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궁금해미치겠다지구상에서가장무모한남자의9가지기발한인생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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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A. J. 제이콥스 (살림,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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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해있던 카페에서 진행했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제목이 끌려서 신청을 했었는데 원제는 'The Guinea Pig Diaries: My Life as an Experiment'였다. 한글 제목보다는 원제가 책의 성격을 훨씬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출판사에서도 당연히 이 점을 알고 있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실험'이라는 한글 부제를 달아놓기는 했다. 

저자인 제이콥스는 이전에도 브래티니커 백과사전을 모두 읽고 쓴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와 성경에 나온대로 1년을 살아보고 쓴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 본 1년'으로 나름대로는 유명인이었다. 이전 책들과 이번 책을 보더라도 그가 어느정도 괴짜이고 특이한 면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왜 이런 실험을 했는지는 서문에 잘 나와있는데 그 목적은 아래와 같다. 

실험의 목적은 교훈이 되는 부분은 취하되 최소한 미치광이 소리는 듣지 않는 것이다. 또, 실험하는 동안의 고통이 결국에는 '더 나은 삶'으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전 책들이 큰 소재 하나씩을 골라 책을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실험의 기간을 짧게한 9가지를 묶어 놓았다. (서문에 의하면 실험 순서와 발간 순서는 일치하지 않는듯하다) 각각의 실험 내용은 위의 책 상세정보를 따라가면 볼 수 있다. 내용의 구성은 각 챕터(실험)마다, 실험을 하게 된 이유 - 실험 개시 - 에피소드 - 실험을 통해 얻은 성찰, 로 되어 있다. 

실험의 내용 자체는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누구나 한번쯤 생각(만)해 봤거나, 혹은 생각도 하지 않은(못한) 것들이다. (인터넷 데이트는 은근히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것과 더 기발하고 엉뚱한 것들이 섞여 있다. 

내가 보았을 때 가장 기발한 실험은 2장의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기'였다. 저자는 '세계는 평평하다'를 보고 실험을 생각해 냈는데 나는 같은 책을 보았지만 전혀 그러지를 못했었다. 아쉽게도. 그는 자신이 해야할 많은 일들, 개인적이고 사소한, 공과금 납부, 휴대전화 요금제 문의와 같은, 것에서부터 회사 동료에게 이메일 보내기와 같은 공적인 일, 아내와의 부부싸움, 아이 돌보기까지 말도 안되게 개인적인 일들까지 아웃소싱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부분의 일들이 제대로 처리된다. 자본력을 제외하면 딱히 다른 나라들에 떨어지지 않는 인도라는 나라의 고급인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아웃소싱을 생산적이라고 여기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도 가능한 서비스 업종(여기에서 나오는 개인 비서와 같은)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제조업에서의 아웃소싱은 생산적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수 없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은 3장의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직장 상사의 썰렁한 농담에 그런건 좀 집어치우라고 말하고도 싶고,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으면 사실대로 말하고 싶을 때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밥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예스맨, 라이어 라이어의 짐캐리와 같은 경험을 실제로 한 저가는 실험이 끝나고도 '고수할 만한 획기적인 정직'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 것은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는 수준이라는 충분히 누구나 해봄직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에 나온) 예를 들면, 친구와 점심을 같이할 기분이 아닐 때는 그럴 마음에 없다고 진실만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본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진실 고백은 상대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저자가 챕터 마지막에 언급한 부분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어느 정도는 다들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나는 우리가 조만간 '획기적인 정직'이 실현된 세상에서 살게 되리라...우리 삶이 면면이 트위터로 공개되고 인공위성으로 찍히며 소형 몰래 카메라로 포착된다면 비밀을 유지하기란 힘들어진다. 머지않아 진실이 판치게 되리라. 


종합적으로 보면, 이 책이 인생에서 꼭 한 번 읽어봐야 할만큼 중요하고 대단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재가 특이하다는 점과 지루하지 않게 써내려 간 문제와 내용 구성은 한번쯤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직접 이런 실험들을 통해 경험하지 않고는 확실히 알 수 없는 깨달음들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들은 내가 살아가는데는 딱히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저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덧. 이벤트로 받은 책은 시사IN에서 진행하는 행복한 책꽂이로 기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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