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나만의 생각이다). 주변에 내 취향과 비슷한 책을 읽는 사람이 그다지 없는데, 그여자 Gene께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시고 거기다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추리 소설 종류도 좋아하는 편이라 말이 잘 통할 때가 많다. (특히 Lupin) 그래서 서로 읽은 책을 꺼내서 말해 보고 마음이 맞으면 같은 책을 읽고 서로 토론도 해보고..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 블로그도 구상하게 된거고. 

하지만 이전의 포스팅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둘 모두 읽은 책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하지만 댓글을 통한, 혹은 평소 대화를 통해 한 사람만 읽은 책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곤 한다. 자연스럽게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카테고리 인문 > 독서/글쓰기
지은이 피에르 바야르 (여름언덕,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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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블로그에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혹은 만나지 않은 사람, 보지 않은 영화, 듣지 않은 음악, 가보지 않은 여행지 .. 뭐가 됐든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일상적이다. 여기에서는 책에서 말하는, 독서에 대해서만 말해보도록 하자. 

굳이 직접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책의 내용은 잠깐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이든, 블로거들의 서평이든, 포털사이트 책담당자의 서평이든, 서평들은 쏟아져나온다. 인기가 없는 책이라 그런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출판사의 서평이나 책 표지 뒤에 들어갈 추천사, 목차, 하다못해 책의 제목을 통해서도 그 책이 대강 어떤 이야기를 할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 통해 전해들을 수도 있고, 운좋게 드라마나 영화화 되었다면 책을 읽지 않고도 그 내용을 (정확히 같게는 아닐지 몰라도) 알 수 있다. 요즘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기도 하고. 어쨌거나 책을 읽지 않더라도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직접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읽은 것(독서)과 읽지 않은 것(비독서)을 확실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만약 책의 제목만 본다면 그건 독서일까 비독서일까, 만약 책의 목차만 본다면 그건 독서일까 비독서일까, 만약 책을 대강 훑어만 본다면 그건 독서일까 비독서일까, 만약 책을 보지 않고 주변에서 듣기만 했다면, 혹은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해서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건 독서일까 비독서일까. 대다수는 이 중에서 엄밀한 의미의 독서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책을 모두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 내용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었으니 독서이긴 하지만 책을 읽지 않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비독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책의 내용을 정확히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면 독서를 한것일까. 또한 기억하고 있는 책의 내용이 본질적인 책의 내용이냐도 의문이다. 우리의 기억이나 인상은 선택적이고, 책의 내용은 자기 나름대로 해석되어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책을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이미 비독서의 비율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보편, 일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끼리 책에 대해 말할 수도 있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읽지 않은 책의 저자와도 이야기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를 위해 제목과 같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해준다. 대강의 내용은 굳이 책을 모두 읽지 않고도 목차만 보고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란 책의 제목만 보면 책을 읽지 않고도 적당히 둘러대며 말할 수 있는 처세술이나 화법 등을 가르쳐주는 너저분한 책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런 가벼운 책은 아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나, 어떻게 읽어야 하나와 같은 고찰을 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이렇게 마무리하면 너무 무거운 것 같고, 한 줄로 이 책을 요약하면..제목이 될테고, 다른 한 문장을 쓴다면, 책 안 읽었다고 쫄지마~가 될 것이다. 책을 읽지 않고도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을 굳이 읽으라고 추천하는 것이 이 책을 읽고도 해야할 행동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몇 줄 적으며 마무리하면, 

책을 꼭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추천. 
독서에 대한 압박이나 강박관념, 죄책감 등이 있다면 강추. 
반드시 책이 아니더라도 비평, 리뷰, 논평, 감상문 등을 많이 쓴다면 강추. 
처세술을 원한다면 비추.  

by 청춘한삼 2012. 10. 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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