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9시 뉴스를 보면 신문에서 보는 비슷한 정치, 경제 등등의 내용이 나오는 뉴스가 나오고 그게 끝나면 지역 방송국에서 제작한 뉴스가 잠시 나오고 날씨, 스포츠 뉴스가 나왔다. 나는 거의 언제나 초반의 뉴스가 끝나고 지역 뉴스가 나오면 문화방송이었으면 한국방송으로, 한국방송이었으면 문화방송으로 채널을 바꿨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재미를 못 느껴서였을 것이다. 재미를 못느끼는 이유는..전국 방송 뉴스의 이슈들이 훨씬 더 시끄럽고 신문이나 다른 매체에서도 훨씬 더 많이 다루고 기사도 많고 갈등이 많아서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몇년 전까지도 울산은 내가 태어났고 부모님, 친척들이 살고 있지만, 내가 앞으로 살 곳이라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지역(울산) 뉴스에 나와 관련된 기사는 없다고 생각을 했던 점이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포항은 내가 학교 때문에 잠시 있을 곳이지 평생 살거라고는 전혀,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는 않고..이런 식으로 나와 내가 있는 지역은 따로 놀고 있었다.

분명 내가 현재 살아가고 있던/는 지역인데도 그 지역의 문제나 소식들에 관심이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대부분이 그렇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상한 일이다. 아직까지도 난 포항에도, 울산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긴 한 것 같다. 그나마 울산은 지방선거 때 후보자들을 챙기는 정도..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실시한지 20년이 다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사람들과 돈을 블랙홀처럼 끌어 당기는 이유 중 하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지방에 대한 무관심이다. 지방에는 돈이 없다고..사람이 없다고..기업이 없다고..투덜대는 지방 사람들은 세종시와 같은 수도권의 은총만을 바라고, 바라는만큼의 보상이 되지 않으면 얼마전 온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지방을 살려야 한다..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수도권, 혹은 자신들의 이익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다른 지방과 싸우게 된다.

지금까지는 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앙, 수도권에서 정치적인 방법으로 지방에 돈을 살포해서 지역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지금도 많고..그래서 지역균형발전정책같은 것이 나오고 시행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바로 발전을 해야하는 지방, 본인들의 의지와 지역에 대한 인식 없이 중앙 정부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지방 발전책이 논의되고 시행된다는 점이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하자던 학습지의 광고와 같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지방에 사는 어른들은 자기 지방의 일을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없다.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많고..저자는 이런 지방 사람들에게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언론(방송, 신문)을 살려서 지방 정부를 감시, 견제하고 지역 문화를 살리고 지역주의, 연고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시민들 스스로가 시작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일단은 지역의 엘리트(저자와 같은 교수나 언론인 등), 공무원, 시민단체들의 우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지역 명문고의 동문회(총동창회였나)에서 솔선수범해서 연말에 술만 먹는 송년회 대신 봉사활동 등을 하는게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그런 것이 실현만 된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과 더불어 지역 전체의 행복도(정확한 표현이 기억이 안남)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을 읽으니 눈이 번쩍 뜨이더라.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안량하게 한달에 돈 몇 푼씩 내고 나는 최소한 이만큼은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야..

내부식민지론이 많이 적용되어 말해지는 프랑스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서울,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이 훨씬 더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내부식민지론'이라는 단어는 몰라도 이미 몸과 머리로 그 현상, 부작용들을 알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못먹어도 서울로 go 가 아니라 살기 좋은 지방에서 살게 되면 좋겠다. 최소한 수도권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지방으로 나오지는 않더라도 지방 내부에서는 저자가 제안한 것처럼 각자의 지역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평생 지방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나를 포함해서..

솔직히 나도 이런 생각을 이전에는 많이 하지 못했었고..그나마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는 서울,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방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구독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강준만의 '지방은 식민지다'를 통해서 조금은 막연하고 정리가 안되던 것들이 쭉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의 문제는 지방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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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정치/사회 > 행정/정책 > 지방자치 > 지방자치일반
지은이 강준만 (개마고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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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내가 '지역'과 '지방'을 혼동해서 쓰고 있어서 헷갈린다면 죄송..개인적으로 '지방'이라는 말보다는 '지역'이라는 말을 더 쓰고 싶어서 그렇다. '지방'은 서울(혹은 수도권까지 포함)을 제외한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지역'은 그런 구분 없이 모든 지역을 동등하게 가리키는 단어라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1.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