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당장 당신이 오늘 점심으로 먹은 식사 한끼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도움은 뒤로 하더라도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님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자라난다.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또한 남들에게 도움을 준다. 우리는 누군가와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개인적이라고 말하든, 이기적이라고 말하든, 남들과 서로 돕는 것에 서툰 사람들이 있다. 서툴기만 한다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전혀 그럴 마음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무시하거나 오히려 이용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착하고 협력적인 사람들보다 더 성공하고, 성공을 위해서는 그런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말일까? 



협력의 진화

저자
로버트 액설로드 지음
출판사
시스테마 | 2009-04-02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협력의 진화』의 저자 액설로드는 컴퓨터 토너먼트를 이용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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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수의 딜레마'라는 표현이 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단어 자체는 한번쯤 들어보았음직하다. '죄수의 딜레마'란 죄수 두 명이 심문 당할 때 서로 상대방이 죄가 있다고 자백하면 둘 모두 징역 5년, 둘 다 끝까지 죄가 없다고 주장하면 둘 모두 징역 1년을 받고, 만일 한명은 끝까지 자백을 하지 않고 한명만 상대방이 죄가 있다고 자백하면 자백을 한 죄수는 무죄 방면, 자백을 하지 않은 죄수는 모든 죄를 혼자 떠안고 징역 10년을 살게 되는 상황이다. (징역 햇수는 임의로 정한 값)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자백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서로 상대방이 어떤 행동하든 자신은 자백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 둘 다 서로를 배신하고 자백을 해서 5년 형을 받게 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이다. 한마디로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모두에게 최선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렇듯 죄수들이 한번만 선택을 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자백을 하는 편을 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죄수의 딜레마를 반복하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계속 서로를 배신하기만 할까. 그것이 최선일까. 어떤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놓일 프로그램들을 공모해 대회가 열렸다. 대회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다. 서로 협력하면 둘 모두 3점을 얻고, 서로 배신하면 서로 1점만을 얻는다. 하나는 협력, 하나는 배신한다면 협력한 쪽은 0점, 배신한 쪽은 5점을 얻는다. 이 간단한 규칙으로 참가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한번씩 게임(?)을 하고 최후에 총점을 이용해 순위를 가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다수는 배신을 적절히 잘하는, 덜 관대한 참가자(프로그램)가 우승했을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1차 대회를 비롯해 비공식까지 6회에 걸친 대회에서 총 5회 우승, 1회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낸 참가자는 '팃포탯'(Tit for tat)이었다. 팃포탯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생각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일단 협력을 하고 다음부터는 상대방이 이전에 선택한 것을 그대로 갚아주는 전략이다. 이런 단순한 전략이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지배했다. 


팃포탯의 성공요인은 결코 먼저 배신하지 않는 신사적 특성과 상대의 배신 후에도 단 한차례의 응징(보복적) 후 용서(관대함)하고 협력하는 경향이다. 한번 배신하면 당장은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상대의 배신도 이끌어내면서 결국 점수의 총합은 낮아지게 된다. 상대가 한번 배신을 했다고 해서 용서하지 않고 계속해서 응징(배신)을 한다면 역시 상대도 다시 협력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신사적인 특성 덕에 쓸데없는 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보복적이라 상대가 배신을 할 때마다 지속하지 못하게 억제하고, 관대함은 상호협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이 간단하기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다음에 선택할 전략을 쉽게 이해하게 해서 장기적으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팃포탯은 어떤 대회에서도 강건하게 성공을 거두었다.


신사적인 규칙인 팃포탯만 비정한 규칙들 사이에서 홀로 우뚝선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상위권의 대다수는 비신사적이고 비정한 규칙들이 아니라 신사적이고 관대한 규칙들이었다. 쓸데없는 문제에 휘말리거나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고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축구나 체스처럼 오로지 한쪽만 이기고 한쪽은 지는 식의 경쟹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실제 세상은 그렇지 않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상호협력이 상호배반보다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될 때가 더 많다. 좋은 성과를 올리는 비결은 상대방을 누르고 이기는게 아니라 상대방에게서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협력을 유도하여 증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 얻은 결론은 크게 세가지다. 

하나는 현재에 비해 미래를 더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장 배신을 통해 이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더 길게 보면 협력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소개팅을 할 때 다시 보지 않을 사람에게 하는 것과 또 보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행동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과 같다. 

다음은 서로의 선택에 의한 네가지 결과에 대한 보수의 크기를 바꾸는 것이다. 점수 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면 상호작용의 내용이 변질되어 더이상 죄수의 딜레마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만일 죄수들이 상대를 고발하고 형량을 살고 나왔을 때 조직에 의해 보복을 당하게 된다면, 아마 둘 모두 상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상호협력의 장기적인 동기를 배반의 단기적 동기보다 높게만 하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피하고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치관과 그에 대한 사실, 요령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고, 협력을 함으로써 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과거에 상호작용했던 상대를 알아보고, 그 상호작용이 어땠는지 관련된 특성을 기억하는 인식 능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협력이 아닌,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협력할지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면 배반의 단기적 동기보다 상호협력의 장기적 동기가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협력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루시퍼 이펙트에서 보듯 인간은 주위 환경, 역할에 크게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구조 자체를 협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해 두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협력을 택할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다. 

협력을 이해하는 것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협력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협력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시험에서의 컨닝,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것부터 학연, 지연과 같은 세력권 형성, 독과점 시장에서의 담합과 같이 사회적인 큰 문제점들이 있다. 협력으로부터 빚어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증진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협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으로부터 알 수 있다. 이를 테면 서로 협력하지 못하도록 상호작용의 보수의 크기를 바꿔서, 독과점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실질적인 피해를 받을 정도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협력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협력을 우선시하는 팃포탯은 배반 중심적인 규칙에 비해 훨씬 성공적이다. 중요한 것은 팃포탯은 절대 상대방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항상 서로 협력한다면 서로 동점일 것이고, 배신을 당한다면 상대보다 조금 더 낮은 점수만을 얻게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협력적인 팃포탯은 승리자이다. 너무 단기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생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리처드 도킨슨은 추천사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을 모두 가두어놓고 이 책을 준다음 다 읽을 때까지는 풀어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지도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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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2. 10.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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