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의 유형은 성취형, 우호형, 표출형, 분석형의 네 가지로 나뉜다. 이 중 분석형은 데이터를 중시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이 유형의 사람을 설득할 때는 구체적인 수치 등을 거론하여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전략이 주효하다. 


위 문단의 내용은 내가 지금 막 꾸며낸 것은 아니고 '설득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나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비단 분석형 인간이 아니라 하더라도 숫자에 약한 사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신문 기사를 읽거나 뉴스를 보다가 숫자, 통계, 그래프, 도표와 같은 것들이 나오면 그 내용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설득되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공신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숫자들에 쉽게 현혹되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숫자제공자가 의도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
카테고리 과학 > 수학
지은이 대럴 허프 (더불어책,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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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주로 통계로 표현하는) 숫자는 가치중립적인데 왜 굳이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는걸까??라는 의문이 생길수 있을 것이다. 그 대답은 숫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가치중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처럼 대놓고 그래프를 이상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모든 언론인들은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중립적이라는 단어 자체도 애매하긴 하다)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독자를 유도하기 위해 숫자나 통계가 가진 (우리가 인식하지는 못하는) 권위를 이용하곤 한다. 

책에서는 당연히 미국의 언론, 정치인, 연구소 등에서 나온 자료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아주 이해하기 어렵거나 무슨 소린지 모를 정도의 난이도를 보이지 않고, 숫자나 통계와 친하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지은이가 말하는 바를 쉽게 따라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신문, 방송 등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통계는 아무래도 여론조사일 것이다. 정치, 사회, 경제등 여러 분야의 여론조사가 정부, 기업,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조사되어 쏟아져나오곤 한다. 그나마 여론조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인 국면에서 정확도(혹은 신뢰도)에서 많은 의심을 받아왔기 때문에 응답에 응한 표본의 수, 표본집단의 편향성, 질문의 중립성 등과 같은 문제의 소지가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간단히 오래된 예를 하나 들면, 평일 오후 시간에 집전화만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한다면 그 시간 대에 집에 있는 비율이 높은 가정 주부의 의견을 과다하게 중요시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휴대전화도 조사 대상에 포함을 시켜야 하고 연령별, 성별, 지역별 등 여러가지 필터를 거쳐야 좀 더 정확한 조사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짜 평균적인 의견을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 외에 가장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통계는 평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균을 구하는 방식이 한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비롯한 조작의 가능성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평균의 경우에도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표본집단에 대한 문제는 동일하게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여대생 3명 중 한명이 교수와 결혼했다고 해서 '여대생 중 33.3%가 교수와 결혼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면 안된다는 것이다. 

평균을 구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사람이 고등학교 과정 정도에서 배웠을 산술평균, 기하평균을 포함해 여러가지가 있다. 난 안배웠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저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번 검색해보시라. 
일반적으로 '평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방식은 전체 표본집단에서 평균을 구할 대상의 값을 모두 더하고 대상의 총수로 나누어서 구하는 산술평균이다. 산술평균 계산하는 방식을 예로 설명하면 술집에 5명의 사람이 있는데 이들의 연봉이 1500만원, 2000만원, 2500만원, 2500만원, 3000만원이면 이들 연봉의 산술평균값은 (1500만+2000만+2500만+2500만+3000만)/5=11500만/5=2300만원이 된다. 그런데 이 때 술집 안으로 연봉이 25억쯤 되는 박지성[각주:1]이 잠시 들렀다고 하자. 그러면 술집 안의 6명의 평균연봉은 (1500만+2000만+2500만+2500만+3000만+25억)/6~4억3천만원이 된다. 과연 이 평균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술집에 원래 있던 사람 5명이 너무 적다고? 그럼 평균 연봉이 2300만원인 사람 100명이 있었다고 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박지성이 포함되면 평균연봉은 4700만원 정도가 나온다. 표본집단을 대표하는 값인 평균값이 어떤 것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표본들의 중간에 있는 값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처음 5명과 박지성을 표본으로 하면 (1500만, 2000만, 2500만, 2500만, 3000만, 25억) 중 중간에 위치한 2500만원이 중간값으로 구한 평균연봉이 되는 것이다. 

비단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평균을 구하는 방식에 따라 그 값은 일반적으로 달라진다. 그리고 평균 구하는 방식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산술평균, 기하평균, 조화평균, 중간값, 최빈값, 가중평균 등등 수많은 방식이 있다. 경우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이용하고, 결과를 제시할 때는 어떤 방식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제대로 나타내지 않는다면 조사자가 원하는 결과를 가장 잘 드러내는 평균을 이용해 조작 아닌 조작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평균이 아니더라도 조사자가 어떤 통계를 제시할 때는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가장 잘 드러내는 통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통계의 속임수를 피하는 다섯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책에는 구체적으로 나와있지만 리스트만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누가 발표했는가? 출처를 캐봐야 한다. 
2.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되었는지 조사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3. 빠진 데이터는 없는지 숨겨진 자료를 찾아보아야 한다. 
4. 내용이 뒤바뀐 것은 아닐지 쟁점 바꿔치기에 주의해야 한다. 
5.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살펴 봐야 한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조사해라. 


모두들 너무 쉽게 속지 않기 위해 어떤 팟캐스트 방송 엔딩처럼 외쳐보자. 
정치는 쫄지마~ 통계는 속지마~!! 

통계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 그외에도 기자나 언론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추. 
기사나 뉴스같은 곳에서 통계만 나오면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추천. 
내가 모르는 뭔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추천. 
나도 통계로 사기쳐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읽지마시길. 



덧.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책.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어의 거짓으로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노르망 바야르종 (갈라파고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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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서 좋을지 확신할 순 없음. 

덧2. 나도 이제야 알았는데 처음에 언급했던 설득의 비밀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책이 나와있었다.
설득의 비밀 / 타인을 움직이는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카테고리 자기계발 > 화술/협상
지은이 EBS제작팀 (쿠폰북,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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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있으면 읽어보거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시라. 
  1. 박지성 연봉이 25억원인지는 사실 모름. 다만 30~40억원까지는 안된다는 말을 하니까 대충 그정도는 되나보다하고 잡은 것임. 출처는 (http://sports.media.daum.net/worldsoccer/news/breaking/view.html?newsid=2012072516333169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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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2. 8. 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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