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홈즈가 등장한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그 이름은 한 번 정도 들어보지 않았을까.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꿈꾸는 모험과 긴장감에 더불어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홈즈 시리즈에 나 또한 빠졌었다. 아니, 빠졌다고 하기에는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었긴 하다. 단편 몇 편 정도.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셜록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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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마이클 더다 (을유문화사,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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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홈즈를 어떻게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학교 도서관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친구 집에 놀러갔다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은 기억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문학 시리즈에서 한 권이 홈즈 단편 몇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도난 당한 잠수함 설계도를 찾는 이야기(아마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를 비롯해 '너도밤나무 집', '도둑맞은 시험문제' 정도가 기억난다. '얼룩 끈의 비밀'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재작년 정도까지도 본가에 책이 있어서 한번씩 읽어보곤 했지만 책을 기부해버리고나니 더이상 볼 수가 없다. 

학교에 있는 동안, 정확히는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월 정도까지 학교 전자도서관에서 홈즈 단편선을 모조리 읽었었더랬다. 전자책을 사면 한권에 500원 정도 하는 것 같던데 어차피 도서관에 있으니 다 빌려봤었다. 재밌게 읽기는 했는데 장편이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번역을 좀 대충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홈즈가 등장하는 장편은 '네 개의 서명'과 '춤추는 사람 암호'를 읽어봤었다. 다른 작품도 읽어봤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마 어릴 때 더 읽어보긴 했었을 듯. 하지만 '네 개의 서명'과 '춤추는 사람 암호' 역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나마 부산 추리문학관에 갔을 때 읽었던 '주홍색 연구'는 조금 기억이 나는 장편이기는 하다.

사실 코난 도일은 홈즈 시리즈만 썼던 것은 아니다. 내가 읽어 본 작품은 '잃어버린 세계' 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 작품의 챌린저 교수 역시 홈즈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전에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리뷰를 썼던 기억인데 어찌된건지 이 블로그에 없다. 아마 이전에 운영하던 블로그에 있었던 듯 한데 백업 데이터가 티스토리에서 제대로 복원이 안되서 이제 영영 볼 수 없는 글이 되버렸다는게 아쉽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더다는 이런 나와는 비교도 안되는 셜록 홈즈 매니아다. 셜록 오타쿠라고 할까나, 서양이나 셜록 너드라고 해야하려나. 아니, 이렇게 말하는거보단 '베이커 가 특공대' 회원이라고 하는게 제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인듯하다. 그런 저자가 자신과 셜록 홈즈와의 인연, 베이커 가 특공대 모임, 코난 도일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어찌보면 코난 도일에게 바치는 헌정으로 볼 수도 있고,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는 '베이커 가 특공대'에게 바친다고 되어있다) 본문에서는 아래와 같이 셜록 홈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살아가는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홈즈의 공적을 기록한 왓슨의 글을 읽게 된다. 어릴 땐 능란하게 유지하는 속도감과 스릴 넘치는 줄거리 때문에 읽는다. 더 나이가 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정의로워 보이던, 혹은 최소한 이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던 시절, 가스등 불빛이 은은하게 빛나는 아득한 1895년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에 읽는다. 성인이 된 다름엔 베이커 가의 하숙생활을 묘사한 삽화들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탐정과 의사 간에 오가는 대화에 미소 짓거나, 너무나도 매혹적인 홈즈 특유의 관용구가 등장하길 애타게 기다리면서 읽는다.


책의 원제는 'On Conan Doyle'이고 부제는 'The whole art of storytelling'이다.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은 정말로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과도 연관이 되어 있으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을 주고, 책의 표지와도 잘 어울린다. 다만 부제를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이라고 붙였는데 '셜록 홈즈'를 추가해서 홍보와 판매량을 늘려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책의 내용은 '셜록 홈즈'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코난 도일'의 작품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셜록 홈즈의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특히 나도 읽어보았던, 챌린저 교수가 등장하는, '잃어버린 세계'를 비롯한 시리즈나 코난 도일이 홈즈 시리즈보다 더 선호했던 역사소설 이야기도 다루면서 코난 도일의 작품 세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안내한다.  

후세의 독자들은 너무나도 자주, 어떤 작가의 천재성이 다방면에 걸쳐 있다는 사실에 관계없이 대표작 한두 편 정도로만 그를 기억하곤 한다. 빅토리아 시대 소설 연구자들을 제외한다면, '허영의 시장'말고 윌리엄 새커리의 또 다른 소설을 읽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고독을 훌륭하게 묘파했던 샬럿 브론테의 '빌레트'는 '제인 에어'에 가려졌다. 셜록 홈즈가 누렸던 전 세계적인 인기는 처음부터 그 창조자의 심사를 건드렸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탐정의 모험담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만, 코난 도일이 썼던 다른 모든 작품에서 광휘를 빼앗아 버렸다. '잃어버린 세계' 정도가 부분적인 예외였다. 하지만 '얼룩 띠의 비밀', '바스커빌 가문의 개', '기어 다니는 남자' 등 홈즈의 주요 작품에 걸쳐 되풀이 등장하는 고딕적인 요소는 적어도 아서 코난 도일이 무서운 소설 세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은 애정이 가득한 비평서 혹은 안내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셜록 홈즈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던 경험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이 두껍거나 내용이 어렵지도 않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다. 흔히 '양덕'이라고 하는 서양 덕후들 중 셜록 홈즈 덕후들은 어떻게 노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 역시 읽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셜록 홈즈를 좋아한다면 추천.
코난 도일의 다른 작품에 대한 소개를 원한다면 추천.
셜록 홈즈 덕후들이 어떻게 노는지 알고 싶다면 강추.


덧. 오타 지적.
  180페이지 주석에 '여섯 점의 나폴레옹 상 The advanture of the Six Napoleons Six Napoleons'에서 나온 이름이다.' 라고 되어 있는데 보면 알겠지만 Six Napoleons가 두 번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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