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아랍이 어떤 나라들을 말하는지 몰랐다. 정확히는 아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 아랍과 중동, 이슬람 국가를 거의 동일시해왔다. 뭔가 차이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정확히 뭐가 다른지 알지 못했다. 나에게 중동[각주:1]이나 아랍이란 단어는 석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라크, 테러, 축구 경기 정도에서나 접하는 단어였다. 관심을 가질 생각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실제로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 정도라고 할까. 이런 아랍에서 5년 동안 기자, 특파원으로 지냈던 한 유럽인이 중동과 저널리즘에 대한 책을 냈다. 

웰컴 투 뉴스 비즈니스 / 저널리즘 쇼비즈니스를 뒤집는 아랍 특파원 표류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언론/신문/방송
지은이 요리스 루옌데이크 (어크로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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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몇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제목과 같은 비즈니스로서의 뉴스 비판, 다른 하나는 중동의 독재국가들에 대한 비판이다. 

뉴스에서 해외 소식을 전할 때는 해외 특파원이 상징적인 장소에서 뉴스를 브리핑하곤 한다. 미국이라면 백악관 앞, 월스트리트 거리 뭐 이런 곳?? 해외특파원들이 언론의 취재가 용이한 국가라면 특파원을 직접 두는 것이 더 빠르고 자세한 현지 소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라면 해외 특파원의 의미가 전혀 없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힘들게 해외까지 가서 현지 소식을 본국의 회사나 CNN 등을 통해서 듣고 이를 토대로 기사를 써서 다시 본국으로 보내는..바보같은 짓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뉴스 시청자, 청취자를 위한 쇼를 진행하는 것이다. 

또한 중동의 독재국가들[각주:2]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언론의 자유와 취재의 어려움의 이야기 또한 3자의 입장에서는 재미있었다.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기도 했고. 독재국가에서는 말 그대로 보도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각종 여론조사나 통계 수치, 인터넷을 통한 여론 동향 등을 생각도 할 수 없고, 그나마 가능한 것은 익명의 관계자들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북한의 언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고, 우리나라의 현실은 과연 얼마나 더 뛰어난건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강조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뉴스를 이루는 현실은 복잡하고, 이 때문에 뉴스의 이면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쌩쌩 잘 돌아가는 컴퓨터의 본체 뒤에는 많은 선과 먼지가 뒤엉켜있듯이 어떤 뉴스 뒤에 감춰진 진실은 지저분하고 엉망일 수 있다. 흔히 이스라엘에 의한 피해자로 인식되는 팔레스타인의 자치정부는 외부의 이스라엘과 함께 일반 팔레스타인인들을 구속하고 압박하는 독재정권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잘하고 있다는건 아니다) 서방세계가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것은 유대인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통해 이해할 것이 아니라 언론이 뉴스를 만들고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편의를 제공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에서 수행하는 전쟁에서 공습이나 미사일 공격을 하면 뉴스에서는 출격하는 폭격기나 발사되는 미사일만을 보여주지만 우리가 지켜보고 알아야 할 현실은 폭격, 공격당하는 도시, 마을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뛰어다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들, 가족들일 것이다. 이렇게 복잡, 다양한 현실과 뉴스의 이면을 생각해서 비판적으로 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객관적인 관점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체적으로 재미도 있고, 국제 사회, 언론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는 수작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비교해 볼 수 있고. 그런데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던 듯하다. 책을 빌리기 조금 전에 시사인에서 '아까운 걸작' 코너에 소개된걸 보면 말이다.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에 관심이 있거나 언론인을 꿈꾸고 있다면 강추. 
방송되는 뉴스 이면에 어떤 것이 생략되어 있고 방송되지 못하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양측의 문제가 뭔지 알고 싶다면 추천. 

  1. 서구인의 시각에 의한 중동이란 단어보다는 서아시아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 사실 중동은 서아시아에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일부 포함하는 개념이라 서아시아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서아시아보다는 중동이 더 맞는 개념이다. [본문으로]
  2. 우리나라에는 2011년에 책이 소개되었지만 원작이 나온 것은 2006년으로 쟈스민 혁명에 의해 독재자들이 쫓겨나기 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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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2. 8. 28.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