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던 '100℃'를 얼마전에야 읽어 보았다.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없지만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이라는 부제를 보면 6월민주항쟁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최소한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제대로 당시의 기록을 찾아서 보는건 처음이다.

책의 내용은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 신입생이던 주인공(사실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 같지만..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이라 할까)이 처음 광주민주항쟁을 알게 되고 학생운동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중에 작가의 후기에도 나오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많지 않은 분량의 만화에 주요한 사건들은 모두 들어 있어서 간혹 내용 전개가 부드럽지 않다는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많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가고 있다. 운동권 내부의 갈등, 운동권과 비운동권 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등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책 제목인 100℃가 의미하는 건 너무 유명하니까 따로 나까지 한마디 거들 필요는 없겠지만..개인적으로 꼭 민주화 운동이 아니더라도 유용하게 잘 쓸 수 있는 말이고, 항상 유념해 두어야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100℃까지 끓을 수 있는 일이 민주화 운동만 있는건 분명 아니니까. 그건 역사가 아니라 일반 생활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니.

만화의 본 내용도 좋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부록이었다. 어릴 때보던 학습만화 형식으로 두 등장인물(하나는 사슴이라 인물이라고 해야할지..)이 민주주의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민주주의에 왜 관심을 기울이고 굳이 지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1980년대가 아닌 현재의 시각으로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혐오 성향을 가진 기성세대나 정치, 민주주의에 전혀 관심이 없는 현세대들에게서 쉽게 던져질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많아서 혼자 생각했을 때 답이 잘 안나오던 질문이나 토론에서 나왔던 화제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독재자들과는 레벨이 다르지만 그들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현재의 정부의 덕분에 일반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더할나위 없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 시기에 어린 학생들은 물론이고 나 정도의 나이대, 87년 기억은 없고 현재의 촛불 소녀 세대에 끼인 세대, 는 필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터넷에서 한번쯤이라도 찾아서 보는게 좋지 않을까..생각이 든다. 나이 드신 분들이야 어차피 다 빨갱이들 혹은 철없는 인간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린거라고 생각하고 말지 모르겠지만 그런 분들에게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쯤 보여드리고 싶다. 한번 다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원래 인터넷에 올라와있던 만화이긴 한데 부록도 인터넷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책이 나온지 1년이나 됐고, 이전에 웹에서도 연재되었던 작품을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하기도 뭐하지만..재보선 선거도 있었고 하니..


100도씨뜨거운기억6월민주항쟁
카테고리 만화 > 역사만화
지은이 최규석 (창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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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9.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