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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당장 당신이 오늘 점심으로 먹은 식사 한끼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도움은 뒤로 하더라도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님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자라난다.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또한 남들에게 도움을 준다. 우리는 누군가와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개인적이라고 말하든, 이기적이라고 말하든, 남들과 서로 돕는 것에 서툰 사람들이 있다. 서툴기만 한다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전혀 그럴 마음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무시하거나 오히려 이용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착하고 협력적인 사람들보다 더 성공하고, 성공을 위해서는 그런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말일까?
'죄수의 딜레마'라는 표현이 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단어 자체는 한번쯤 들어보았음직하다. '죄수의 딜레마'란 죄수 두 명이 심문 당할 때 서로 상대방이 죄가 있다고 자백하면 둘 모두 징역 5년, 둘 다 끝까지 죄가 없다고 주장하면 둘 모두 징역 1년을 받고, 만일 한명은 끝까지 자백을 하지 않고 한명만 상대방이 죄가 있다고 자백하면 자백을 한 죄수는 무죄 방면, 자백을 하지 않은 죄수는 모든 죄를 혼자 떠안고 징역 10년을 살게 되는 상황이다. (징역 햇수는 임의로 정한 값)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자백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서로 상대방이 어떤 행동하든 자신은 자백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 둘 다 서로를 배신하고 자백을 해서 5년 형을 받게 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이다. 한마디로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모두에게 최선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렇듯 죄수들이 한번만 선택을 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자백을 하는 편을 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죄수의 딜레마를 반복하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계속 서로를 배신하기만 할까. 그것이 최선일까. 어떤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놓일 프로그램들을 공모해 대회가 열렸다. 대회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다. 서로 협력하면 둘 모두 3점을 얻고, 서로 배신하면 서로 1점만을 얻는다. 하나는 협력, 하나는 배신한다면 협력한 쪽은 0점, 배신한 쪽은 5점을 얻는다. 이 간단한 규칙으로 참가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한번씩 게임(?)을 하고 최후에 총점을 이용해 순위를 가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다수는 배신을 적절히 잘하는, 덜 관대한 참가자(프로그램)가 우승했을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1차 대회를 비롯해 비공식까지 6회에 걸친 대회에서 총 5회 우승, 1회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낸 참가자는 '팃포탯'(Tit for tat)이었다. 팃포탯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생각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일단 협력을 하고 다음부터는 상대방이 이전에 선택한 것을 그대로 갚아주는 전략이다. 이런 단순한 전략이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지배했다.
팃포탯의 성공요인은 결코 먼저 배신하지 않는 신사적 특성과 상대의 배신 후에도 단 한차례의 응징(보복적) 후 용서(관대함)하고 협력하는 경향이다. 한번 배신하면 당장은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상대의 배신도 이끌어내면서 결국 점수의 총합은 낮아지게 된다. 상대가 한번 배신을 했다고 해서 용서하지 않고 계속해서 응징(배신)을 한다면 역시 상대도 다시 협력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신사적인 특성 덕에 쓸데없는 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보복적이라 상대가 배신을 할 때마다 지속하지 못하게 억제하고, 관대함은 상호협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이 간단하기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다음에 선택할 전략을 쉽게 이해하게 해서 장기적으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팃포탯은 어떤 대회에서도 강건하게 성공을 거두었다.
신사적인 규칙인 팃포탯만 비정한 규칙들 사이에서 홀로 우뚝선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상위권의 대다수는 비신사적이고 비정한 규칙들이 아니라 신사적이고 관대한 규칙들이었다. 쓸데없는 문제에 휘말리거나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고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축구나 체스처럼 오로지 한쪽만 이기고 한쪽은 지는 식의 경쟹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실제 세상은 그렇지 않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상호협력이 상호배반보다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될 때가 더 많다. 좋은 성과를 올리는 비결은 상대방을 누르고 이기는게 아니라 상대방에게서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협력을 유도하여 증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 얻은 결론은 크게 세가지다.
하나는 현재에 비해 미래를 더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장 배신을 통해 이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더 길게 보면 협력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소개팅을 할 때 다시 보지 않을 사람에게 하는 것과 또 보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행동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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