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었다. 햇살은 눈부시게 강물 위에 반사되었다. 리무진에서 내린 레인은 보도를 가로질러 시체안치소의 닳은 돌층계를 지친 발걸음으로 올라갔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이런 비정한 일에 손을 대고 있단 말인가? 연극배우로서의 명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는 숱한 찬사를 받는 동시에 그에 못지않은 비난도 많았다. '세계 최고의 명배우'라는 찬사에서부터 '이 경이에 찬 시대에, 벌레 먹은 셰익스피어에나 매달리는 시대착오적인 배우'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온갖 말을 다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도와 본분에 걸맞은 예술가답게 그러한 찬사와 비난에 얽매이지 않았다. 전위적인 비평가들이 어떤 독설을 퍼부어도 레인은 자신의 사명을 다할 뿐이라는 불굴의 결의와 냉정한 신념으로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째서 절정에 이른 명성에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쓸데없는 일에 관여했단 말인가? 악인을 징벌하는 것은 섬 경감이나 브루노 검사 같은 이들의 임무가 아닌가? 악? 순수한 의미에서 악인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탄도 원래는 천재였다. 다만 무지한 인간이나 비뚤어진 인간, 불행한 운명의 희생자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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