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첫번째 책은 2012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인 '생각의 좌표'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요즘 자주 듣는 '꿈타장의 행복한 책읽기' 팟캐스트 덕분이다. 주로 주말에 차를 탈 때나 방에 혼자 있을 때 아이패드로, 요즘은 휴대전화로도 다운 받아서 운동할 때나 출퇴근할 때 하나씩 듣곤 한다. 그 중 '생각의 좌표'를 다룬 에피소드를 듣고 한번 읽어볼까..생각을 하는 와중에 그여자 Gene께서 선물해주셔서 읽어보게 되었다. 


홍세화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와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쓴 작가이자 진보주의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진보신당의 대표를 맡은 것은 이전부터 듣긴 했었지만 이미 당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시기였기에 그러려니..하고 말았었다. 앞에 적은 저자의 두 책도 제목만 듣고 읽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실 저자에 대해 알고 있던건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어찌보면 아무런 선입견이 없는 상황이랄까. 

 


생각의 좌표

저자
홍세화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09-11-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더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라, 덜 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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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단에서 적었듯이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일반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이 의문을 접하게 되면 내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인가, 남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주입된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도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사고를 계기로 우리는 진정한 내 생각이 무엇인지, 그 생각의 좌표는 어디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무교육기간 동안, 지금 세대는 대학교육까지를 받으며 자신의 생각을 구축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폭넓은 독서, 열린 자세의 토론, 직접 견문, 성찰이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권장은 커녕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도 않는다. 이 부분을 저자는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주체적 자아, 진정한 자유인을 형성하는데 있다면 학생들에게 독서와 토론, 직접 견문과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로지 암기와 문제풀이 능력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한국의 제도교육은 윤리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의 일상에서 폭넓은 독서, 열린 토론, 직접 견문, 성찰의 기회를 완벽하게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제고사의 시행이라든가, 대학에 대한 지향이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보다 줄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실이 그다지 바뀌진 않았을 것 같다. 그나마 교육열(?)이 극성이지는 않았던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조차도 학교에서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나 '타나토노트'와 같은 비교과서를 읽는 것을 본 선생님에게 '너도 이런 책 읽는구나'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교육열이 훨씬 높았던 수도권이나 다른 곳의 학생들은 더더욱 그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과서와 문제집만 보기를 강요당하고, 수행평가의 일환으로만 이용되는 토론, 초등학생조차도 학교-학원-집(독서실도 포함 가능)의 쳇바퀴만 허용되는 생활에서 직접 견문이나 성찰은 바랄수도 없다. 대신 시험 성적, 모의고사 성적만이 일상이 되고 전국에서 몇 등이나 몇 등급인지, 전교, 반에서 몇 등인지, 언어 영역, 수리 영역 점수가 몇 점인지가 아이들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어릴 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언어 영역을 시험을 통해 점수를 내는 것이었다. 어떤 작품을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모든 사람이 같은 문장에서 감동을 받지도, 재미를 느끼지도 않는다. 누구에게는 인생 최고의 책이 누군가에게는 X나 재미없기만 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모든 학생들이 같은 작품에 대해 같은 것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워야 한다. 시의 어느 행은 어떤 것을 의미하고, 저 단어는 무슨 의미이고, 이 작품의 주제는 이거라고. 수학처럼 딱 맞는 답이 나오는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과학은 생각과 논리를 요구하는, 정답이 없는 학문인데도 서열화된 대학은 초중고 교육을 대학입시 교육에 종속시킴과 동시에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도록 요구했다. 인문사회과학을 생각과 논리는 없고 정답이 있는 '반학문'으로 왜곡시킨 배경이다. 학생들에게 생각과 논리를 물어서는 일등부터 꼴등까지 정확하게 줄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간과 사회, 사물과 현상에 관해 묻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과 논리를 갖도록 요구하는 대신 객관적 사실에 관해 암기하도록 요구할 뿐이다. 생각과 논리의 학문을 암기과목으로 바꾼 것이다.


누구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굳이 꺼내지 않던, 학창 시절에는 그저 해야하니까 따랐고 이후에는 이후의 생활에 정신이 팔려 남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그 생각에 대해 저자는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런 문제의 이유는 '서열화'이고, 문제로는 학생들이 자기 생각과 논리를 갖지 못하고 객관적 사실에 관해 암기하기만을 요구받는 것이라고. 


현재 학교에서의 문제는 제대로 된 시민 - 자유나 평등, 인권, 자율성, 관용을 지닌 - 을 기르기 보다는 경쟁과 승리를 가장 큰 덕목으로 삼는 학생들을 기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 종속되버린 학교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알지만 사회와 교육계 전체를 한번에 바꿀 수는 없기에 학교 내부에서라도 뭔가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고, 그 때문에 서울에서 혁신학교나 학생인권조례 등이 지속되지 못할 현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낀다. 


교육 문제 외에도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다루는데 그 중에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 또한 본인들의 생각이 어디서에 어떻게 만들어졌고,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려 하지 않는 점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노동자의 50%가 비정규직이고 자영업 비율이 30% 정도인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와 중소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들이 이렇게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는 본인들이 '나는 다르다'라고 생각하거나 정당들에 전혀 관심, 혹은 기대가 없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사파리의 초식동물들은 그들끼리 서로 연대하지 않으면 하나씩 차례로 잡혀먹히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무리지어 다니고 함께 행동한다. 동물들도 알고 있는 진리를 사람들도 이제는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충분히 깨닫지 못한 것 같다. 5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글이 길어진 김에 하나만 더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실수 중에는 '다르다'를 사용해야 할 곳에 '틀리다'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르다'는 different, '틀리다'는 wrong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용하거나 '틀리다'로 통일해서 사용하곤 한다. 이것은 단순한 말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다르다' 대신 '틀리다'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용인하는 것에 인색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서로가 다를 뿐인데 서로가 틀렸다라고 생각하고 갈등을 겪거나 갈등을 키우곤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면 자신과 다른 사람은 틀렸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고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이고. 저자는 몰상식은 불관용을 낳고 불관용은 제어되지 않을 때 거침없이 폭력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문제는 앞에 말한 것과 같이 서로의 차이를 용인하지 않는 몰상식이 용인되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널리 퍼져있어 사회의 주류를 차지할 정도라는 점이다.

 

글을 쓰다보니 원래 구성했던 것에 비해 내 생각이 많이 들어가 버렸다. 글이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과연 누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뜬금없지만 책의 한 구절을 옮기면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이 되었는지를 고민해봄으로써 사회가 더 성숙해지길 바라며.

 

시민사회의 발전 단계는 대중이 무지와 무관심 단계에서 벗어나 얼마나 시민의식이 성숙했는가에 의해 규정된다. 또한 시민사회의 발전 단계는 시민의식이 광신과 극단주의, 사익추구 자체에 내장하고 있는 열성과 집요함에 얼마나 맞서고 있는지, 권력과 돈이 가진 힘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

먹고 살기 바쁜데 자기 성찰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면 추천.

학교에서의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프랑스에서 살다 온 지식인이 말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본 리뷰는 그여자 Gene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by 청춘한삼 2013. 1. 4.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