런 면에서는 진영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숨어있는 보석같은 책이랄까. 

추천 여부는 지난번 포스팅인 '생각하는 법'과 거의 같다. 
귀가 얇은 사람에게 추천. 
(어떤 언론이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사람에게 추천. 
비판적 시각을 가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데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비슷한 카테고리에 들어갈만한 책으로는 아래와 같은 책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참고하시라. 
신문읽기의 혁명(개정판)
카테고리 정치/사회 > 언론/신문/방송
지은이 손석춘 (개마고원,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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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건 구판이었는데 개정판이 있었다.


<본 리뷰는 그여자 Gene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by 청춘한삼 2013. 2. 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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