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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표현하면서도 독자의 눈을 끌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많은 책들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전자만을 고려하거나 - 예를 들면 서양 미술사 같은 - 반대로 후자만을 고려하기도 한다. 둘을 잘 조합하기는 의외로 어려운데 둘을 잘 조합하면 제목만 봐도 가슴에 막힌 것을 뻥 뚫어주는 듯한 책이 탄생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같은 책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욕망해도 괜찮아'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김두식 (창비,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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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화 '색계'를 통해 욕망(색)과 규범(계)의 세계에서 더이상 규범에만 지배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들을 중심으로 학벌, 사랑, 종교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드리는 욕망과 규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놓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혹은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규범 속에서 살아가도록 교육받는다. 하지만 항상, 언제까지나 자신의 욕망을 감추기만 하고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저자는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단어를 통해 언젠가는 가슴 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되기 때문에 자신 내면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인 욕망 중 하나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남이 먼저 자신을 인정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자신이 잘났다고 자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놓고 내가 내 자랑을 하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 법. 중요한 것은 내가 엄친아가 아니라는 말을 통해 내가 엄친아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기 자랑을 자랑이 아닌척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저자는 그런 은근한 욕망의 표출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골적이지 못하고 '은근하게' 표출되는 욕망은 우리 삶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부작용에 비해 효과는 너무 미미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남의 은근한 욕망을 귀신처럼 잡아내는 무시무시한 센서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좀 엉뚱한 비유지만 '영어 못하는 한국인'인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영어 못하는 한국인'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겁니다. 미국인 앞에서 영어하는게 훨씬 쉽습니다. 미국인은 알아서 제 영어를 듣고 이해해주니까요. 3인칭 단수 뒤의 동사에 s 붙이는 걸 까먹은 실수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집어내는 사람은 미국인이 아니라 '영어 못하는 한국인'입니다. 저도 그 중 하나라서 잘 압니다. 자기는 영어 한마디 못해도, 남의 영어 실수는 쉽게 잡아내듯이, 자신의 은근한 욕망은 몰라도 남의 은근한 욕망은 귀신처럼 잡아내는 것이 인간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은근한 자랑이 상대방에게 먹혀들기를 원하지만, 누구도 상대방의 은근한 자랑을 듣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은근해도 내 자랑이 상대방에게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p.146)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스스로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는데, 사회적으로도 사회의 건강함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여고 앞을 배회하는 바바리맨부터 고위공직자, 상류층의 비뚤어진 욕망 표출로 인한 뉴스는 끊이지 않고 뉴스를 장식한다.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자기 내면의 욕구에 충실하려는 색과 남에게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하려는 계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욕망을 폭발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대해 말해둘 한가지, 가식을 떨지 않고 자신이 욕망하는 바를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것이 긍정적인 반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본인이 이미 어느정도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냥 미성숙한 사람으로 생각되기 쉽지 않을까.  
그리고 솔직하게 바라본 자신의 욕망이 불법적이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그 욕망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 것일까.

그여자가 말했듯이 서점에 서서든, 전자책의 미리보기를 통해서든 프롤로그는 다들 읽어보길.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 
유재석을 꿈꾸지만 현실은 정형돈인 모든 사람들에게 강추.


by 청춘한삼 2013. 5. 26. 21:30



욕망해도 괜찮아

저자
김두식 지음
출판사
창비 | 2012-05-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한 번도 대놓고 말하지 못한 은밀한 욕망을 이야기하다!나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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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뭔가 나를 끌어당겨서 지난번 책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친님께 이야기 했더랬다. 저자는 므흣한 사람이 아니지만 책 제목이 내 마음에 들었으니 단순 독파쯤이야.


책 표지에서 부터 탈선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져 있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탈선이란 어떤 의미인가. 블로그에 연재했던 내용을 엮어서 책으로 냈는데, 청춘에게는 희망을, 중년에게는 공감을 이라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저자가 평생 욕망을 누르고 규범의 세계 "계"에서 "색"의 세계로 고백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가지는 가치, 사람 사이의 궁합, 위인전에 대한 부작용, 영화 "색, 계"에 대한 이야기, 종교적 금기에 대항하는 욕망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풀이해내고 있다.


청춘에게는 시원함을 선사하고, 중년에게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이해를 선사하는듯 하다. 

저자의 과거 이야기에서 사적인 이야기들까지 고백하며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욕망을 말하고 있으며, 이런 욕망을 인정해야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해 주고 있다.



덧, 목차를 훑어보는 것으로도 어떤 내용인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듯.


1. 거울부터 들여다보기 : 욕망의 인정

2. 욕망을 통해 스캔들이 왔다 : 학벌문제와 희생양 사냥

3. 사랑에 빠진 아저씨 : 제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

4. 누구나 정신승리는 필요하다 : 욕망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

5. 중산층의 은밀한 욕망 : '사(士)'자 가족 vs. '사자가죽(Lion's skin)'

6. 색의 인간, 계의 인간 : 성북동과 형

7. 플레이보이 : 몸과 살의 소통

8. 「몰락」의 규범, 규범의 몰락 : 의심하라

9. 고백의 나의 힘 : 욕망과 규범의 공존 또는 화해


참, 프롤로그도 빼놓지 말고 꼭 읽어보길 권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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