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지내다보니 2011년의 마지막 날이 갑자기 다가온 느낌이다. 해서 올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 한권을 소개하는 글을 갑자기 적어보기로 했다. 

마흔에읽는손자병법내인생의전환점
카테고리 자기계발 > 자기능력계발
지은이 강상구 (흐름출판,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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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이나 사기, 논어, 도덕경..이런 동양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출간되기도 했고, 지은이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現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에 당시 출연하던 강상구 기자여서 좀 더 쉽게 손이 갔던 책이다. 

손자병법이라고 하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원래는 백전불태)'이 생각날 정도로 전투나 전쟁에서 이기는, 승리하는 법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영어로 번역할 때도 'Art of War'라고 하니 병법, 전쟁의 기술을 다루고 있으니 상대를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입견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손자병법을 사회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가지는 마흔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비겁'의 철학, 생존의 기술, '공존'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갑'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왕이면 자신이 갑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갑' 혹은 '슈퍼갑'과 같은 단어들이 많이 쓰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모두가 갑일 수는 없고, 오히려 대부분이 을의 입장에 있게 되는데 이런 상황의 사람들에게 손자병법의 비겁의 철학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손자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쉽게 이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굳이 싸움을 시작도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충고이다. 내가 을이라 갑과 싸움을 해서 이기거나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자존심은 접어두고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거다. 너무 수동적이고 비관적이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의 규칙이 그렇다면 일단은 따르면서 뒤에서 나를 성장시켜서 싸울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가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는 동안에 남들도 성장을 하고 있고, 내가 성장을 하면서 내가 경쟁자로 삼는 사람들의 수준도 올라게 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경쟁자와 고등학생일 때의 경쟁자, 대학생일 때의 경쟁자의 수준이 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내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 많이 가지려고 아둥바둥대며 싸움을 거는 것보다 가진 것을 지키며 생존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내가 사회에서 경쟁자나 다른 사람에게 승리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과 인연이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배틀로얄이나 로마시대 검투사들처럼 데스매치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면 같은 직장이나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는 계속 보고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승진하거나 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고 다른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때로는 나와 경쟁하고 심지어 배신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협력하고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하고 함께 공존해 나가야할 사람들이다. 동업자 정신은 스포츠 뉴스에서나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다. 

을의 입장으로 살아가는 날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실제적인 조언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아직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조직 속에 있긴 하지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나중에 더 큰 사회로 나갔을 때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일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어느정도는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책이었다. 

올해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에게 지금 힘들고 어려운 것이 너희만 그런 것도 아니고 너희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위로를 해주었다. 이 책에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혹은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너희가 나쁜 것이 아니라 원래 인간은 몇천년 전부터 그랬던 것이라는 내용을 통해 그런 사람들을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비단 직장인과 같이 사회에 던져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학교와 같은 소사회에 있는 학생, 인간관계를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비겁, 생존, 공존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올해 읽은 책 중 '갑'이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만 얘기하고 넘어가기에는 찝찝해서 내가 생각하는 단점도 간단히 언급. 
삼국사기와 같이 우리나라 역사의 내용을 예시로 드는 점은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몇가지 예시들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조금 아쉽다. 예를 들어 이순신의 전승신화 비결이라든가 당태종의 고구려 원정이라든가. 그리고 당태종과 이세민이라는 단어가 왔다갔다하면서 나오는데 나같이 동일인물임을 몰랐던 무상식의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중간에 한나라당이 출연하는건 쇄수가 올라갈 때 수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사회 초년생이나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기대했던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강추. 
'갑'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을'이라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도 추천. 
고전과 자기개발서를 동시에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약해야 한다는 것이 신조인 사람에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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