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더나은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어디에 살고 있든, 누구와 살고 있든, 어떻게 살고 있든 현재보다 더 나은 생활을 원하고, 최소한 후퇴한 삶을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삶의 질은 개인적인 노력이나 상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워킹 푸어라는 단어와 사람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은 삶'은 개인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사회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사회는 뭔가 잘못되어 있다.  이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더나은삶을상상하라자유시장과복지국가사이에서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토니 주트 (플래닛,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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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와 내가 앞에서 언급한 '잘못된 현재 사회'는 신자유주의 사회를 말한다. 자유시장의 효율성만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지는 우리 스스로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없었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피곤하고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현재는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가 이를 깨닫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오죽하면 미국에서까지 'Occupy Wallstreet' 운동이 시작되었겠는가. 

저자는 20세기 대공황과 두번의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왜 자유시장이 절대선이 아니고 복지나 사회민주주의가 필요로 되고 확립이 되었는지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후 시대를 거치면서 왜 사람들의 인식이 다시 변화하고 사회안전망이 서서히 해체되어 결국 신자유주의가 대세에 이르게 되는지, 역사학자다운 꼼꼼한 서술과 분석을 통해 말해준다. 

놀라운 점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의 문제를 서술하는 부분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해당 내용의 한줄 한줄이 거의 그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우리나라의 문제점과 일치한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 말은 신자유주의를 선택하고 따라갔던 나라들은 모두 신자유주의로 인해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설사 개인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성공에 도전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계층간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이 다시 커지고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역할이 과대하게 커지면서 나치나 파시즘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었지만 우리가 역사를 기억한다면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서 그런 비극을 다시 불러오지 않을 수 있다.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고,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를 바꿔나감으로서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두번의 선거를 통해 그런 삶과 사회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분노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나온지도 거의 1년, 원판이 나온지는 더 오래되었기 때문에 복지나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저자의 주장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닐 수 있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경제나 정치 전문가들 중 같은 문제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견해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국가가 탄생한 역사적인 배경에서부터 현재의 사회 문제를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정리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모두에 적었듯이 현재의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해왔는지 혹은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복지(사회민주주의)가 맞는지 궁금하거나 의심스럽다면 추천. 
복지국가(사회민주주의 국가)가 생겨난 역사적 배경을 알고 싶다면 추천. 
복지는 단지 포퓰리즘일 뿐이고 배척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추천. 



추가로,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좀 더 기초부터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추. 
사회민주주의란무엇인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잉그바 카를손 (논형,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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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회민주주의국가(복지국가)인 스웨덴의 전직 수상이 쓴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입문서 격인 책이다. 책에서 사회민주주의의 개념에 대해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도 있긴하지만 번역자에 의해 보충설명이 잘 되어 있다. 

by 청춘한삼 2012. 2. 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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