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 '호빗'도 3부작 영화로 제작되어 차례로 개봉되고 있지만 '반지의 제왕'만큼의 호응은 얻지 못하는 듯 하다. '반지의 제왕'이 처음 개봉되었을 당시 처음 느껴졌던 방대한 스토리와 웅장하고 엄청난 시각적 효과는 소설을 읽을 때의 느낌 그 이상이었다. 영화 '호빗'이 완결되고 나면 이제 톨킨 작품의 영화화는 끝나는 것일까? 이제 남은 것은 '실마릴리온'과 '후린의 아이들' 정도인데 이들의 영화화가 더 쉬울지는 의문이다. 빌보와 절대반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호빗'과 달리 '반지의 제왕'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적기 때문이다. 없는 것이 아니라 적은 이유는 모든 작품의 스토리가 연관되어 있기는 하기 때문. 그 중 모든 작품의 뿌리와 줄기 역할을 하는 작품이 실마릴리온이다.

실마릴리온.1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J. R. R. 돌킨 (씨앗을뿌리는사람,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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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릴리온.2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J. R. R. 돌킨 (씨앗을뿌리는사람,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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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르를 집대성한 톨킨의 노력 중 일부이지만 가장 대중적인 작품인 '반지의 제왕'은 중간계에서 절대반지로 인해 발생하는 하나의 사건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절대반지의 탄생이라든가 이후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언급되기는 하지만 비어있는 내용이 너무나 많다. 이야기의 배경인 중간계는 어떤 곳인지, 사우론은 누구인지, 간달프는 어떻게 빌보가 젊을 때부터 늙어서 은퇴하고 반지를 프로도에게 넘길 떄까지 정정하게 돌아다니는지, 인간들의 두 나라(곤도르, 로한)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엘프와 드워프는 왜 사이가 나쁜지, '반지의 제왕' 마지막에 프로도가 배를 타고 떠나는 곳은 어디인지 등등 판타지 세계라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넘어갔던 점들을 따져들면 끝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이미 톨킨에 의해 만들어져있다. 아니, 질문이 먼저 나오고 대답을 한 것이 아니라 톨킨이 창조된 중간계의 거의 모든 역사가 톨킨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 중간계의 탄생, 신화, 기후, 지형, 종족들의 탄생, 역사적 사건들, 심지어 언어까지, 모든 것은 톨킨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톨킨이 만들어 낸 세계가 이후 판타지 소설의 원류가 되는 것이다. 톨킨은 판타지의 아버지라는 호칭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실마릴리온은 '실마릴'이라는 보석에 대한 이야기이자 중간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태초에 유일자 '일루바타르'는 '거룩한 자', 즉 '아이누'(발라)를 창조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중간계)를 창조한 뒤 일부 아이누들을 중간계로 내려보냈다. 중간계로 내려온 아이누들은 일루바타르의 첫째와 둘째 자손인 엘프와 인간이 중간계에 태어나기 전에 하늘과 땅, 바다 등 모든 것을 창조하고 관리하여 발전시켜 나갔다. 하지만 아이누 중 가장 힘이 강한 멜코브(모르고스)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료들과 결별하고 악을 중간계에 퍼트리기 시작했다. 
엘프 종족의 탄생 이후 페아노르라는 한 엘프가 실마릴이라는 보석을 만들어 내었다. 물론 멜코브는 태초의 빛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보석을 탐내었고 음모를 통해 결국 실마릴을 차지한다. 페아노르는 모르고스로부터 실마릴을 다시 찾기 위해 광기어린 맹세를 하고 페아노르의 자식들도 이에 동참하고 오랜 세월 동안 실마릴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실마릴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책을 보면 알 수 있으니 관심 있으면 직접 읽어보시라.
 
실마릴리온에서는 실마릴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톨킨이 만들어 낸 중간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나름 큰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마릴리온은 그보다 훨씬 전, 중간계의 태초를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반지의 제왕'에서 암흑의 군주로 나왔던 사우론은 세상의 검은 적, 모르고스, 의 부장에 불과하고 발라들의 시종이자 조력자인 마이아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간달프와 사루만 같은 마이아들의 비중은 거의 없다.

역사이자 신화적 성격을 띄기 때문에 유머러스하거나 읽기에 편하지만은 않은 딱딱한 문체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등장인물도 많아 누가 누구인지, 누가 어느 종족의 어느 혈족인지 등을 기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나는 전자책으로 읽다보니 아무 것도 모르고 등장인물이 나올 때마다 누구인지 적어가며 읽었지만 2권까지 다 읽고 나니 마지막에 가계도와 지도 같은 것들이 다 정리되어 있더라. 그게 헷갈려서 읽는 것을 세 번이나 포기했었건만. 종이책이었으면 어떻게든 넘겨보거나 훑어보면서 발견했을텐데..

어쨌거나 전호번호부를 읽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압박과 무미건조한 문체를 참아낼 수 있다면 판타지 소설의 뿌리를 읽어보는 경험도 나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반지의 제왕을 재미있게 읽었고 중간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추천한다. 하지만 정통(톨킨계) 판타지 소설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데 그런 분류의 소설을 읽고 싶다면 개인적으로는 호빗에서 출발하기를 추천한다. 반지의 제왕을 먼저 읽고 싶다면 영화를 먼저 독파하는 것을 추천하고. 아마 그런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이 책으로 판타지 소설에 입문하려는 시도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by 청춘한삼 2014. 3. 2.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