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나도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나도 그런 점에선 예외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작가가 되기엔 상상력과 감성이 너무나 부족하고, 인문서를 내기엔 사유가 깊지 않으며, 기술서나 실용서를 내기엔 지식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너무나도 크다. 물론 필력 또한 좋지 않기 때문에 뭘해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란 심정으로 언젠가 번역에라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전문번역가는 아닌 아마추어로. 

나도 번역 한 번 해볼까? Try! Translator!
카테고리 외국어 > 번역/통역
지은이 김우열 (위즈덤하우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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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시 난 번역이 창작보다는 쉬울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영어공부 하는 셈치고 신문기사나 블로그 포스트들을 하나하나 번역을 해보면서 번역이 절대 창작보다 쉽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혼자 영문으로 된 텍스트를 읽을 때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만 정리하며 읽어나가면 되지만 제대로 번역을 하려면 남들도 제대로 이해하고 읽기 쉽도록 해야하는데 그 작업이 절대 쉽지 않았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어 실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할지, 문장 구조를 어떻게 해야할지..직역을 하다보면 너무 어색한 번역체들이 난무하고, 반대로 하다보면 원문과 달라지는 것 같아 찝찝하고..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번역에 대한 이런저런 어려운 것들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설명해주거나, 혹은 번역가가 쓴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전자이기를 좀 더 원하면서 책을 보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실용적인 책이었다. 특히 번역일의 진행방식, 번역가의 생활 뿐만 아니라 급여(?)까지 번역가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기를 간절히 원할만한 정보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나야 프로번역가가 될 생각이 없으니 크게 관심가지지 않았지만, 특히 돈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번역가에 관심이 있다면 꼭 체크해야 할 것이다. 

지은이는 몇년전 베스트셀러였던 시크릿의 역자였다고 한다. 난 보지않은 책이라 잘 모르겠지만 큰 인기를 끌었던가보다. 베스트셀러까지 됐지만 그 책으로 돈은 많이 벌지 못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경력에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스쿨(?)같은 것을 운영하면서 후진양성에 힘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번역문 ≠ 원문(직역문)'이라는 것을 설명한 부분이다. 지은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진정으로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란 번역가가 원문을 읽고 그 안에서 독자에게 전달해줘야 할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를 의식적으로 가려, 전달해줄 요소를 우리말 표현에 맞게 새로이 재구성한 번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고 직역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덜 수 있었다. 원문과 똑같이,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좋은 번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줄어든 고민보다 더 크게 재구성의 부담이 다가왔다. 이점이 번역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에 비해 쉽지 않게 만드는 부분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기만 하면 되지만 번역은 원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번역서를 읽을 독자에게 전달할 것만 추려 새롭게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창조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번역가는 이미 있는 것을 다른 언어로 새로 창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소조건으로는 아마도 내가 보기에도 읽고 싶은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문과 번역문의 언어 능력 뿐만 아니라 해당 내용에 대한 지식, 논리적인 사고력, 양쪽 국가에 대한 문화 차이의 이해과 같은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번역이라는 것이 절대 쉽게 볼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점들 때문에 번역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좀 더 준비해서 언젠가는 제대로 된 번역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평소에 조금씩 연습을 하다보면 (말그대로) 언젠가는 제대로 번역을 할만한 능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열심히 여러가지 공부를!!

마지막으론 책에 실려있던 조셉 윌리엄스의 말을 인용. 
번역의 최후 심판자는 독자다. 결국 독자는 늘 옳다.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강추. 
일때문이건 취미때문이건 번역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 
외국어라면 치를 떠는 사람에겐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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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2. 7. 2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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