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로 도서관에 들렀다 신간코너에서 보고 집어온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이하 삼색털)'. 특이한 제목과 추리소설답지 않은 표지보다는 '유머' 미스터리라는 설명에 끌렸다. 차에서 가볍게 읽을 책을 찾고 있었기에 무거움과 심각함으로 도배된 사회파 추리소설이나 진지함이 항상 자리잡은 고전 추리소설보다는 유머가 적당한 추리소설이 더 나을거라 생각했다.

삼색털고양이홈즈의추리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씨엘북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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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머 미스터리라고 하니 지난 번에 읽었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이하 수수께끼)'가 자연스레 떠오르며 읽으면서 비교가 되었다. 그래서 아주 주관적으로 두 책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수수께끼풀이는저녁식사후에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21세기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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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형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둘 모두 뛰어난 능력과 통찰력으로 깔끔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아니라는 점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뛰어나지 못한 주인공들은 어떻게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하는가? 주인공들에게 예기치 않았던 조력자가 나타난다. '삼색털'에서는 제목에 나타나듯이 고양이, '수수께끼'에서는 주인공을 보살피는 집사다. 고양이와 집사. 조력자라 하기엔 뜬금없는 인물(?)들이 주인공들에게 진실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유머 미스터리 소설이라 그런지 이런 특이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나마 '삼색털'에서는 주인공인 가타야마 형사가 피, 높은 곳, 여자를 무서워하고 우유부단하면서 어리버리하다는 점 정도의 설정, 그리고 고양이 홈즈 정도만 특이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에 비해 '수수께끼'는 훨씬 더 특이한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아니 거의 일반적인 인물은 없는 수준이라고 할까. 일단 주인공 레이코부터 거대한 재벌 그룹의 외동딸이지만 이를 감추고 형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상사는 또 다른 자동차 회사의 사장 아들이다. 주인공을 도와 '머리'역할을 하는 집사는 프로 야구선수나 사립탐정을 꿈꿨지만 현재는 재벌 2세의 집사인데 자신의 상사에게 까칠하게 독설을 내뱉는다. 인물 면에서만 보면 '수수께끼' 쪽이 훨씬 더 아스트랄하다. 배트맨도 아니고 부자 주인공과 집사 조합이라니. 하지만 알프레도와는 거리가 먼 건방진.

  이런 인물들로 전개가 되는데 두 소설의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분량이 아닌가 싶다. 장편인 '삼색털'은 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여러가지 일이 발생하지만 '수수께끼'는 단편이다보니 유머 코드를 빼면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거의 트릭모음집(?)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건 단편집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사건 자체도 단순화되다보니 추리를 하기가 좀 더 쉬워지는 면도 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겠지. 참고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단편들 중 하나의 제목이다.

'삼색털'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범행동기였다. 미리니름을 피하기 위해 자세히 언급은 안하겠지만 트릭도 조금은 그렇고 범행동기도 그렇고..나의 이해심과 범인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쉽게 납득이 안간다고나 할까..왜 저랬을까. 저런걸로 죽이기까지 했어야 했을까..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관적(혹은 객나적)으로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유머 미스터리답게 좀 더 가볍고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장편은 아무래도 트릭과 더불어 스토리 전개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좀 아쉬운 점도 있었고해서..하지만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개인적인 취향을 말한거다. 어쨌건 개인적으로는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보다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후속편을 좀 더 기대하고 있다.

유머 코드가 섞인 혹은 가벼운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둘 다 추천.
특별히 장편을 선호한다면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를,
단편을 선호한다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를 추천.
by 청춘한삼 2012. 5. 20.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