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님이 서점에 있다고 하기에 에세이 읽고 싶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이책을 사셨더라.
역시 못말린다는.

쿡쿡누들로드PD의세계최고요리학교르코르동블뢰생존기
카테고리 요리 > 요리에세이
지은이 이욱정 (문학동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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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로드"를 들어보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이책은 "누들로드라는 유명하고 또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PD가 프로듀서의 자리를 비우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러 홀연히 떤 이야기"라고 한줄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 간단한 이야기 인가?

사실 요리는 전세계 인류가 뗄레야 뗄 수 없는 당면 과제이지 않을까? 나 스스로도 요리를 조금은, 아주 조금은 한다고 자부하는데 이책의 저자는 아예 요리의 요자도 모른다고 적혀 있다. 이런 성인 남자가 세계최고의 요리학교에서 살아 남는 생존기라니!

PD라서 그런가 책을 읽다보면 객관적이고 제3자의 입장으로 현장을 써내려간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요리 학교의 내용 뿐만아니라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들, 스타세프들, 각국에서 날아온 요리 실습생들의 모습까지도 묘사하고 있다.

사실 읽으면서 요리학교에 대한 내용이 더 자세히 나오길 바랬지만 뒤로 가면서 작가의 사심가득한 요리에 대한 생각들이 나오면서 '아 내가 에세이를 읽고 있었지'라고 다시금 인식하게 해주었다.

참, 런던의 요리학교를 보니 우리나라의 한식도 얼른 세계화가 되어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유명한 요리 학교가 되었으면.. 요즘 다른나라에서 비빔밥이 그렇게 인기라고 하던데, 다른 요리들도 널리 널리 퍼지기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 21:02
나는 요리에 무지한 편이다. 할줄 아는 요리라곤 라면 끓이는 것 밖에 없고 집에 먹을 것이 없는데 혼자 식사를 해야 하면 라면을 끓이거나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나가서 사먹는다. 얼마전까진 밥솥에서 김이 나오면 밥이 다된건줄 알았었다. 한참 더 놔둬야 한다는걸 이제는 안다만.. 20년간은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만 먹고, 이후 십년은 요리가 불가능한 기숙사에서만 살다보니 전혀 요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은 요리를 좀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곤 한다. 졸업 후 혼자 살게 되면 매일 사먹기만 하기도 그렇고, 야매토끼의 웹툰을 볼 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나도 한번 배워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식보다는 제빵이나 파스타 요리를 배워보고 싶은건 100% 내 취향 때문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우선 한식을 배워야겠지. 

나처럼 요리 스킬이 전혀 없던 한 PD가 직장을 휴직하고 멀리 영국까지 가서 500일간 요리를 배워왔다.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들어보았을 '누들로드'를 만든 이욱정 PD가 그 주인공이다. 음식 전문 PD였으니 음식에 관심이 많고 보고 들은 것이 많으니 나처럼 아무 개념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출발선이 앞서 있었을 것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읖는다고 하지 않나. 물론 그도 기술은 전혀 없었기에 한참 고생을 하기는 한다만. 

쿡쿡 / 누들로드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코르동 블뢰 생존기
카테고리 요리 > 요리에세이
지은이 이욱정 (문학동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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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유학을 떠난 브코르동 블뢰는 런던에 있는 프랑스 요리 전문학교이다. 나는 처음 들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 학교라고 한다. 저자는 이 곳에서 초급, 중급, 고급, 파티셰 과정까지를 소화하며 요리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 단순하게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습관부터 타인의 요리, 다른 문화의 음식에 감탄하는 법을 배우고 좋은 음식과 그것을 우리에게 준 자연에 감사하는 법까지 배운 저자의 경험들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과 저자의 생각들을 통해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 저자가 방송 PD이다보니 깔끔하고 재치있는 말솜씨뿐만 아니라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들이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더욱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잘 보지 않는 편이고, 그나마 요리에 관련된 책은 아주아주 어릴 때 집에서 산 전자렌지에 딸려왔던 전자렌지로 가능한 요리 예시책을 제외하면 거의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의욕이 마구 생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러 에피소드들과 저자의 생각들을 통해 느낀 것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문화적 상대주의, 다른 하나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이다. 우선 첫번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아래와 같다. 

<누들로드>를 만들면서 내가 느낀 것은 국수가 특정한 민족의 독창적인 창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국수는 '우리만의 음식'도 아니지만 '그들만의 음식'도 아니다. 국수뿐 아니라 모든 음식은 크고 작은 문명의 자장 속에서 오랜 세월을 거쳐 완성되어 왔다. 우리가 한식세계화에 대해 질문해야 할 것은 '우리 것이 저들 것보다 얼마나 더 우월한가?'가 아니라 '우리에게는 있고 저들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가?' '저들에게는 있고 우리에게 없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그렇게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와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궁극적으로 '저들에게 무엇을 배울까?'를 고민해야 한다. 


개고기나 김치 등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외국의 평가는 음식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보다는 쉽게 민족주의로 흘러 '우리 음식이 더 낫네', '저들이 틀렸네'의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와 저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무조건적인 승리 지상주의가 아니라 상대주의를 통해 객관적인 비교를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경쟁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의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것은 음식에 국한해서가 아닌 모든 것에 대해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인생에 대한 자세로는 저자가 요리유학을 결심하게 된 '인생은 물이 막 끓기 시작한 2.5ℓ 냄비다. 더 늦기 전에 내가 가진 내료를 있는 대로 집어넣고 죽이든 밥이든 리조토든 무언가를 만들어야 돼'라는 생각을 항상 떠올리면서, 동시에 '인생이라는 요리에는 모두가 따라야 할 정해진 레시피란 없으며, 오직 자기가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하겠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추천.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현재의 인생에 변화를 꿈꾸고 있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2. 11. 2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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