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경제학 또한 현실을 이해하고 설명,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곤 한다. 그 중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모르는 정치가들을 도와 여러 경제정책들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이 모두 현실과 부합되고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가정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가정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가정이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경제의 주체인 인간을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존재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가정하고 모든 논의를 진행한다.  

하지만 과연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들이 호모 이코노미쿠스일까??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경제학이 아닌 심리학이라는 오해로 인해 그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전통경제학의 빈틈을 파고들며 현실을 설명하는데 점점 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행동경제학을 쉽게, 기초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인간의 경제학'. (나는 행동경제학으로 쓰는데 책에는 행태경제이론이라고 되어있다)

36.5˚C 인간의 경제학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이준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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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C 인간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고전(주류) 경제학에서 인간으로 가정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달리 행동경제학에서는 실수도 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진짜 인간을 토대로 한 경제학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선택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학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행동경제학의 당위성과 기초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개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휴리스틱이나 닻내림 효과, 부존효과 틀짜기효과, 심적회계, 몇가지 편향 등 이름만 들으면 무슨 내용일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하나하나를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아서 특별히 어렵거나 이해가 안되서 걸리는 부분은 딱히 없다. 특히 각각에 대한 예시를 적절하게 잘 들어놓았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를 쉽게 해준다. 
종이를 50번 접으면 두께가 얼마나 될지 예측해보면서 휴리스틱을 이해하고, 부존 효과가 무료 체험 등을 통한 마케팅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등의 내용을 읽다보면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경제학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듯하다. 

여러가지 사례를 토대로 인간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비이기적 모습을 통해 고전 경제학의 가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말해준다. 가정이 잘못되었다면 그로부터 도출한 결과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고전 경제학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하려 한다면(국가 정책이든, 회사 사규든, 공동체의 규칙이든, 하다못해 가정의 룰이든) 반드시 고전 경제학 가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능하다면 행동경제학도 고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책이 나온지도 행동경제학이 대중적으로 소개된지도 점점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위시하여 현실세계에서 주류경제학의 실패가 나타나다보니,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은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곳에서 보거나 들었던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행동경제학이 어떤 것인지 관심이 있다면 시작할 때 꼭 한번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
경제학이 왜이리도 미래 예측을 못하는지, 현실세계와 유리되있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인간이 얼마나 허술한 존재인지 알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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