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하우스푸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리는 편이다. 과도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서 이자와 원금을 갚느라 가난해지는 사람을 말한다. 나는 그나마 하우스푸어는 집이라도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편이고, 요즘은 언론을 통해서 자주 접하지는 않지만 워킹푸어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한창 유행처럼 이 단어가 나올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로 거의 대표되고 있는듯 하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인 고성장을 경험했던 우리나라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전에는 단칸방에서 살지언정 열심히 일을 해서 내 집을 가진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그 꿈을 이루는 세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는 그야말로 인생을 비정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산층을 향한 희망이 깨지고 비정규직의 문이 활짝 열린 외환위기 시절 미국에서 워킹푸어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실험은 바버라 에런라이크라는 여성 작가가 최저임금을 받는 직종에 직접 뛰어들어 과연 최저임금으로 생활이 가능한지를 체험해보는 것으로 실행되었다.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푸어 생존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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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목표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최저임금으로 생활이 가능한가이다. 노동을 통해 번 돈을 이용해 집세를 내고 필요한만큼의 식료품을 사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세개의 도시에서 각각 한달씩 실험을 진행했다.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 도우미, 요양원 보조, 월마트 직원으로 일했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저임금 일자리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일자리를 얻더라도 하나의 일만 해서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었다. 노동환경과 생활환경이 열악한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가.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더라도 빚만 쌓여가는 것은 늘어가는 가계부채와 신용불량 통계가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답은 아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최소한 자신과 가족의 생계는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해법은 현재 시급 5000원도 안되는 최저임금을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도한 비정규직 채용을 억제하고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일을 하고 있지만 최저 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가지고 있거나 건강 등의 문제로 노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복지를 통해 재기의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최저생계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참여연대가 최저생계비만으로 생활이 가능한지에 대한 체험(실험)을 시행한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체험내용보다는 '황제와 같은 식사'와 같은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당시 1일 식료품비가 6300원, 1인 가구 한달 최저생계비가 50만 4300원 정도였는데 현재는 55만 3300원 정도, 내년에는 57만2천원 정도이다. 2년 동안 10% 정도 올랐고 내년에도 2만원 정도가 오르기는 하지만 거주비를 포함한 모든 생활이 저 비용만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선거의 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최저임금이나 각종 '푸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런 좋은 시기를 놓치지 말고 일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노력으로 점차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책을 쓴 10년이 지난 후 첨부한 후기의 이 말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빈곤을 줄이고 싶다면,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들고 계속 그렇게 살게 만드는 짓을 중단해야 한다. 임금을 너무 적게 주지 말자. 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처럼 다루지 말자. 그들이 원한다면 더 나은 임금과 더 나은 노동환경을 얻기 위해 조직을 결성할 권리를 주자. ... 적어도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정해서 사람들이 넘어졌을 때 그들을 발로 차지는 않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p.311)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  
혹시라도 정치를 하고 있다거나 할 예정이라면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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