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와 SK의 뜨거운 가을시즌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가을야구는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동시에 진행중이다. 올 시즌도 여전히 제국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쉽에 진출했다. 양키스는 1995년 이후 2012년까지 18번의 시즌 중 17번의 포스트시즌을 치루며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강팀 중 강팀임을 증명하고 있다. 양키스가 단 한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시즌은 2008 시즌이었다. 2008 시즌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지구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만년 하위팀이던 탬파베이였다. 바로 전해 2007 시즌에 지구 최하위를 기록했던 탬파베이는 팀 창단 최초로 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기세를 몰아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월드시리즈에서는 또 하나의 돌풍의 팀이던 필라델피아에게 패했지만 탬파베이는 시즌 내내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 / 메이저리그 히든 챔피언 탬파베이 레이스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영일반
지은이 조나 케리 (이상,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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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큰 성공을 하면 그 성공 요인을 밝히는 책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꼴찌팀에 어떤 일이 발생했길래 어느날 갑자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지 알려주기 위해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라는 긴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원제는 'The extra 2%'이다. 원제는 대답, 번역본 제목은 질문인셈이다. 

이 책의 소재가 야구팀 경영이라는 면에서 이전에 포스팅 했던 머니볼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머니볼이 빌리빈이라는 괴짜 단장을 축으로 세이버 매트릭스나 팀의 구성원들을 배열하며 어떻게 오클랜드가, 그리고 빌리빈이 혁신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는지 말해준다면, 이 책은 탬파베이라는 팀 자체를 축으로 이들의 암울했던 역사와 개혁을 통한 성공에 더 무게를 둔다. 이런 서술 방식의 차이는 빌리빈이라는 카리스마 있는 단장과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전체 야구계의 기존 상식을 뒤흔들만한 혁신과 결과를 보여준 오클랜드와 새로운 구단주에 의해 구단의 모든 것을 뿌리째 바꾸는 개혁을 성공시킨 탬파베이의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없던 선구자가 나타나 경쟁력 없던 팀을 쇄신하고 성공을 거두는 면에서 두 책은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많이 다르다.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새로운 해석툴을 이용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며 적은 돈으로도 성공을 달성한 오클랜드. 최악의 프로팀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성공을 거머쥔 탬파베이. 비유를 하자면 오클랜드는 가난한 집안의 고등학생이 열심히 공부해 결국 서울대에 차석으로 입학한거라면, 탬파베이는 가난하고 찌질한 만년 문제아가 어느 날 갑자기 정신차리고 공부하더니 서울대를 수석으로 입학했다고나 할까. 

이런 성공의 성격 차이 때문에 두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면은 차이를 보인다. 머니볼은 과외도 못하고 문제집은 커녕 교과서 살 돈도 충분치 않은 가난한 아이가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세이버 매트릭스)으로 공부를 했는지를 조명한다면 이 책은 문제아가 '어느 정도' 문제아였는지를 보여주고 정신을 차린 뒤(구단주 교체)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를 보여준다. 

머니볼이 빌리빈이라는 선구자가 오클랜드를 영광의 길로 이끄는지를 보여주는 영웅물이라면 이 책은 구단주를 그런 영웅적 주인공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성공을 이끈 것은 분명 새로운 구단주였지만 전체적으로는 팀의 역사를 다룬 전기문과 같은 성격을 보인다. 실제로 책은 탬파베이 구단이 창단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이는 탬파베이가 1998년에야 생긴 어린 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성이기도 하다. 초대 구단주 시절 암울했던 과거와 다음 구단주 시절의 개혁과 노력을 대비하게 되면서 경영진에 의해 몰락하고 성장하는 팀의 모습을 자연스레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면을 들자면, 야구 자체에 대한 내용, 특히 나처럼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아쉬울만한 책이다. 책의 구성도 빌리빈이라는 괴팍한 등장인물이 주인공은 아니어서(초대 구단주가 그런 성격이긴 하지만 끝까지 등장하는 주인공은 아니므로) 순수한 재미 면에서도 머니볼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 

반면 이 책이 머니볼에 비해 나은 점은 우리나라에 번역되고 영화가 나온 시점에서는 빌리빈이 이끄는 오클랜드의 머니볼이 실패하고 있던 시점[각주:1]이었지만 탬파베이의 성공스토리는 현재진행형[각주:2]이라는 점에서 더 싱싱한 혁신,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한 야구 자체보다는 경영면에서 머니볼에 비해 더 많은 비중을 가진다. 아마 경영서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추천. 
경영서를 원한다면 추천. 
야구를 좋아하면서 경영서를 원한다면 강추. 
세이버 매트릭스에 관심있다면 비추.
각종 역사에 관심있다면 추천.  

 
  1. 머니볼이 미국에서 출간된 2003년 이후 2006, 2012시즌을 제외하고 오클랜드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책이 처음 번역되어 출간된 것은 2006년, 영화 개봉은 2011년이었다. [본문으로]
  2. 탬파베이는 2008시즌 월드시리즈 진출 이후 2010, 2011시즌에 다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2012시즌에는 3게임차로 와일드카드를 놓쳤다. [본문으로]
by 청춘한삼 2012. 10. 20.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