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님(채운아빠님)을 알게 된 것은 지난번 글에서도 등장했던 '박경철의(지금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였다. 그리고 간간히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도. 그래서 블로그도 알게 되어 즐겨찾고 있고, 에스틴이 개장(?)한 이후에는 에스틴에서도 자주 글을 접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그렇고 글 속에서도 꼼꼼한 분석과 친절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전달 방식이 눈과 귀를 끄는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서점에 항상 쌓여있는 그저그런 재테크 책 중 하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에스틴에서 본게 아니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저자가 누구인지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 같다. 저자의 이전 책들의 제목이 '인구 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원화의 미래'와 같이 딱딱하지만 전문가가 썼다는 느낌을 팍팍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블로그에서 이전부터 책을 쓰신다기에 이 책의 부제인 '한국형 탑다운 투자전략'과 같은 제목을 기대(혹은 예상)했었다. 하지만 더 많은 독자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전문가들이 많이 고심해서 결정할 제목일테니..

(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이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지 경제포커스에서 책을 소개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셨다. 스크립트 링크)

돈 좀 굴려봅시다 한국형 탑다운 투자전략
카테고리 경제/경영 > 재테크/금융
지은이 홍춘욱 (스마트북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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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류에도 나와있고 제목에서 뿜어내는 기운에서 알 수 있듯이 재테크 책이다. 수많은 재테크 방법 중 부제에 나와있듯이 '한국형 탑다운 투자전략'에 대한 책이다. 

그럼 탑다운 전략이 뭐야?? 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탑다운 전략이란 투자를 하기 위해 수행하는 분석을 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회사의 주식이 많이 오를지를 궁금해하고, 저평가되어 있거나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주식 종목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유망한 세부 종목들을 찾는데 가장 주력하고 해당 섹터, 거시 경제 경기를 부차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을 다운탑 전략이라 한다. 경기, 섹터, 종목 중 가장 아랫단계인 종목부터 윗단계로 올라가며 분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탑다운 전략은 이와 반대로 거시경제의 경기 분석을 가장 우선시하는 방식이다.

이 책(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투자 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어떤 주식을 사느냐, 어떤 아파트를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자산을 배분 하느냐..라고 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자산을 적절히 분산해서 투자하고, 탑다운 전략을 통해 단기적으로 투자자산간의 배분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자산배분의 필수요소는 미국 채권에 대한 투자이다. 미국 채권 수익률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하는 투자인 국내 주식투자의 수익률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강력한 헷지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헷지수단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IMF 외환위기, IT버블, 카드사태,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이 국내 주식시장에 매우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계속해서 등장했고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도 책에 나와있다)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국내 주식시장은 50% 가량 폭락하고 달러/원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던 것만 기억해도 국내 주식시장과 달러 자산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미국 채권 외에 달러에 투자하는 방법도 블로그에 올려놓으셨으니 관심있으면 참고) 

하지만 자산배분 전략이 과거에 좋은 결과(수익률)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미래에도 여전히 통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2000년대만 해도 IT버블이나 묻지마 펀드 열풍과 같이 주식투자가 영원히 고수익을 보장하며 상승할 것만 같던 시대가 있었고 좀 더 오랜 기간을 보면 불패신화를 만들어왔던 부동산도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부동산도 서서히 꺼지고 있다. 이렇게 영원히 통할만한 투자 방식이 과연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데 저자는 자산배분 효과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국 주식과 미국 국채, 분산투자 효과가 없어지는 경우는 한국 경제구조가 수출이 아닌 내수성장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 자본집약적 제품에서 지식집약적 제품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한국의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이 해외 경제여건의 여건을 덜 받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이 굳이 미국 국채에 분산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FTA 체결국가의 확대만 보더라도 첫번째는 충족되기 어려우며 두번째 요인도 현재의 한국기업들에게는 '굳이' 혹은 '아직은'의 이유로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본문 p.274-277 내용 요약)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친절하게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 아니라 '친절하게'이다. 대부분의 재테크 책들은 고기(라고 적고 돈이라고 읽으면 된다) 잡는 법을 나름대로 가르쳐주고 있을 것이다. (많이 읽어보진 않아서 확신은 없다만)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거시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긴 하지만 혼자 찾아보기에는 막막한 경제 통계들을 어디서, 어떤 경로를 통해 찾고 보기 좋게 편집할 수 있는지까지 꼼꼼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런 면에서 투자에서만이 아니라 거시경제 파악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탑다운 투자 방식이 거시경제 분석을 통한 투자이기 때문에 거시경제 분석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투자에서도, 경제 공부에서도 많이 도움을 주는 책이다.

하루하루 모니터나 휴대전화로 내가 산 종목을 보며 전전긍긍하는 사람에게 강추.
임기응변으로만 투자에 임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강추.
각종 위기 시절에 주식투자로 크게 손해를 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강추.
투자, 특히 탑다운 투자에 대해서 알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추천. 
연수익 10% 이상을 꾸준히 내고 있는 투자자라면 굳이 안봐도 하던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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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2. 7. 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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