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모든것의미래인류의미래에관한눈부신지적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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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데이비드 오렐 (리더스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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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지금까지 해오고 지금도 해오고 있는 것은 특정 조건에서 내가 알기를 원하는 항목의 값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학교를 오래 다니지는 않아도 고등학교까지 배우는 수학도 그렇고, 물리도 그렇고, 화학도 그렇고, 많은 과목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된다. 좀 더 자세하게는, 현재 혹은 알고 있는 조건의 물리적 현상을 모델을 이용해 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혹은 알고 있지 못하는 조건의 물리적 현상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내가 지금까지 먹고 살고, 앞으로도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할 일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과거와 현재로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나온 책 중 박경철 원장이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보기 시작한 책인데, 책 내용이 '거의 모든 것'의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제인 '인류의 미래에 관한 눈부신 지적탐험'은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맞는 것 같다. 

책은 과거, 현재, 미래 세 부분으로 나눠져 각각의 시기에 인류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수행했던 연구들을 설명한다. 
과거편에서는 인류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고대 그리스의 신탁에서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신탁 이후에는 점성술이나 수학, 천문학, 물리학 등을 통해 미래 예측을 하기 위한 노력을 서술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과학의 발전과정을 '미래 예측'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다. 미래 예측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별을 관찰해서 오늘은 여기에 있던 별이 내일은 어디로 갈까, 별과 달을 보고 내일의 날씨는 어떨까, 이런 것들을 예상하는 것이 바로 미래 예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F=ma라는 법칙을 통해 물리현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예상할 수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듯 과거편은 과학사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편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가장 노력하는 세 분야를 다룬다. 
첫째는 매일 뉴스 말미에 볼 수 있는 일기예보이다. 날씨 예측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현재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날씨 예측 모델(GCM, Global Climate Model)의 개발과 개량을 통해 날씨를 예측하는데 고려해야할 변수들과 그 변수들의 초기값을 제대로 알기 때문에 날씨 예측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건 GCM 뿐만 아니라 모든 모델링을 통한 예측에서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우선 모델이 잘못되었거나, 모델에 들어가는 초기 혹은 경계조건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를 GCM에서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는 내용이 주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진시황 시절부터 내려온 욕망인 건강과 장수에 대한 내용이다. 10년 정도 전부터 게놈 프로젝트를 시행되며 인간의 DNA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나 치료법 등을 개발하겠다는 시도가 계속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쉽게 우생학같은 것으로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거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으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DNA 분석을 통한 미래 예측에 대한 내용은 언뜻 들으면 생명 분야 지식이 필요할 것 같지만 책이 쉽게 쓰여져 있어 딱히 읽기 힘들진 않다. 
마지막으로는 건강과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돈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는 경제 예측이다. 경제 분야 예측 기사나 칼럼, 시평 등을 살펴보다보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 같거나 차익실현으로 인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반대 상황이면 계속해서 떨어지거나 기술적 반등이 있을 수 있다..이런 예측들이다. 왜 이런 예측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가는 앞서 말한 GCM과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경제 예측 모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변수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편은 현재편에서 말한 세 가지, 날씨, 건강, 부가 하나로 묶여진다. 
점차 심해지는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과 세계 경제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예측하고 분석해 놓았다. 하지만 결국은 앞에서 저자가 열심히 말했듯이 미래 예측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길게 적기는 했는데 결론은 이거다.

미래 예측은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고, 완벽한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 


어떤 미래 예측 모델도 결과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고려하기는 불가능하다. (뉴욕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베이징의 나비 한마리를 모델에 넣기는 쉽지 않다) 또한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의 제대로 된 값을 측정하고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설사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해 미래 예측 모델을 만든다고 해도 돌연변이와 같은 불규칙한 상태를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세상이 기계처럼 딱딱 맞춰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장 우리나라 정치판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언제 어떤 일이 갑자기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베이징에서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에 태풍을 몰고 오듯이 노회찬의 서울시장 완주가 강용석의 재평가를 가져올 줄 누가 알았겠나.
책을 읽는 기간 동안 한미 FTA로 나라가 둘로 쪼개져있고(지금은 국회에서 비준까지 되버렸다.),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미래 예측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고 이 모델에 대한 초기/경계 조건을 찬반론자가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에 정반대의 예측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두 주장 모두 100%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아니 믿고 싶다). 둘 다 50%씩 맞을지, 어느쪽 주장이 미래에 좀 더 가까울지조차도 알 수 없다. 물론 둘 다 생각도 못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어떤 결과가나올까 기다리기만 할수는 없을테니 서로 믿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행하고 어느 쪽이든 현재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고 해도 원하는 미래가 찾아오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머리속 어딘가에 넣어두기는 해야할 것이다. 

두꺼운 양장본 책을 싫어한다면 비추. 
쉬운 난이도의 과학교양서를 원한다면 추천. 
기상청은 왜그리도 일기예보를 못하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게놈(genome) 프로젝트가 도대체 왜 중요한 건지 알고 싶다면 추천. 
경제전문가들은 주식에 대해 왜 뻔하고 하나마나한 예측만 하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혹시나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아래 책도 한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조금 두껍기는 해도 전반적인 과학 이해에는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거의모든것의역사
카테고리 과학 > 과학이론
지은이 빌 브라이슨 (까치,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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