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책 시장에선 고전 번역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 낸 것인지,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전 읽기도 차츰 퍼져나가는 분위기이다. 모든 고전들을 원전이나 완역본을 통해 접한다면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영화 개봉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레미제라블 완역본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영화에서 나온 스토리나 어릴 때 알고 있던 장발장과는 텍스트의 양이나 깊이가 전혀 다르다. 레미제라블만이 아니라 안나 까레리나나 죄와벌 같은 책들, 심지어 걸리버 여행기와 같이 가벼워보이는 책들도 전체 이야기는 전혀 어린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설들도 그런데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제목부터 풀풀 풍기는 고전들, 예를 들면 국부론, 자본론, 종의 기원, 꿈의 해석, 꾸란, 이런 것들은 더더욱 읽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은 좋은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원전이나 완역본에 비해 해설이 달린 책들은 역자나 기획자, 지은이들이 말하고자하는 바에 이끌려 갈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사전 준비없이 사막을 횡단하기보다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슬람과 꾸란

저자
이주화 지음
출판사
두리미디어 | 2012-08-2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 이슬람을 올바르게 이해하다!이슬람의 경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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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에 대한 책들을 보다보니 자연히 내가 이슬람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중세 유럽과 기사,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슬람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릴 때 읽었던 역사책에서 이슬람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마호메트가 대천사 가브리엘을 만난 후로 부흥된 종교라는 정도..에 한 손에는 '코란'을, 한손에는 칼을 들고 지하드(성전)를 수행하는 전사들의 이미지. 그리고 9.11 사건 이후로 다가온 부정적 이미지와 아프간 전쟁 이후로 불쌍한 이미지..정도가 다이다.

 

이슬람에 관해 알고 싶긴 하지만 꾸란을 읽어볼 수도 없고, 제대로 알아볼만한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알게 된 것이 '청소년을 위한 이슬람과 꾸란'이다. 이전에 같은 시리즈인 국부론과 자본론을 읽어보고 만족했었기 때문에 이슬람에 대해 입문서로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이슬람교는 '알라신'을 믿고 경전으로는 '코란'을 읽는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나마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를 통해 '알라'라는 단어 자체가 '신'이라는 의미라 '알라신'이 아니라 '알라'라고 해야 하고, '코란'은 영어식 발음이고 '꾸란'이 원래 발음에 가깝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었다. 예언자 '마호메트'도 사실 '무함마드'이다.

 

'이슬람과 꾸란' 책을 통해서는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확산시키기 이전인 무지의 시대에서부터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은 이후로 이슬람교가 박해받으면서도 점차 퍼져나가게 되는 과정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슬람교의 핵심과 특징이 무엇인지, 꾸란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왜 그 내용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알라를 믿게 하였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최근에는 근본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이란이나 여타 중동 국가들을 통해 이슬람교가 시대에 맞지 않고 너무나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자는 항상 온몸을 가리고 외출해야 하고 남자 또한 정도는 덜하지만 마찬가지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나 야외 활동 또한 제한되는 등 성차별적 요소도 존재한다.

 

하지만 초기의 이슬람교는 보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무지의 시대, 에는 상당히 진보적인 가르침을 전파했다. 알라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에 노예제를 폐지를 주장했고, 남아 선호사상으로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땅에 묻어버리는 풍습이 있던 당시 사회에서 그런 행동을 금하게 했다. 또한 성장한 후에도 인간보다는 물건에 가까운 취급을 받던 여자도 평등한 인간으로 대우받도록 했으며 심지어 유산 상속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무함마드는 연설을 통해 평등과 인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바 있다.

 

오! 사람들이여, 인류는 모두가 아담과 이브의 자손으로 한 핏줄을 이어 받은 형제입니다. 아랍인이 비아랍인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또한 비아랍인이 아랍인보다 우월하지 않습니다.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흑인 또한 백인보다 우월하지 않습니다. 우열은 오직 하나님을 믿는 경외심에 있습니다. 또한 모든 무슬림은 서로가 서로에게 형제이며, 무슬림들은 모두가 하나의 움마(공동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평등을 비롯해 인권향상에 힘썼던 이슬람이었건만 시대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제는 너무나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1400년 후의 시대 변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계시를 남긴 무함마드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대가 변했음에도 이슬람의 원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본인들에 유리하게 교리를 이용하는 자들이 문제일 것이다.

 

이슬람교의 핵심은 '유일신'을 믿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상 숭배를 멀리하고, 유일신 하나님을 믿으며, 선을 행하라'는 것이 전부이다. 유일신 하나님만을 믿어야 하기 때문에 기독교나 유대교같은 타종교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슬람에서 말하는 유일신 하나님, 알라, 는 예수님을 인간 세상에 내보내고 부활시켜 주신 하나님 아버지를 말한다. 즉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는 같은 신을 섬긴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각 종교들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비종교인인 내가 볼 때는 그것이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증오할 정도인가..라는 의문에 자신있게 'YES'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이스람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관용이다. 이는 유일신에 대한 것에는 타협이 없지만, 타인을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관계없이 평등한 인간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타종교 신자에 대해서도, 유일신을 섬긴다면 마찬가지다. 천년이 넘게 서로 으르렁거리긴 했지만 각자 자신의 종교적 가르침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본다면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슬람이란 종교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힘들게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었던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독교나 불교와 같은 다른 종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종교이든 핵심 교리와 경전에 담긴 말들은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 평등, 관용..뭐라고 표현하든 그 핵심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를 믿고 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행하는 사람에 따라 선한 목적을 가진 일도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고, 나쁜 목적을 가졌더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어떤 종교를 믿든 간에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대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참된 종교인이 아닐까.

 

이슬람교, 꾸란의 가르침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추.

현재의 중동, 이슬람 세계에 대해 알고 싶다면 비추.

by 청춘한삼 2013. 3. 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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