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내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기계발서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내가 아는 자기계발서는 보통 성공한, 혹은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책 한 권 내내 하고 또하고 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쉽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것들은 또 아니다. 만약 책 한 권 읽고 누구나 책의 모든 조언을 실천할 수 있다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은 이런 사람도 있구나..이렇게 하니 성공하긴 하는구나..So what?? 내 삶은 이 사람과는 다른데..내 처지는 저 사람과는 다르잖아..이 정도 생각만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 특히 자기 자신이 잘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외치고 또 외치던 신자유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자기계발서의 인기 자체도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청춘 너는 미래를 가질 자격이 있다

저자
전하진 지음
출판사
비즈니스맵 | 2011-04-0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5년 후 달라질 세상,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청춘, 너는 미래...
가격비교


청춘, 너는 미래를 가질 자격이 있다..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은 누가 봐도 20대를 위한 조언이 담긴,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할 것이다. 표지에 있는 

'청춘을 위한 미래특강',

 '스펙 쌓기밖에 모르는 청춘들이여, 지식을 포장해서 파는 시대는 끝났다. 미래에는 무한대로 널려있는 지식을 선택적으로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창조적 능력을 가진 자가 승리할 것이다.' 

라는 문구를 보면 '창조적 능력을 가지는 법'을 여러 항목으로 쪼개서 책 한 권 내내 설명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책 소개 기사에 나와있는 책 제목을 보며, 에이..왠 자기계발서야..라고 생각했고, '청춘'과 '미래', '자격'이라는 단어로 독자를 유도하는게 아닐까..하는 반감마저 들었었다. 하지만 평소에 기사 코너가 아예 말도 안되는 수준의 책을 추천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시 취업준비 중이던 동생에게 선물했었다. 제목만으로도 좀 힘이 되길 바랬고, 내용에서도 뭔가 하나라도 건질게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4개월 정도 지나서 집에서 책을 발견하고 나도 읽어보게 되었다. 

서두가 길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 역시 자기계발서답게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가지 능력을 강조하고 발달시키기록 권유한다. 저자는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을 SERA형 인재라고 부르는데, 자신만의 이야기(Story)를 만들어 남들에게 공감(Empathy)을 이끌어내며 동시에 역경을  이겨내며(Resilience) 작은 일이라도 성취감(Achievement)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여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다른 자기계발서와 똑같다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은 이런 인재형이 왜 필요한가를 설명하는 지점에 있다. 다른 책들이 어떻게 살아라..를 줄기차게 외치는 반면 이 책은 총 분량이 절반이 넘는 페이지를 할애해 사회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경험을 적절히 들어가며 사회가 어떻게 변했고, 또 지금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설명하며 최종적으로는 소위 '스마트 사회'로의 변화를 말한다. 열린 조직,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스마트 시대에 위너가 되려면 SERA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과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정말 그정도인가??하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분야의 저자와 그렇지 않은 나의 차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사용자가 많은 수도권과 지방 of 지방에서 fashion을 따라가지 않고 SNS도 사실상 이용하지 않는 나라서 이해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모든 분야가 빠른 시일 내에 저자가 말한 스마트 시대의 성격으로 전환될 것인가, SERA형 인재가 모든 분야에서 적합한 인재일까, SERA형 인재가 언제쯤 인정받게 될까..와 같은 여러 의문들이 생기는건 자기계발서의 장미빛 전망과 미래를 접하면 항상 드는 의문들과 마찬가지 부류라고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괴리감이 드는 것은 사회초년생 혹은 사회로 진출하는 것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대학졸업예정자 등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SERA형 인재가 되고 싶어도 그것이 단시일 내에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도, 역경에 부딪히고 이를 해결하는 것도, 의도한 것을 성취하는 것도..이 모두가 단 시일 내에 되는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신입생 정도는 꾸준히 준비해나가면 가능할지 몰라도 이미 사회라는 방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고 있거나 한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 점도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점이긴 하다. 

또 대부분의(내가 읽어봤던)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성취하라는 것이고, 이 책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을 해야 스토리를 구성하고, 역경과도 만나서 이를 극복하고 성취할텐데 어떻게 '원하는 것'을 찾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몰라서 힘들어하고, 그러다보니 남들이 좋다는 것을 얻기위해 스펙을 쌓아나가며 괴로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도 상당수가 자신이 잘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의 차이를 무시할 때가 많다. 사실 정말 원하는 것은 아닌데 내가 할 줄 아는 것으로 타협하는 경우도 많고..이런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없다면 자기계발서로서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길게 적었는데 대략 정리해보면,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추천. 

앞으로 다가올 사회에 대한 전망과 그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궁금한 사람에게는 강추. 

그 외 모든 사람에게는 비추. 


by 청춘한삼 2012. 5. 7. 22:30
연말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지내다보니 2011년의 마지막 날이 갑자기 다가온 느낌이다. 해서 올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 한권을 소개하는 글을 갑자기 적어보기로 했다. 

마흔에읽는손자병법내인생의전환점
카테고리 자기계발 > 자기능력계발
지은이 강상구 (흐름출판,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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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이나 사기, 논어, 도덕경..이런 동양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출간되기도 했고, 지은이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現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에 당시 출연하던 강상구 기자여서 좀 더 쉽게 손이 갔던 책이다. 

손자병법이라고 하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원래는 백전불태)'이 생각날 정도로 전투나 전쟁에서 이기는, 승리하는 법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영어로 번역할 때도 'Art of War'라고 하니 병법, 전쟁의 기술을 다루고 있으니 상대를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입견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손자병법을 사회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가지는 마흔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비겁'의 철학, 생존의 기술, '공존'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갑'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왕이면 자신이 갑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갑' 혹은 '슈퍼갑'과 같은 단어들이 많이 쓰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모두가 갑일 수는 없고, 오히려 대부분이 을의 입장에 있게 되는데 이런 상황의 사람들에게 손자병법의 비겁의 철학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손자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쉽게 이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굳이 싸움을 시작도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충고이다. 내가 을이라 갑과 싸움을 해서 이기거나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자존심은 접어두고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거다. 너무 수동적이고 비관적이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의 규칙이 그렇다면 일단은 따르면서 뒤에서 나를 성장시켜서 싸울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가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는 동안에 남들도 성장을 하고 있고, 내가 성장을 하면서 내가 경쟁자로 삼는 사람들의 수준도 올라게 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경쟁자와 고등학생일 때의 경쟁자, 대학생일 때의 경쟁자의 수준이 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내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 많이 가지려고 아둥바둥대며 싸움을 거는 것보다 가진 것을 지키며 생존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내가 사회에서 경쟁자나 다른 사람에게 승리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과 인연이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배틀로얄이나 로마시대 검투사들처럼 데스매치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면 같은 직장이나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는 계속 보고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승진하거나 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고 다른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때로는 나와 경쟁하고 심지어 배신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협력하고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하고 함께 공존해 나가야할 사람들이다. 동업자 정신은 스포츠 뉴스에서나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다. 

을의 입장으로 살아가는 날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실제적인 조언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아직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조직 속에 있긴 하지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나중에 더 큰 사회로 나갔을 때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일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어느정도는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책이었다. 

올해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에게 지금 힘들고 어려운 것이 너희만 그런 것도 아니고 너희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위로를 해주었다. 이 책에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혹은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너희가 나쁜 것이 아니라 원래 인간은 몇천년 전부터 그랬던 것이라는 내용을 통해 그런 사람들을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비단 직장인과 같이 사회에 던져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학교와 같은 소사회에 있는 학생, 인간관계를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비겁, 생존, 공존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올해 읽은 책 중 '갑'이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만 얘기하고 넘어가기에는 찝찝해서 내가 생각하는 단점도 간단히 언급. 
삼국사기와 같이 우리나라 역사의 내용을 예시로 드는 점은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몇가지 예시들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조금 아쉽다. 예를 들어 이순신의 전승신화 비결이라든가 당태종의 고구려 원정이라든가. 그리고 당태종과 이세민이라는 단어가 왔다갔다하면서 나오는데 나같이 동일인물임을 몰랐던 무상식의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중간에 한나라당이 출연하는건 쇄수가 올라갈 때 수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사회 초년생이나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기대했던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강추. 
'갑'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을'이라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도 추천. 
고전과 자기개발서를 동시에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약해야 한다는 것이 신조인 사람에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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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모든것의미래인류의미래에관한눈부신지적탐험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지은이 데이비드 오렐 (리더스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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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지금까지 해오고 지금도 해오고 있는 것은 특정 조건에서 내가 알기를 원하는 항목의 값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학교를 오래 다니지는 않아도 고등학교까지 배우는 수학도 그렇고, 물리도 그렇고, 화학도 그렇고, 많은 과목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된다. 좀 더 자세하게는, 현재 혹은 알고 있는 조건의 물리적 현상을 모델을 이용해 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혹은 알고 있지 못하는 조건의 물리적 현상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내가 지금까지 먹고 살고, 앞으로도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할 일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과거와 현재로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나온 책 중 박경철 원장이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보기 시작한 책인데, 책 내용이 '거의 모든 것'의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제인 '인류의 미래에 관한 눈부신 지적탐험'은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맞는 것 같다. 

책은 과거, 현재, 미래 세 부분으로 나눠져 각각의 시기에 인류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수행했던 연구들을 설명한다. 
과거편에서는 인류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고대 그리스의 신탁에서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신탁 이후에는 점성술이나 수학, 천문학, 물리학 등을 통해 미래 예측을 하기 위한 노력을 서술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과학의 발전과정을 '미래 예측'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다. 미래 예측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별을 관찰해서 오늘은 여기에 있던 별이 내일은 어디로 갈까, 별과 달을 보고 내일의 날씨는 어떨까, 이런 것들을 예상하는 것이 바로 미래 예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F=ma라는 법칙을 통해 물리현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예상할 수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듯 과거편은 과학사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편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가장 노력하는 세 분야를 다룬다. 
첫째는 매일 뉴스 말미에 볼 수 있는 일기예보이다. 날씨 예측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현재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날씨 예측 모델(GCM, Global Climate Model)의 개발과 개량을 통해 날씨를 예측하는데 고려해야할 변수들과 그 변수들의 초기값을 제대로 알기 때문에 날씨 예측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건 GCM 뿐만 아니라 모든 모델링을 통한 예측에서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우선 모델이 잘못되었거나, 모델에 들어가는 초기 혹은 경계조건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를 GCM에서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는 내용이 주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진시황 시절부터 내려온 욕망인 건강과 장수에 대한 내용이다. 10년 정도 전부터 게놈 프로젝트를 시행되며 인간의 DNA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나 치료법 등을 개발하겠다는 시도가 계속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쉽게 우생학같은 것으로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거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으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DNA 분석을 통한 미래 예측에 대한 내용은 언뜻 들으면 생명 분야 지식이 필요할 것 같지만 책이 쉽게 쓰여져 있어 딱히 읽기 힘들진 않다. 
마지막으로는 건강과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돈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는 경제 예측이다. 경제 분야 예측 기사나 칼럼, 시평 등을 살펴보다보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 같거나 차익실현으로 인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반대 상황이면 계속해서 떨어지거나 기술적 반등이 있을 수 있다..이런 예측들이다. 왜 이런 예측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가는 앞서 말한 GCM과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경제 예측 모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변수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편은 현재편에서 말한 세 가지, 날씨, 건강, 부가 하나로 묶여진다. 
점차 심해지는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과 세계 경제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예측하고 분석해 놓았다. 하지만 결국은 앞에서 저자가 열심히 말했듯이 미래 예측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길게 적기는 했는데 결론은 이거다.

미래 예측은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고, 완벽한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 


어떤 미래 예측 모델도 결과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고려하기는 불가능하다. (뉴욕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베이징의 나비 한마리를 모델에 넣기는 쉽지 않다) 또한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의 제대로 된 값을 측정하고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설사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해 미래 예측 모델을 만든다고 해도 돌연변이와 같은 불규칙한 상태를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세상이 기계처럼 딱딱 맞춰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장 우리나라 정치판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언제 어떤 일이 갑자기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베이징에서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에 태풍을 몰고 오듯이 노회찬의 서울시장 완주가 강용석의 재평가를 가져올 줄 누가 알았겠나.
책을 읽는 기간 동안 한미 FTA로 나라가 둘로 쪼개져있고(지금은 국회에서 비준까지 되버렸다.),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미래 예측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고 이 모델에 대한 초기/경계 조건을 찬반론자가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에 정반대의 예측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두 주장 모두 100%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아니 믿고 싶다). 둘 다 50%씩 맞을지, 어느쪽 주장이 미래에 좀 더 가까울지조차도 알 수 없다. 물론 둘 다 생각도 못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어떤 결과가나올까 기다리기만 할수는 없을테니 서로 믿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행하고 어느 쪽이든 현재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고 해도 원하는 미래가 찾아오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머리속 어딘가에 넣어두기는 해야할 것이다. 

두꺼운 양장본 책을 싫어한다면 비추. 
쉬운 난이도의 과학교양서를 원한다면 추천. 
기상청은 왜그리도 일기예보를 못하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게놈(genome) 프로젝트가 도대체 왜 중요한 건지 알고 싶다면 추천. 
경제전문가들은 주식에 대해 왜 뻔하고 하나마나한 예측만 하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혹시나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아래 책도 한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조금 두껍기는 해도 전반적인 과학 이해에는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거의모든것의역사
카테고리 과학 > 과학이론
지은이 빌 브라이슨 (까치,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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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천재가된홍대리운명을바꾸는책읽기프로젝트
카테고리 인문 > 독서/글쓰기
지은이 이지성 (다산라이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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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편이다. 어릴 땐 그저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것이 좋았다. 부모님께서도 내가 보고 싶어하는 책은 딱히 아끼지 않고 사주셨기 때문에 집에 내가 볼만한 책은 많았던 기억이다. 과학, 상식, 국사, 세계사, 위인전, 문학 .. 여러 종류의 책을 가리지 않고 많이 봤었다. 부모님이나 주변으로부터 책을 읽으라는 압박이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이,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책을 보고 싶지 않을 때는 전혀 보지 않기도 했고. 친척집이나 친구집에 가도 나에게 없는 책을 우선 찾아보기도 했었고..지금은 친척에게 주거나 기증하거나 일부는 버리거나(ㅠㅠ) 해서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집의 내 방에는 어릴때보던 책이 남아있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기전이나 주말에는 책을 보는 편인데 요즘 책을 보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일을 하는 대신에 쉬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관심있는 것들을 알고 싶어서. 
보는 책의 범주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내가 어디에 가장 관심이 있는걸까를 알아보기 위해 미술, 역사, 인문사회, 소설 등등을 전전하다 요즘은 사진책과 경제책을 주로 보고 있다. 경제 관련된 팟캐스트도 출퇴근을 비롯한 이동시간, 운동할 때 듣고 있고..하지만 항상 그래왔지만 일과 관련된 책을 따로 읽지는 않고 있다. 어차피 일과 관련된 책이라고 해봤자 text들 뿐이니..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에 따르면 나는 1단계 독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에서는 독서를 통해 성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부제만 봐도 '운명을 바꾸는 책읽기 프로젝트'가 아닌가. 아니, 사실 꼭 독서를 통해서 할 필요가 있지는 않지만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길을 독서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독서를 통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성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책에서 소개하는 성공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 먼저, 쉬우면서 흥미있는 책을 많이 읽으면서 독서와 친해지기, 일(전공)과 관련된 책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 되기, 자서전이나 자기계발서과 같이 동기부여가 되는 책과 전문가가 될 영역의 책 읽기, 이런 것들이 있다, 각 단계는 100일 동안 33권, 100권 읽기, 1년 동안 365권 읽기와 같이 목표량도 정해져있다. 필요로 되는 책만 해도 거의 500권이다보니 상냥하게도 책의 마지막에서는 분야별로 추천하는 책의 리스트도 실려 있다. 

이 책의 내용 자체는 상당히 뻔하고, 소설 식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분량도 많지 않아 쉽게쉽게, 금방 읽힌다. 한두시간 정도면 읽지 않을까. 아마 작가들의 생생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보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알듯이 중요한 것은 뭔가를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내가 어떤 분야의 책을 가장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찾아왔던 나로서는 홍대리가 했던, 그리고 할 예정인 독서에 대한 필요성을 아직은 느끼지 못하겠다. 어릴 때 이후로 위인전과 자기계발서는 이미 나에게서 멀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운명이 지금부터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필요성을 느낀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프로젝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나도 책을 좀 읽어봐야지. 혹은 책을 굳이 읽어야하나. 혹은 팍팍하고 답답한 생활과 삶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볼만하지 않나 생각된다. 누가 알겠나, 홍대리처럼 독서를 통해 인생이 바뀔지. 


아래는, 내용은 분명 다르지만 지은이의 실제 경험을 통해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짧고 전자책으로도 풀려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 책도 한번쯤 읽어보길.
장미와찔레미래를바꾸는두가지선택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조동성 (IWELL,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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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궁금해미치겠다지구상에서가장무모한남자의9가지기발한인생실험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A. J. 제이콥스 (살림,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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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해있던 카페에서 진행했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제목이 끌려서 신청을 했었는데 원제는 'The Guinea Pig Diaries: My Life as an Experiment'였다. 한글 제목보다는 원제가 책의 성격을 훨씬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출판사에서도 당연히 이 점을 알고 있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실험'이라는 한글 부제를 달아놓기는 했다. 

저자인 제이콥스는 이전에도 브래티니커 백과사전을 모두 읽고 쓴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와 성경에 나온대로 1년을 살아보고 쓴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 본 1년'으로 나름대로는 유명인이었다. 이전 책들과 이번 책을 보더라도 그가 어느정도 괴짜이고 특이한 면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왜 이런 실험을 했는지는 서문에 잘 나와있는데 그 목적은 아래와 같다. 

실험의 목적은 교훈이 되는 부분은 취하되 최소한 미치광이 소리는 듣지 않는 것이다. 또, 실험하는 동안의 고통이 결국에는 '더 나은 삶'으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전 책들이 큰 소재 하나씩을 골라 책을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실험의 기간을 짧게한 9가지를 묶어 놓았다. (서문에 의하면 실험 순서와 발간 순서는 일치하지 않는듯하다) 각각의 실험 내용은 위의 책 상세정보를 따라가면 볼 수 있다. 내용의 구성은 각 챕터(실험)마다, 실험을 하게 된 이유 - 실험 개시 - 에피소드 - 실험을 통해 얻은 성찰, 로 되어 있다. 

실험의 내용 자체는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누구나 한번쯤 생각(만)해 봤거나, 혹은 생각도 하지 않은(못한) 것들이다. (인터넷 데이트는 은근히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것과 더 기발하고 엉뚱한 것들이 섞여 있다. 

내가 보았을 때 가장 기발한 실험은 2장의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기'였다. 저자는 '세계는 평평하다'를 보고 실험을 생각해 냈는데 나는 같은 책을 보았지만 전혀 그러지를 못했었다. 아쉽게도. 그는 자신이 해야할 많은 일들, 개인적이고 사소한, 공과금 납부, 휴대전화 요금제 문의와 같은, 것에서부터 회사 동료에게 이메일 보내기와 같은 공적인 일, 아내와의 부부싸움, 아이 돌보기까지 말도 안되게 개인적인 일들까지 아웃소싱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부분의 일들이 제대로 처리된다. 자본력을 제외하면 딱히 다른 나라들에 떨어지지 않는 인도라는 나라의 고급인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아웃소싱을 생산적이라고 여기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도 가능한 서비스 업종(여기에서 나오는 개인 비서와 같은)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제조업에서의 아웃소싱은 생산적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수 없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은 3장의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직장 상사의 썰렁한 농담에 그런건 좀 집어치우라고 말하고도 싶고,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으면 사실대로 말하고 싶을 때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밥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예스맨, 라이어 라이어의 짐캐리와 같은 경험을 실제로 한 저가는 실험이 끝나고도 '고수할 만한 획기적인 정직'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 것은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는 수준이라는 충분히 누구나 해봄직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에 나온) 예를 들면, 친구와 점심을 같이할 기분이 아닐 때는 그럴 마음에 없다고 진실만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본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진실 고백은 상대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저자가 챕터 마지막에 언급한 부분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어느 정도는 다들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나는 우리가 조만간 '획기적인 정직'이 실현된 세상에서 살게 되리라...우리 삶이 면면이 트위터로 공개되고 인공위성으로 찍히며 소형 몰래 카메라로 포착된다면 비밀을 유지하기란 힘들어진다. 머지않아 진실이 판치게 되리라. 


종합적으로 보면, 이 책이 인생에서 꼭 한 번 읽어봐야 할만큼 중요하고 대단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재가 특이하다는 점과 지루하지 않게 써내려 간 문제와 내용 구성은 한번쯤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직접 이런 실험들을 통해 경험하지 않고는 확실히 알 수 없는 깨달음들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들은 내가 살아가는데는 딱히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저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덧. 이벤트로 받은 책은 시사IN에서 진행하는 행복한 책꽂이로 기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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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7. 17:34
어릴 때부터 9시 뉴스를 보면 신문에서 보는 비슷한 정치, 경제 등등의 내용이 나오는 뉴스가 나오고 그게 끝나면 지역 방송국에서 제작한 뉴스가 잠시 나오고 날씨, 스포츠 뉴스가 나왔다. 나는 거의 언제나 초반의 뉴스가 끝나고 지역 뉴스가 나오면 문화방송이었으면 한국방송으로, 한국방송이었으면 문화방송으로 채널을 바꿨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재미를 못 느껴서였을 것이다. 재미를 못느끼는 이유는..전국 방송 뉴스의 이슈들이 훨씬 더 시끄럽고 신문이나 다른 매체에서도 훨씬 더 많이 다루고 기사도 많고 갈등이 많아서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몇년 전까지도 울산은 내가 태어났고 부모님, 친척들이 살고 있지만, 내가 앞으로 살 곳이라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지역(울산) 뉴스에 나와 관련된 기사는 없다고 생각을 했던 점이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포항은 내가 학교 때문에 잠시 있을 곳이지 평생 살거라고는 전혀,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는 않고..이런 식으로 나와 내가 있는 지역은 따로 놀고 있었다.

분명 내가 현재 살아가고 있던/는 지역인데도 그 지역의 문제나 소식들에 관심이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대부분이 그렇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상한 일이다. 아직까지도 난 포항에도, 울산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긴 한 것 같다. 그나마 울산은 지방선거 때 후보자들을 챙기는 정도..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실시한지 20년이 다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사람들과 돈을 블랙홀처럼 끌어 당기는 이유 중 하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지방에 대한 무관심이다. 지방에는 돈이 없다고..사람이 없다고..기업이 없다고..투덜대는 지방 사람들은 세종시와 같은 수도권의 은총만을 바라고, 바라는만큼의 보상이 되지 않으면 얼마전 온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지방을 살려야 한다..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수도권, 혹은 자신들의 이익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다른 지방과 싸우게 된다.

지금까지는 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앙, 수도권에서 정치적인 방법으로 지방에 돈을 살포해서 지역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지금도 많고..그래서 지역균형발전정책같은 것이 나오고 시행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바로 발전을 해야하는 지방, 본인들의 의지와 지역에 대한 인식 없이 중앙 정부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지방 발전책이 논의되고 시행된다는 점이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하자던 학습지의 광고와 같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지방에 사는 어른들은 자기 지방의 일을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없다.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많고..저자는 이런 지방 사람들에게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언론(방송, 신문)을 살려서 지방 정부를 감시, 견제하고 지역 문화를 살리고 지역주의, 연고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시민들 스스로가 시작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일단은 지역의 엘리트(저자와 같은 교수나 언론인 등), 공무원, 시민단체들의 우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지역 명문고의 동문회(총동창회였나)에서 솔선수범해서 연말에 술만 먹는 송년회 대신 봉사활동 등을 하는게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그런 것이 실현만 된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과 더불어 지역 전체의 행복도(정확한 표현이 기억이 안남)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을 읽으니 눈이 번쩍 뜨이더라.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안량하게 한달에 돈 몇 푼씩 내고 나는 최소한 이만큼은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야..

내부식민지론이 많이 적용되어 말해지는 프랑스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서울,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이 훨씬 더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내부식민지론'이라는 단어는 몰라도 이미 몸과 머리로 그 현상, 부작용들을 알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못먹어도 서울로 go 가 아니라 살기 좋은 지방에서 살게 되면 좋겠다. 최소한 수도권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지방으로 나오지는 않더라도 지방 내부에서는 저자가 제안한 것처럼 각자의 지역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평생 지방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나를 포함해서..

솔직히 나도 이런 생각을 이전에는 많이 하지 못했었고..그나마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는 서울,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방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구독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강준만의 '지방은 식민지다'를 통해서 조금은 막연하고 정리가 안되던 것들이 쭉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의 문제는 지방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방은식민지다지방자치지방문화지방언론의정치학,내부식민지론
카테고리 정치/사회 > 행정/정책 > 지방자치 > 지방자치일반
지은이 강준만 (개마고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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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내가 '지역'과 '지방'을 혼동해서 쓰고 있어서 헷갈린다면 죄송..개인적으로 '지방'이라는 말보다는 '지역'이라는 말을 더 쓰고 싶어서 그렇다. '지방'은 서울(혹은 수도권까지 포함)을 제외한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지역'은 그런 구분 없이 모든 지역을 동등하게 가리키는 단어라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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