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이자 주식 전문가, 청춘들의 멘토, 안철수의 친구 등 다양하게 알려져있는 시골의사 박경철. 사실 나에겐 경제포커스 진행자로서의 모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다. 구수한 사투리로 재무설계 코너에 참여한 보통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울고 웃는 모습이 전문가다운 식견과 함께 나타난다는 점이 특이해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나같은 보통 사람들의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앞에서 달려나가며 따라오라고 손짓하기보다는 함께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같은 느낌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세트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박경철 (리더스북,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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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만 들리는 라디오에서도 사람 냄새를 구수하게 풍겼던 저자가 오래전에 썼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이제야 접하게 되었다. 사실 1권은 여름 휴가 기간에 읽었으니 오래 묵혀두긴 했다. 세트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두 권 모두 저자의 의술 활동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제목만 보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내용들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만 실상 내용은 그렇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저자의 직업이 의사이다보니 나같은 비의료인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죽음과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대다수이다. 간간히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기는 하지만 어둡고 슬프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가 훨씬 많다. 개인적으로는 1권을 보다가 이걸 계속 봐야할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1권을 다 본 뒤에는 2권을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1권을 다 보고, 2권까지 읽게 된 것은 이야기 하나하나에 담긴 저자의 솔직함과 진실함, 등장인물들의 삶의 궤적들 때문이었다. 내 경우에는 희노애락 중 노와 애를 많이 느껴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 또한 우리네의 인생이라는 것을 점차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여자께서 의료인이라는 점도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수술실에서 내가 평생보는 피보다 많은 양을 하루밤에 볼 것이고, 내가 평생볼 환자보다 더 많은 환자를 이미 보았을텐데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마 평생이 지나도 진짜 어려움의 1%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그만큼 책에서 느껴지는 비통함과 슬픔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상 이상이었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무거움과 더불어 생명이란, 사랑이란, 우정이란, 죽음이란, 그리고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라면 이정도 경험들은 다들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저자도 누구에게나 있는 정도의 에피소드를 자신이 발견하였다고 말하긴 하지만 주변에 대한 감수성이 없었다면 이런 책을 낼 수 없었을거라 생각한다. 

의사, 혹은 의료종사자를 꿈꾼다면 강추. 
감정적으로 쉽게 영향을 받는 편이라면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덧.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로 고 김근태 고문의 선거비용 초과 자진신고를 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큰 인물이다.  
by 청춘한삼 2012. 10. 3.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