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우더 살인사건' 이후 오랜만에 읽어본 엘러리 퀸의 작품. 
국명 시리즈를 내놨던 '검은숲'에서 국명 시리즈 이후 비극 시리즈도 내놓았다는 소식에 찾아보니 이미 모든 비극 시리즈가 출판되어 있었다. 차례대로 읽어볼까 하다가 일단 가장 유명하고 좋은 평을 듣는 'Y의 비극'부터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Y의 비극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엘러리 퀸 (검은숲, 2013년)
상세보기
 
위의 책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책의 디자인은 국명 시리즈와 같다. 책의 크기라든가 표지의 글씨체, 띠지의 크기를 비롯한 디자인 등이 모두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 띠지의 색이 붉은 계통에서 검은색으로 바뀌고 작가들의 사진이 없어진걸 제외하면 오래된 느낌을 주는 종이의 색과 패턴이나 속표지에 엘러리 퀸 형제가 나온 사진까지 동일하다.

나는 전혀 몰랐는데 처음 이 책이 미국에서 나올 때 작가들이 사용한 필명은 엘러리 퀸이 아니라 '바너비 로스'였다고 한다. 왜 그들이 다른 필명을 이용했었는지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Y의 비극'은 뉴욕 로어 만에서 요크 해터라는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미치광이 해터가에서 계속해서 사건이 벌어진다. 비극 시리즈에서는 엘러리 퀸이 아닌 '드루리 레인'이라는 은퇴한 연극배우가 탐정으로 등장한다. 젊고 자신만만하며 혈기왕성한 느낌의 엘리리 퀸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자신이 확신을 할 때까지는 절대로 입을 떼지 않는, 신중하고도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섣불리 떠벌리지 않고 다음과 같이 고뇌하기도 한다.  

토요일이었다. 햇살은 눈부시게 강물 위에 반사되었다. 리무진에서 내린 레인은 보도를 가로질러 시체안치소의 닳은 돌층계를 지친 발걸음으로 올라갔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이런 비정한 일에 손을 대고 있단 말인가? 연극배우로서의 명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는 숱한 찬사를 받는 동시에 그에 못지않은 비난도 많았다. '세계 최고의 명배우'라는 찬사에서부터 '이 경이에 찬 시대에, 벌레 먹은 셰익스피어에나 매달리는 시대착오적인 배우'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온갖 말을 다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도와 본분에 걸맞은 예술가답게 그러한 찬사와 비난에 얽매이지 않았다. 전위적인 비평가들이 어떤 독설을 퍼부어도 레인은 자신의 사명을 다할 뿐이라는 불굴의 결의와 냉정한 신념으로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째서 절정에 이른 명성에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쓸데없는 일에 관여했단 말인가? 악인을 징벌하는 것은 섬 경감이나 브루노 검사 같은 이들의 임무가 아닌가? 악? 순수한 의미에서 악인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탄도 원래는 천재였다. 다만 무지한 인간이나 비뚤어진 인간, 불행한 운명의 희생자들이 있을 뿐이다.


사건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다. 힌트는 곳곳에 뿌려져 있지만 그와 더불어 함정도 숨겨져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던 살인도구 선택의 이유를 알았을 때 그 자체도 함정이 아닌 힌트였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못했다는..

책을 읽는 도중에도, 읽고 나서도 왜 'Y의 비극'이 그렇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로마 모자 살인사건'나 '프랑스 파우더 살인사건'을 읽었을 때 추리력과 더불어 약간의 운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면이 조금 아쉬웠었는데 'Y의 비극'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엘리리 퀸 작품의 인지도가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 뤼팽 작품들만큼 되지 못한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Y의 비극'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머지 비극 시리즈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강추.
엘러리 퀸의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


 
by 청춘한삼 2013. 9. 1. 17:37
다잉아이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재인, 2010년)
상세보기

믿고보는 작가였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난번 읽었던 백은의 잭에서 신뢰도를 좀 깍아먹었다. 이번엔 혹시나 하고 반신 반의 하면서 책장을 넘겼더랬다.

이전의 추리 소설처럼 빙빙 꼬아서 만들진 않았고 흠 그냥 수월하게 진행되는 내용들? 초반의 스토리 자체는 흡입력 있어서 잘 빨려들어갔는데 수습이 영 안된다고 해야되는건가?

이후 스포일러 내용 다수- 

후반으로 갈수록 허점들과 사장의 딸이  그 여자라는게 개연성이 떨어진것 같다.(앗 이건 스포일러인가)

죽은 여성과 닮은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 분명 내용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저 귀신이 씌여서 그렇다는게 좀 찝찝하다는?ㅠ

왜 신스케와 미도리가 그런 성적 관계까지 갖게 되었는가의 내용도 밝혀지지 않고.. 그저 나의 추측으로만 이해해야 되는건가. 복수하려는데 섹스로만 치부되었는지.

작가의 이름만으로는 또 네임벨류만 믿지 말아요~ 좀 허술 허술 했답니다.  

'그여자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리학, 나좀 구해줘.  (2) 2013.05.16
궁극의 아이. 궁극-?  (2) 2013.05.16
나는 전설이다  (2) 2013.05.03
확신이 주는 함정이라,  (2) 2013.05.03
발칙하다 못해 유쾌하다! 발칙한 유럽산책  (2) 2013.04.2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4. 22:23
내가 어릴 때 최고의 탐정은 언제나 셜록 홈즈였다. 최초의 탐정인 뒤팽, 회색 뇌세포를 가진 포와로, 앨러리퀸, 미스 마플, 브라운 신부와 같은 여러 탐정들이 존재했지만 가장 유명하고 대단한 탐정은 셜록 홈즈였다. 아마 나말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을거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가 출현한 영화도 개봉하고 드라마도 방영하면서 추리소설과 친하지 않던 사람들도 홈즈를 알게 되고 매력을 느끼고 있다. 
 
셜록홈즈:실크하우스의비밀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앤터니 호로비츠 (황금가지, 2011년)
상세보기

마지막 계곡에서 죽은줄만 알았던 홈즈가 돌아왔다 다시 죽은지 한참이 됐던 홈즈의 소설이 또다시 출판됐다. 하지만 작가가 홈즈를 만들어낸 코난 도일은 아니다. 코난 도일 재단에 의해 공식 셜록 홈즈 작가로 임명된 앤서니 호로비츠가 홈즈를 다시 부활시켰다. 몇년 전에는 피터팬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통해 운영되는 아동병원의 재정상황이 안좋아지면서 공식 작가에 의해 피터팬이 돌아오기도 했었는데(돌아온 피터팬) 홈즈의 경우도 비슷한 것으로 생각된다. 원작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가장 큰 적은 원작일 때가 많다는 점에서 이 소설도 오히려 원작 팬들에 의해 사생아 취급을 받을 수도 있을텐데 그런 평가가 내려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식 작가에 의해 단발성으로 나오는 후속편이다보니 당연히 장편이고, 스케일 또한 크다. 소설에서 등장했던 거물급 인물들은 모두 나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찌보면 로버트 다우니 Jr.이 나왔던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건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마치 하나의 사건처럼 진행시키는 스토리의 미끈함과 영화에서보다는 원작 소설에 좀 더 가까운 등장인물들은 좀 더 영화보다는 이 책에 한표를 던지게 한다. 

셜록 홈즈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라 수많은 리뷰들이 있을 것이고 아마 대부분은 이 책의 장점에 대해 적었을 것으로 생각되니 나까지 굳이 한 글자를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아쉬운 점만 좀 적어보자면, 우선 제목에서도 나와있는 '실크 하우스'의 존재를 홈즈가 확신하는데 이용되었던 증거가 너무 빈약해 보였다. 내가 홈즈만큼의 추리력을 가지지 못해서겠지만 나로선 그 증거들만 가지고 의심해볼 순 있겠지만 그정도까지 확신하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 더욱이 '실크 하우스' 이름의 비밀은 이후에나 알게 되었으니. 다음으로는 위기 상황을 탈출할 수 있게 해주는 우연과 행운이 셜록 홈즈보다는 아르센 뤼팽이나 영화에서 더 어울릴 것 같은 정도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점들은 셜록 홈즈의 장편을 본지 너무 오래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셜로키언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평가일 수도 있다. 

작가가 다르긴 하지만 원작에서 나왔던 내용들이나 배경들이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아 들어있고, 베이커가 221B의 탐정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또한 다시 원작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하기도 한다. 

셜로키언이라면 이미 다들 읽어보았을테니 굳이 추천할 필요는 없음.  
근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
전설보단 레전드 명탐정의 새로운 추리와 모험의 세계를 엿보고 싶다면 추천.
사회파의, 혹은 아주 가볍게 진행되는 추리소설 대신 고전적인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보고 싶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3. 2. 11. 23:11
  다른 일로 도서관에 들렀다 신간코너에서 보고 집어온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이하 삼색털)'. 특이한 제목과 추리소설답지 않은 표지보다는 '유머' 미스터리라는 설명에 끌렸다. 차에서 가볍게 읽을 책을 찾고 있었기에 무거움과 심각함으로 도배된 사회파 추리소설이나 진지함이 항상 자리잡은 고전 추리소설보다는 유머가 적당한 추리소설이 더 나을거라 생각했다.

삼색털고양이홈즈의추리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씨엘북스, 2012년)
상세보기

  유머 미스터리라고 하니 지난 번에 읽었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이하 수수께끼)'가 자연스레 떠오르며 읽으면서 비교가 되었다. 그래서 아주 주관적으로 두 책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수수께끼풀이는저녁식사후에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21세기북스, 2011년)
상세보기

  두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형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둘 모두 뛰어난 능력과 통찰력으로 깔끔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아니라는 점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뛰어나지 못한 주인공들은 어떻게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하는가? 주인공들에게 예기치 않았던 조력자가 나타난다. '삼색털'에서는 제목에 나타나듯이 고양이, '수수께끼'에서는 주인공을 보살피는 집사다. 고양이와 집사. 조력자라 하기엔 뜬금없는 인물(?)들이 주인공들에게 진실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유머 미스터리 소설이라 그런지 이런 특이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나마 '삼색털'에서는 주인공인 가타야마 형사가 피, 높은 곳, 여자를 무서워하고 우유부단하면서 어리버리하다는 점 정도의 설정, 그리고 고양이 홈즈 정도만 특이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에 비해 '수수께끼'는 훨씬 더 특이한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아니 거의 일반적인 인물은 없는 수준이라고 할까. 일단 주인공 레이코부터 거대한 재벌 그룹의 외동딸이지만 이를 감추고 형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상사는 또 다른 자동차 회사의 사장 아들이다. 주인공을 도와 '머리'역할을 하는 집사는 프로 야구선수나 사립탐정을 꿈꿨지만 현재는 재벌 2세의 집사인데 자신의 상사에게 까칠하게 독설을 내뱉는다. 인물 면에서만 보면 '수수께끼' 쪽이 훨씬 더 아스트랄하다. 배트맨도 아니고 부자 주인공과 집사 조합이라니. 하지만 알프레도와는 거리가 먼 건방진.

  이런 인물들로 전개가 되는데 두 소설의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분량이 아닌가 싶다. 장편인 '삼색털'은 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여러가지 일이 발생하지만 '수수께끼'는 단편이다보니 유머 코드를 빼면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거의 트릭모음집(?)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건 단편집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사건 자체도 단순화되다보니 추리를 하기가 좀 더 쉬워지는 면도 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겠지. 참고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단편들 중 하나의 제목이다.

'삼색털'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범행동기였다. 미리니름을 피하기 위해 자세히 언급은 안하겠지만 트릭도 조금은 그렇고 범행동기도 그렇고..나의 이해심과 범인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쉽게 납득이 안간다고나 할까..왜 저랬을까. 저런걸로 죽이기까지 했어야 했을까..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관적(혹은 객나적)으로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유머 미스터리답게 좀 더 가볍고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장편은 아무래도 트릭과 더불어 스토리 전개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좀 아쉬운 점도 있었고해서..하지만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개인적인 취향을 말한거다. 어쨌건 개인적으로는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보다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후속편을 좀 더 기대하고 있다.

유머 코드가 섞인 혹은 가벼운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둘 다 추천.
특별히 장편을 선호한다면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를,
단편을 선호한다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를 추천.
by 청춘한삼 2012. 5. 20. 20:00
트랙백 : 2012/01/15 - [그여자의 독서와 사유] -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두번째로 읽은 엘러리 퀸 시리즈. 
'로마 모자 미스터리'와 동시에 발매되었는데 띠지의 색이 빨간색이 아닌 주황색이다. 시리즈마다 바뀔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편인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도 주황색인 것 같은데) 왜 굳이 바꾼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주황색이 책 표지와 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프랑스파우더미스터리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엘러리 퀸 (검은숲, 2011년)
상세보기


이전 포스팅에서 적었던, 엘러리 퀸은 사건 현장에서 어색한 점을 찾고 수사하는 것에 매우 능숙하다는 것을 훨씬 극대화 시킨 작품이다. 이전 편에서 어색한 점이 사라진 모자였다면 이번에는..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가 전편인 '로마 모자 미스터리'보다 특별한 점은, 전편이 엘러리 퀸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사와 추리는 리처드 퀸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서였지만 이번에는 거의 대부분을 엘러리 퀸이 진행하고 리처드 퀸은 도움을 주는 수준에 그친다. 드디어 엘러리 퀸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본격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추리 소설 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홍보 문구를 보았었는데 충격적이라기보다는 극적이라고 생각된다. 결말을 밝힐 수는 없으니 말은 하지 않겠지만 그 여자 Gene의 표현 그대로 짜릿하다. 모든 소설은 결말을 어떻게 맺느냐가 감동이나 재미의 절반 정도는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만족스럽다. 마치 임요환과 도진광의 패러독스 혈전의 결말을 보는 느낌이랄까. 드라마 전개상 가장 극적인 순간에 극적인 방식으로 맺어진 결말. 

이번 작품도 역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 

'그남자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니볼 - 혁신의 위대함과 한계  (2) 2012.04.16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 현대 시민의 필독서  (2) 2012.02.26
로마 모자 미스터리  (2) 2012.01.30
달려라 정봉주  (2) 2012.01.20
36.5˚C 인간의 경제학  (2) 2012.01.12
by 청춘한삼 2012. 2. 2. 19:38
트랙백 : 2012/01/01 - [그여자의 독서와 사유] - 로마 모자 미스터리 - 추리소설의 거장 엘러리퀸

말로만 듣던, 그것도 얼핏, 엘러리 퀸의 작품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X의 비극', 'Y의 비극'의 제목 정도만 알고 있던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이름도 생소한 '로마 모자 미스터리'. '국가 + 명사 + 미스터리' 시리즈의 첫작품이자 엘러리 퀸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엘러리 퀸의 작품들이 새롭게 번역되어 시리즈로 하나하나 나오게 되는데 지금까지는 로마 모자, 프랑스 파우더,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이렇게 세 권이 나왔다.

책 자체는 양장본이지만 판형이 작아서(B6) 가지고 다니기에 편하고, 속지는 오래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 되어 고풍스러운 느낌도 준다. 띠지에 작가들 얼굴이 부담스러운 것만 빼면 만족스럽다. 내용은 물론이고. 

소설의 대략적인 소개는 출판사의 서평이나 그여자 Gene의 포스팅을 통해 보는걸 추천.   

로마모자미스터리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엘러리 퀸 (검은숲, 2011년)
상세보기
 
추리소설의 원칙 중 하나는 독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탐정이 추리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들 각자가 스스로 탐정이 되어 사건의 실체, 즉 범인과 트릭을 알아내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자와 탐정, 혹은 독자와 작가는 먼저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작가는 독자에게는 사건의 실체를 최대한 들키지 않으면서 탐정에게만 알려주려고, 독자는 탐정이 모든 것을 밝혀내고 말하기 전까지 알아내기 위해. 

'로마 모자 미스터리'를 비롯한 엘러리 퀸 시리즈는 작품에의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작가(탐정), 독자 간의 이런 경쟁을 최대한 이용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앞에서 말한, '독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추리하지 않는다'는 당연히 지킨다. (사실 이걸 안지키면 추리소설이 아니다) 또한 엘러리 퀸과 아버지인 리처드 퀸의 대화를 통해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정리해주면서 독자와 탐정이 최대한 비슷하게 진도가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범인과 트릭을 밝히기 전에는 대놓고 독자에게 '난 이제 다 알겠는데 너도 그러니??'라며 도발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등장인물들을 정리해놓은 페이지는 독자를 조금 더 도와주려는 작가의 작은 배려일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 엘러리 퀸은 사건 현장에서 어색한, 이번에는 사라진 모자, 어떤 것을 통해 수사와 추리를 진행해 나가는 것에 익숙해 보인다. 사건 현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사건 내용에 대한 편지만 보고도 모든 전황을 파악하고 뚝딱 해결해 보이고 잘난척까지 하는 뤼팽이나 미스 마플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덜 초인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하도 회색 뇌세포를 거들먹거려서 때론 재수없어 보이는 벨기에인에 비해서도 조금 더 그렇다. 

하지만 인간적(덜 초인적)이라는 표현이 어설프고 서투르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고전 추리소설답게 추리 과정은 정말 논리정연하다. 작은 단서에서 출발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연적인 행운도 있기는 하지만 어찌됐건 추리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이런 점이 고전 추리소설의 최대 장점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하나.
셜록 홈즈나 포와로처럼 전업 탐정도 아니고, 김전일과 같이 숨만 쉬어도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저주받은 운명이 아닌 엘러리 퀸이 수많은 사건들에 관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뉴욕에서 경찰로 근무중인 아버지 리처드 퀸 경감 덕분이다. 또한 아버지가 경감이기 때문에 경찰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엘러리 퀸이 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사소한 점들도 최대한 인과관계를 맞추려는 고전 추리소설의, 혹은 엘러리 퀸의 치밀함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 
by 청춘한삼 2012. 1. 30. 00:05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