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 [그여자와 책] - 발칙하다 못해 유쾌하다! 발칙한 유럽산책

그여자 Gene이 썼듯이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이하 유럽산책)'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에 소개되었다. 이전에는 빌 브라이슨이 쓴 책 중에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만 보았었기 때문에 그를 대중과학서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유럽산책'을 포함해 여러 기행문을 써온 여행작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팟캐스트를 통해 책의 일부 내용을 접하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했다. 드라이하게 적긴 했지만 팟캐스트에서 읽어준 부분이 너무 재미있어 하도 여러번 듣다보니 어느 정도 내용을 외워버렸을 정도이다.  

'유럽산책'은 제목부터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 아니라 '빌 브라이슨 유럽산책'으로 지어져 왜 관사를 넣지 않았을까 의문을 자아낸다. 하지만 번역본 제목은 빌 브라이슨이 정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21세기북스)에서 정한 것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된 빌 브라이슨의 다른 저서들 - 미국산책, 영국산책, 미국횡단기 등등 - 을 보면 마찬가지로 관사 '의'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 난 출판사 관계자를 알지 못하니 아마 평생 모르고 넘어가겠지.  

빌브라이슨발칙한유럽산책
카테고리 여행/기행 > 해외여행
지은이 빌 브라이슨 (21세기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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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책'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로는 팟캐스트에서 읽어준 예테보리편과 피렌체편 일부의 내용과 표현이 내 취향에 딱 맞았다는 점과 더불어 작가는 도대체 왜 여행을 떠났을까..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목적으로는 휴식을 바라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감탄하기 위해서와 같은 어떤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팟캐스트에 소개된 내용만으로는 왜 작가는 굳이 집을 떠나서 여러 일을 겪으며 투덜거리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역시 책에는 왜 본인이 여행을 떠났는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빌 브라이슨이 밝힌 여행의 목적을 포함한 두 부분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런던에 있을 때 유럽 여행을 한 다음 책을 쓸 거라고 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시나 보군요."
"아니, 영어밖에 모르는데요." 
내가 모종의 자부심을 가지고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그것이 외국 여행의 묘미다. 나는 여행지의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이 어디 았을까. 여행자는 갑자기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연이은 추측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p.54)


함메르페스트는 준비 운동치고는 다소 오래 걸린 감이 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할 참이다. 나는 돌아다니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 유럽 전역을 떠돌아다니면서 영국에는 도저히 들어오지 않을 영화의 포스터도 구경하고 움라우트(독일어의 특수 기호)와 세디유(대개 c 밑에 붙는 s 모양의 기호)가 잔뜩 붙은 각종 상품과 상점 안내문, 그리고 주차금지 표지판 비슷하게 생긴 문자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그 나라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전혀 히트할 가능성이 없는 대중가요도 듣고, 나와는 평생 연이 닿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전화 박스 사용법부터 저 식품의 정체가 무엇인지까지 도무지 친숙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국적인 곳에 가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어리둥절해하는가 하면 매료되기도 하고, 실타래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근사한 대륙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싶었다. 기차를 타고 한시간만 가면 주민들의 말도, 음식도, 업무 시간대도 다르고, 주만들은 한 시간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너무나 다른 삶을 살면서도 묘하게도 비슷한 곳, 나는 이런 근사한 대륙의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p.57)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다섯 살까지 어린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고, 친숙한 것이라곤 없는 이국적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 생각보다는 평범한 이유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빌 브라이슨은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빌 브라이슨은 여행 도중 여러 황당한 일들을 겪으며 시종일관 투덜거리거나 빈정거리고 풍경이나 분위기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유럽 대륙 북쪽 끝자락의 함메르페스트에서 오른쪽 끝인 이스탄불까지를 여행한다. 빌 브라이슨의 글의 힘에 더해 번역자의 능력 덕분에 Gene이 썼듯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와 함께 유럽 어딘가를 함께 거닐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가본 적은 없고 이후에 가보더라도 20년 전(정확히는 1990년)에 빌 브라이슨이 걸었던 곳과는 절대 똑같지 않을 유럽의 도시들이지만 그 도시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멋진 사진을 찍고 어디에 가서 뭘 보고 뭘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며 '나는 이렇게 멋진 곳에 잘 다녀왔으니 너도 나와 똑같이 해보렴'이라고 말하는 여행책들 보다는 이런 책이 진정한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뒷표지에 있는'여행 정보가 아니라 여행의 재미를 준다'는 문구가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말해주는 듯 하다. 

유럽여행, 여행기를 원한다면 추천.
풍자와 돌직구의 향연을 원한다면 강추.
재미있는 책을 원한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3. 4. 28. 15:40

제목부터 뙇!! 너무 즐겁지 아니한가?!



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저자
빌 브라이슨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08-04-3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 빌 브라이슨의 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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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에 소개 되었다 하여 관심이 있었는데, 남친님께서 또!! 친히 학교 도서관에서 나에게로 데려다 주셨다.


빌브라이슨은 여행작가이다. 아니, 작가가 아닌 그냥 기행가? 아무튼~ 일설하고 저자가 유쾌해서 그런지 책도 함꼐 유쾌하다. 제목에도 씌여있듯 발칙한 유럽산책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로라를 마주하기 위해 떠난 북유럽에서 함메르페스트, 오슬로, 바리, 브뤼설, 벨기에, 아헨과 쾰른, 암스트레담, 함부르크, 코펜하겐, 예테보리, 스톡홀름, 로마, 나폴리, 소렌토, 카프리, 피렌체, 밀라노, 코모, 스위스, 리히텐 슈타인, 오스트리아, 유고슬라비아, 소피아 등 유럽을 횡단하여 이스탄불까지 계속된다. 사진이나 자세히 묘사된 그림없이도 마치 눈으로 보고 냄새를 느끼며 감각까지 느낄 수 있게 하여 도시 하나하나가 머릿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듯하다.


작가와 같이 숨쉬며 유럽 어느곳을 같이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추운 바람에 코를 훌쩍거리니 나도 같이 감기가 걸린 것 같은 모양새라니.


그 도시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시간에 흐름에 같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작가의 느낌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런게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읽는 내도록 조금은 예전이야기가 아닌가 생각 되었는데 2008년이 출간이었다니! 내가 시간을 너무 빨리 세고 있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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