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경제학 또한 현실을 이해하고 설명,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곤 한다. 그 중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모르는 정치가들을 도와 여러 경제정책들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이 모두 현실과 부합되고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가정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가정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가정이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경제의 주체인 인간을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존재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가정하고 모든 논의를 진행한다.  

하지만 과연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들이 호모 이코노미쿠스일까??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경제학이 아닌 심리학이라는 오해로 인해 그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전통경제학의 빈틈을 파고들며 현실을 설명하는데 점점 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행동경제학을 쉽게, 기초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인간의 경제학'. (나는 행동경제학으로 쓰는데 책에는 행태경제이론이라고 되어있다)

36.5˚C 인간의 경제학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이준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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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C 인간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고전(주류) 경제학에서 인간으로 가정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달리 행동경제학에서는 실수도 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진짜 인간을 토대로 한 경제학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선택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학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행동경제학의 당위성과 기초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개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휴리스틱이나 닻내림 효과, 부존효과 틀짜기효과, 심적회계, 몇가지 편향 등 이름만 들으면 무슨 내용일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하나하나를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아서 특별히 어렵거나 이해가 안되서 걸리는 부분은 딱히 없다. 특히 각각에 대한 예시를 적절하게 잘 들어놓았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를 쉽게 해준다. 
종이를 50번 접으면 두께가 얼마나 될지 예측해보면서 휴리스틱을 이해하고, 부존 효과가 무료 체험 등을 통한 마케팅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등의 내용을 읽다보면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경제학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듯하다. 

여러가지 사례를 토대로 인간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비이기적 모습을 통해 고전 경제학의 가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말해준다. 가정이 잘못되었다면 그로부터 도출한 결과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고전 경제학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하려 한다면(국가 정책이든, 회사 사규든, 공동체의 규칙이든, 하다못해 가정의 룰이든) 반드시 고전 경제학 가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능하다면 행동경제학도 고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책이 나온지도 행동경제학이 대중적으로 소개된지도 점점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위시하여 현실세계에서 주류경제학의 실패가 나타나다보니,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은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곳에서 보거나 들었던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행동경제학이 어떤 것인지 관심이 있다면 시작할 때 꼭 한번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
경제학이 왜이리도 미래 예측을 못하는지, 현실세계와 유리되있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인간이 얼마나 허술한 존재인지 알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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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모자미스터리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엘러리 퀸 (검은숲,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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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뭘 받고 싶냐고 물었더니 대뜸 이 책을 말했었다. 들어봤는데 하면서도 가물가물 했던 엘러리 퀸.
교보에서 검색했는데 내맘에 쏙드는 디자인과 더불어 속지까지도 고풍스러운 맛이 나는게 왠지 그 시대속으로 나도 같이 빨려 들어가게 만들어 줄거 같아서 마구마구 애정이 샘솟았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브로드 웨이의 한 극장에서 시체가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비명소리가 들리고 죽은 남자. 무척이나 악명높던 변호사 몬테필드라는 남자인데, 리처드 퀸 경감이 극장으로 오고 몇 가지 이상한 사실들이 확인된다. 

① 1막에는 살아 있었으나 2막 시작된 후 살해되었다
② 연극이 인기가 많아 만석인데 이 남자의 주변은 자리가 비어있다.
③ 이 남자의 모자가 사라졌다. 등등

사건 직후 잘 대체한 경찰 덕에 극장을 빠져나간 사람은 없는데, 그렇다면 범인은 이곳에!!
퀸 경감은 수사를 시작하고 작가이자 탐정인 아들 엘러리 퀸이 불려와 아버지와 함께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했던 건 '이 책은 논리 정연하여 더이상 의구심을 품을 수 없다' 이다. 어떤책이 이렇게도 논리적일 수 있단 말인가.

추리 고전은 역시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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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지내다보니 2011년의 마지막 날이 갑자기 다가온 느낌이다. 해서 올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 한권을 소개하는 글을 갑자기 적어보기로 했다. 

마흔에읽는손자병법내인생의전환점
카테고리 자기계발 > 자기능력계발
지은이 강상구 (흐름출판,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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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이나 사기, 논어, 도덕경..이런 동양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출간되기도 했고, 지은이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現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에 당시 출연하던 강상구 기자여서 좀 더 쉽게 손이 갔던 책이다. 

손자병법이라고 하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원래는 백전불태)'이 생각날 정도로 전투나 전쟁에서 이기는, 승리하는 법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영어로 번역할 때도 'Art of War'라고 하니 병법, 전쟁의 기술을 다루고 있으니 상대를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입견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손자병법을 사회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가지는 마흔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비겁'의 철학, 생존의 기술, '공존'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갑'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왕이면 자신이 갑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갑' 혹은 '슈퍼갑'과 같은 단어들이 많이 쓰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모두가 갑일 수는 없고, 오히려 대부분이 을의 입장에 있게 되는데 이런 상황의 사람들에게 손자병법의 비겁의 철학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손자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쉽게 이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굳이 싸움을 시작도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충고이다. 내가 을이라 갑과 싸움을 해서 이기거나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자존심은 접어두고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거다. 너무 수동적이고 비관적이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의 규칙이 그렇다면 일단은 따르면서 뒤에서 나를 성장시켜서 싸울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가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는 동안에 남들도 성장을 하고 있고, 내가 성장을 하면서 내가 경쟁자로 삼는 사람들의 수준도 올라게 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경쟁자와 고등학생일 때의 경쟁자, 대학생일 때의 경쟁자의 수준이 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내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 많이 가지려고 아둥바둥대며 싸움을 거는 것보다 가진 것을 지키며 생존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내가 사회에서 경쟁자나 다른 사람에게 승리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과 인연이 끝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배틀로얄이나 로마시대 검투사들처럼 데스매치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면 같은 직장이나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는 계속 보고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승진하거나 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고 다른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때로는 나와 경쟁하고 심지어 배신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협력하고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하고 함께 공존해 나가야할 사람들이다. 동업자 정신은 스포츠 뉴스에서나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다. 

을의 입장으로 살아가는 날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실제적인 조언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아직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조직 속에 있긴 하지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나중에 더 큰 사회로 나갔을 때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일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어느정도는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책이었다. 

올해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에게 지금 힘들고 어려운 것이 너희만 그런 것도 아니고 너희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위로를 해주었다. 이 책에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혹은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너희가 나쁜 것이 아니라 원래 인간은 몇천년 전부터 그랬던 것이라는 내용을 통해 그런 사람들을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비단 직장인과 같이 사회에 던져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학교와 같은 소사회에 있는 학생, 인간관계를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비겁, 생존, 공존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올해 읽은 책 중 '갑'이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만 얘기하고 넘어가기에는 찝찝해서 내가 생각하는 단점도 간단히 언급. 
삼국사기와 같이 우리나라 역사의 내용을 예시로 드는 점은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몇가지 예시들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조금 아쉽다. 예를 들어 이순신의 전승신화 비결이라든가 당태종의 고구려 원정이라든가. 그리고 당태종과 이세민이라는 단어가 왔다갔다하면서 나오는데 나같이 동일인물임을 몰랐던 무상식의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중간에 한나라당이 출연하는건 쇄수가 올라갈 때 수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사회 초년생이나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기대했던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강추. 
'갑'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을'이라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도 추천. 
고전과 자기개발서를 동시에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약해야 한다는 것이 신조인 사람에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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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1. 12. 31. 18:33

요즘의 핫한 남자를 고르지면 끊임없는 추정과 소설을 만들어내시는(내생각이긴 하지만 어쩐지 그 추정은 사실인것만 같다.) 이남자가 아닐까?ㅎ

이 핫한 남자(이하 '핫남')가 쓴 책을 그냥 넘겼을리가.

닥치고정치김어준의명랑시민정치교본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김어준 (푸른숲,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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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는 인터뷰 형식으로 씌여져 있는데 대화체로 쓰여있으니 술술 읽어 내려가기는 안성맞춤이다. 나같이 정치나 경제를 어려워하는 여자에게는 특히나 술술 읽히니 얼마나 다행인가.

각하 헌정 방송을 하고 계시는 핫남 답게 각하에 대한 추정(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또는 소설이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 헤드라인만 봐도 머리아팠던 정치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 놓아서 BBK니 다스니 하는 이야기들을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다(사실 모르는 부분 몇번 더 읽긴 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재벌가 이야기 등등등.

요즘처럼 뒤숭숭한 정치상황 중에서 이 책읽고 우리나라 정치계에 대한 이해를 약간이 나마 도울 수 있다면 이 책의 의도는 반 정도 성공한게 아닐까 싶다.



덧, 핫남은 나꼼수가 대박일줄 알았다고 책에 씌여 있는데, 역시 이남자ㅋㅋ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2. 6. 21:03

거의모든것의미래인류의미래에관한눈부신지적탐험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지은이 데이비드 오렐 (리더스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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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지금까지 해오고 지금도 해오고 있는 것은 특정 조건에서 내가 알기를 원하는 항목의 값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학교를 오래 다니지는 않아도 고등학교까지 배우는 수학도 그렇고, 물리도 그렇고, 화학도 그렇고, 많은 과목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된다. 좀 더 자세하게는, 현재 혹은 알고 있는 조건의 물리적 현상을 모델을 이용해 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혹은 알고 있지 못하는 조건의 물리적 현상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내가 지금까지 먹고 살고, 앞으로도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할 일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과거와 현재로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나온 책 중 박경철 원장이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보기 시작한 책인데, 책 내용이 '거의 모든 것'의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제인 '인류의 미래에 관한 눈부신 지적탐험'은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맞는 것 같다. 

책은 과거, 현재, 미래 세 부분으로 나눠져 각각의 시기에 인류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수행했던 연구들을 설명한다. 
과거편에서는 인류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고대 그리스의 신탁에서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신탁 이후에는 점성술이나 수학, 천문학, 물리학 등을 통해 미래 예측을 하기 위한 노력을 서술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과학의 발전과정을 '미래 예측'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다. 미래 예측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별을 관찰해서 오늘은 여기에 있던 별이 내일은 어디로 갈까, 별과 달을 보고 내일의 날씨는 어떨까, 이런 것들을 예상하는 것이 바로 미래 예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F=ma라는 법칙을 통해 물리현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예상할 수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듯 과거편은 과학사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편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가장 노력하는 세 분야를 다룬다. 
첫째는 매일 뉴스 말미에 볼 수 있는 일기예보이다. 날씨 예측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현재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날씨 예측 모델(GCM, Global Climate Model)의 개발과 개량을 통해 날씨를 예측하는데 고려해야할 변수들과 그 변수들의 초기값을 제대로 알기 때문에 날씨 예측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건 GCM 뿐만 아니라 모든 모델링을 통한 예측에서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우선 모델이 잘못되었거나, 모델에 들어가는 초기 혹은 경계조건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를 GCM에서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는 내용이 주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진시황 시절부터 내려온 욕망인 건강과 장수에 대한 내용이다. 10년 정도 전부터 게놈 프로젝트를 시행되며 인간의 DNA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나 치료법 등을 개발하겠다는 시도가 계속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쉽게 우생학같은 것으로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거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으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DNA 분석을 통한 미래 예측에 대한 내용은 언뜻 들으면 생명 분야 지식이 필요할 것 같지만 책이 쉽게 쓰여져 있어 딱히 읽기 힘들진 않다. 
마지막으로는 건강과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돈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는 경제 예측이다. 경제 분야 예측 기사나 칼럼, 시평 등을 살펴보다보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 같거나 차익실현으로 인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반대 상황이면 계속해서 떨어지거나 기술적 반등이 있을 수 있다..이런 예측들이다. 왜 이런 예측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가는 앞서 말한 GCM과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경제 예측 모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변수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편은 현재편에서 말한 세 가지, 날씨, 건강, 부가 하나로 묶여진다. 
점차 심해지는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과 세계 경제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예측하고 분석해 놓았다. 하지만 결국은 앞에서 저자가 열심히 말했듯이 미래 예측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길게 적기는 했는데 결론은 이거다.

미래 예측은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고, 완벽한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 


어떤 미래 예측 모델도 결과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고려하기는 불가능하다. (뉴욕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베이징의 나비 한마리를 모델에 넣기는 쉽지 않다) 또한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의 제대로 된 값을 측정하고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설사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해 미래 예측 모델을 만든다고 해도 돌연변이와 같은 불규칙한 상태를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세상이 기계처럼 딱딱 맞춰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장 우리나라 정치판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언제 어떤 일이 갑자기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베이징에서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에 태풍을 몰고 오듯이 노회찬의 서울시장 완주가 강용석의 재평가를 가져올 줄 누가 알았겠나.
책을 읽는 기간 동안 한미 FTA로 나라가 둘로 쪼개져있고(지금은 국회에서 비준까지 되버렸다.),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미래 예측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고 이 모델에 대한 초기/경계 조건을 찬반론자가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에 정반대의 예측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두 주장 모두 100%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아니 믿고 싶다). 둘 다 50%씩 맞을지, 어느쪽 주장이 미래에 좀 더 가까울지조차도 알 수 없다. 물론 둘 다 생각도 못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어떤 결과가나올까 기다리기만 할수는 없을테니 서로 믿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행하고 어느 쪽이든 현재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고 해도 원하는 미래가 찾아오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머리속 어딘가에 넣어두기는 해야할 것이다. 

두꺼운 양장본 책을 싫어한다면 비추. 
쉬운 난이도의 과학교양서를 원한다면 추천. 
기상청은 왜그리도 일기예보를 못하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게놈(genome) 프로젝트가 도대체 왜 중요한 건지 알고 싶다면 추천. 
경제전문가들은 주식에 대해 왜 뻔하고 하나마나한 예측만 하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 


혹시나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아래 책도 한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조금 두껍기는 해도 전반적인 과학 이해에는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거의모든것의역사
카테고리 과학 > 과학이론
지은이 빌 브라이슨 (까치,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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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천재가된홍대리운명을바꾸는책읽기프로젝트
카테고리 인문 > 독서/글쓰기
지은이 이지성 (다산라이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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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편이다. 어릴 땐 그저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것이 좋았다. 부모님께서도 내가 보고 싶어하는 책은 딱히 아끼지 않고 사주셨기 때문에 집에 내가 볼만한 책은 많았던 기억이다. 과학, 상식, 국사, 세계사, 위인전, 문학 .. 여러 종류의 책을 가리지 않고 많이 봤었다. 부모님이나 주변으로부터 책을 읽으라는 압박이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이,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책을 보고 싶지 않을 때는 전혀 보지 않기도 했고. 친척집이나 친구집에 가도 나에게 없는 책을 우선 찾아보기도 했었고..지금은 친척에게 주거나 기증하거나 일부는 버리거나(ㅠㅠ) 해서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집의 내 방에는 어릴때보던 책이 남아있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기전이나 주말에는 책을 보는 편인데 요즘 책을 보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일을 하는 대신에 쉬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관심있는 것들을 알고 싶어서. 
보는 책의 범주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내가 어디에 가장 관심이 있는걸까를 알아보기 위해 미술, 역사, 인문사회, 소설 등등을 전전하다 요즘은 사진책과 경제책을 주로 보고 있다. 경제 관련된 팟캐스트도 출퇴근을 비롯한 이동시간, 운동할 때 듣고 있고..하지만 항상 그래왔지만 일과 관련된 책을 따로 읽지는 않고 있다. 어차피 일과 관련된 책이라고 해봤자 text들 뿐이니..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에 따르면 나는 1단계 독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에서는 독서를 통해 성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부제만 봐도 '운명을 바꾸는 책읽기 프로젝트'가 아닌가. 아니, 사실 꼭 독서를 통해서 할 필요가 있지는 않지만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길을 독서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독서를 통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성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책에서 소개하는 성공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 먼저, 쉬우면서 흥미있는 책을 많이 읽으면서 독서와 친해지기, 일(전공)과 관련된 책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 되기, 자서전이나 자기계발서과 같이 동기부여가 되는 책과 전문가가 될 영역의 책 읽기, 이런 것들이 있다, 각 단계는 100일 동안 33권, 100권 읽기, 1년 동안 365권 읽기와 같이 목표량도 정해져있다. 필요로 되는 책만 해도 거의 500권이다보니 상냥하게도 책의 마지막에서는 분야별로 추천하는 책의 리스트도 실려 있다. 

이 책의 내용 자체는 상당히 뻔하고, 소설 식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분량도 많지 않아 쉽게쉽게, 금방 읽힌다. 한두시간 정도면 읽지 않을까. 아마 작가들의 생생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보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알듯이 중요한 것은 뭔가를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내가 어떤 분야의 책을 가장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찾아왔던 나로서는 홍대리가 했던, 그리고 할 예정인 독서에 대한 필요성을 아직은 느끼지 못하겠다. 어릴 때 이후로 위인전과 자기계발서는 이미 나에게서 멀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운명이 지금부터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필요성을 느낀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프로젝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나도 책을 좀 읽어봐야지. 혹은 책을 굳이 읽어야하나. 혹은 팍팍하고 답답한 생활과 삶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볼만하지 않나 생각된다. 누가 알겠나, 홍대리처럼 독서를 통해 인생이 바뀔지. 


아래는, 내용은 분명 다르지만 지은이의 실제 경험을 통해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짧고 전자책으로도 풀려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 책도 한번쯤 읽어보길.
장미와찔레미래를바꾸는두가지선택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조동성 (IWELL,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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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궁금해미치겠다지구상에서가장무모한남자의9가지기발한인생실험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A. J. 제이콥스 (살림,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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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해있던 카페에서 진행했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제목이 끌려서 신청을 했었는데 원제는 'The Guinea Pig Diaries: My Life as an Experiment'였다. 한글 제목보다는 원제가 책의 성격을 훨씬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출판사에서도 당연히 이 점을 알고 있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실험'이라는 한글 부제를 달아놓기는 했다. 

저자인 제이콥스는 이전에도 브래티니커 백과사전을 모두 읽고 쓴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와 성경에 나온대로 1년을 살아보고 쓴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 본 1년'으로 나름대로는 유명인이었다. 이전 책들과 이번 책을 보더라도 그가 어느정도 괴짜이고 특이한 면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왜 이런 실험을 했는지는 서문에 잘 나와있는데 그 목적은 아래와 같다. 

실험의 목적은 교훈이 되는 부분은 취하되 최소한 미치광이 소리는 듣지 않는 것이다. 또, 실험하는 동안의 고통이 결국에는 '더 나은 삶'으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전 책들이 큰 소재 하나씩을 골라 책을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실험의 기간을 짧게한 9가지를 묶어 놓았다. (서문에 의하면 실험 순서와 발간 순서는 일치하지 않는듯하다) 각각의 실험 내용은 위의 책 상세정보를 따라가면 볼 수 있다. 내용의 구성은 각 챕터(실험)마다, 실험을 하게 된 이유 - 실험 개시 - 에피소드 - 실험을 통해 얻은 성찰, 로 되어 있다. 

실험의 내용 자체는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누구나 한번쯤 생각(만)해 봤거나, 혹은 생각도 하지 않은(못한) 것들이다. (인터넷 데이트는 은근히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것과 더 기발하고 엉뚱한 것들이 섞여 있다. 

내가 보았을 때 가장 기발한 실험은 2장의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기'였다. 저자는 '세계는 평평하다'를 보고 실험을 생각해 냈는데 나는 같은 책을 보았지만 전혀 그러지를 못했었다. 아쉽게도. 그는 자신이 해야할 많은 일들, 개인적이고 사소한, 공과금 납부, 휴대전화 요금제 문의와 같은, 것에서부터 회사 동료에게 이메일 보내기와 같은 공적인 일, 아내와의 부부싸움, 아이 돌보기까지 말도 안되게 개인적인 일들까지 아웃소싱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부분의 일들이 제대로 처리된다. 자본력을 제외하면 딱히 다른 나라들에 떨어지지 않는 인도라는 나라의 고급인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아웃소싱을 생산적이라고 여기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도 가능한 서비스 업종(여기에서 나오는 개인 비서와 같은)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제조업에서의 아웃소싱은 생산적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수 없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은 3장의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직장 상사의 썰렁한 농담에 그런건 좀 집어치우라고 말하고도 싶고,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으면 사실대로 말하고 싶을 때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밥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예스맨, 라이어 라이어의 짐캐리와 같은 경험을 실제로 한 저가는 실험이 끝나고도 '고수할 만한 획기적인 정직'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 것은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는 수준이라는 충분히 누구나 해봄직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에 나온) 예를 들면, 친구와 점심을 같이할 기분이 아닐 때는 그럴 마음에 없다고 진실만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본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진실 고백은 상대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저자가 챕터 마지막에 언급한 부분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어느 정도는 다들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나는 우리가 조만간 '획기적인 정직'이 실현된 세상에서 살게 되리라...우리 삶이 면면이 트위터로 공개되고 인공위성으로 찍히며 소형 몰래 카메라로 포착된다면 비밀을 유지하기란 힘들어진다. 머지않아 진실이 판치게 되리라. 


종합적으로 보면, 이 책이 인생에서 꼭 한 번 읽어봐야 할만큼 중요하고 대단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재가 특이하다는 점과 지루하지 않게 써내려 간 문제와 내용 구성은 한번쯤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직접 이런 실험들을 통해 경험하지 않고는 확실히 알 수 없는 깨달음들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들은 내가 살아가는데는 딱히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저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덧. 이벤트로 받은 책은 시사IN에서 진행하는 행복한 책꽂이로 기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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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펜윅 세번째 시리즈.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 후 뉴욕으로 쳐들어가서 전쟁에서 승리하고,
미국과 소련보다 먼저 우주왕복선을 개발해 달을 다녀왔던 약소국 그랜드펜윅이 이번에는 월스트리트로 진출했다.
책의 줄거리를 비롯한 자세한 소개는 아래 책소개의 링크를 따라 가면 알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

약소국그랜드펜윅의월스트리트공략기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레너드 위벌리 (뜨인돌출판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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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최대한 발설하지 않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미국의 월스트리트를 필두로 한 자본주의,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이 담은 풍자소설이다.
소설이 쓰여진 것이 1969년이니 이미 40년이 지났지만 소설 속의 사회와 현재의 사회는 크게 다르지 않은 자본주의를 가지고 있고, 특히 최근의 금융위기를 통해 더 쉽게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가볍게 읽을 수도 있는 풍자소설이기 때문에 경제학에 무지한 주인공(글로리아 대공녀)과 마찬가지인 독자들을 위해 쉽고 간단하게,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제학의 몇가지 개념들에 대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경제학을 모른다고 해서 전혀 긴장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결국은 돈이 다가 아니다..돈을 많이 갖는 것은 행복을 살 수도 없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이전만큼의 행복도 느끼지 못하고 더욱더 불행해지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도 작가의 노동가치설로 설명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부자 되세요~'라는 주문에 사로잡혀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해 인생을 살아온 사람을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 뽑았고, 여전히 돈을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꼭 한번씩 읽어보면 좋겠다.

덧. 주식투자를 위해 이 소설을 읽는다면 큰 호통을 들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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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던 '100℃'를 얼마전에야 읽어 보았다.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없지만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이라는 부제를 보면 6월민주항쟁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최소한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제대로 당시의 기록을 찾아서 보는건 처음이다.

책의 내용은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 신입생이던 주인공(사실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 같지만..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이라 할까)이 처음 광주민주항쟁을 알게 되고 학생운동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중에 작가의 후기에도 나오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많지 않은 분량의 만화에 주요한 사건들은 모두 들어 있어서 간혹 내용 전개가 부드럽지 않다는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많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가고 있다. 운동권 내부의 갈등, 운동권과 비운동권 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등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책 제목인 100℃가 의미하는 건 너무 유명하니까 따로 나까지 한마디 거들 필요는 없겠지만..개인적으로 꼭 민주화 운동이 아니더라도 유용하게 잘 쓸 수 있는 말이고, 항상 유념해 두어야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100℃까지 끓을 수 있는 일이 민주화 운동만 있는건 분명 아니니까. 그건 역사가 아니라 일반 생활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니.

만화의 본 내용도 좋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부록이었다. 어릴 때보던 학습만화 형식으로 두 등장인물(하나는 사슴이라 인물이라고 해야할지..)이 민주주의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민주주의에 왜 관심을 기울이고 굳이 지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1980년대가 아닌 현재의 시각으로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혐오 성향을 가진 기성세대나 정치, 민주주의에 전혀 관심이 없는 현세대들에게서 쉽게 던져질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많아서 혼자 생각했을 때 답이 잘 안나오던 질문이나 토론에서 나왔던 화제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독재자들과는 레벨이 다르지만 그들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현재의 정부의 덕분에 일반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더할나위 없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 시기에 어린 학생들은 물론이고 나 정도의 나이대, 87년 기억은 없고 현재의 촛불 소녀 세대에 끼인 세대, 는 필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터넷에서 한번쯤이라도 찾아서 보는게 좋지 않을까..생각이 든다. 나이 드신 분들이야 어차피 다 빨갱이들 혹은 철없는 인간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린거라고 생각하고 말지 모르겠지만 그런 분들에게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쯤 보여드리고 싶다. 한번 다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원래 인터넷에 올라와있던 만화이긴 한데 부록도 인터넷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책이 나온지 1년이나 됐고, 이전에 웹에서도 연재되었던 작품을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하기도 뭐하지만..재보선 선거도 있었고 하니..


100도씨뜨거운기억6월민주항쟁
카테고리 만화 > 역사만화
지은이 최규석 (창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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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9. 05:30
어릴 때부터 9시 뉴스를 보면 신문에서 보는 비슷한 정치, 경제 등등의 내용이 나오는 뉴스가 나오고 그게 끝나면 지역 방송국에서 제작한 뉴스가 잠시 나오고 날씨, 스포츠 뉴스가 나왔다. 나는 거의 언제나 초반의 뉴스가 끝나고 지역 뉴스가 나오면 문화방송이었으면 한국방송으로, 한국방송이었으면 문화방송으로 채널을 바꿨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재미를 못 느껴서였을 것이다. 재미를 못느끼는 이유는..전국 방송 뉴스의 이슈들이 훨씬 더 시끄럽고 신문이나 다른 매체에서도 훨씬 더 많이 다루고 기사도 많고 갈등이 많아서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몇년 전까지도 울산은 내가 태어났고 부모님, 친척들이 살고 있지만, 내가 앞으로 살 곳이라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지역(울산) 뉴스에 나와 관련된 기사는 없다고 생각을 했던 점이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포항은 내가 학교 때문에 잠시 있을 곳이지 평생 살거라고는 전혀,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는 않고..이런 식으로 나와 내가 있는 지역은 따로 놀고 있었다.

분명 내가 현재 살아가고 있던/는 지역인데도 그 지역의 문제나 소식들에 관심이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대부분이 그렇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상한 일이다. 아직까지도 난 포항에도, 울산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긴 한 것 같다. 그나마 울산은 지방선거 때 후보자들을 챙기는 정도..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실시한지 20년이 다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사람들과 돈을 블랙홀처럼 끌어 당기는 이유 중 하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지방에 대한 무관심이다. 지방에는 돈이 없다고..사람이 없다고..기업이 없다고..투덜대는 지방 사람들은 세종시와 같은 수도권의 은총만을 바라고, 바라는만큼의 보상이 되지 않으면 얼마전 온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지방을 살려야 한다..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수도권, 혹은 자신들의 이익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다른 지방과 싸우게 된다.

지금까지는 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앙, 수도권에서 정치적인 방법으로 지방에 돈을 살포해서 지역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지금도 많고..그래서 지역균형발전정책같은 것이 나오고 시행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바로 발전을 해야하는 지방, 본인들의 의지와 지역에 대한 인식 없이 중앙 정부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지방 발전책이 논의되고 시행된다는 점이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하자던 학습지의 광고와 같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지방에 사는 어른들은 자기 지방의 일을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없다.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많고..저자는 이런 지방 사람들에게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언론(방송, 신문)을 살려서 지방 정부를 감시, 견제하고 지역 문화를 살리고 지역주의, 연고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시민들 스스로가 시작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일단은 지역의 엘리트(저자와 같은 교수나 언론인 등), 공무원, 시민단체들의 우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지역 명문고의 동문회(총동창회였나)에서 솔선수범해서 연말에 술만 먹는 송년회 대신 봉사활동 등을 하는게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그런 것이 실현만 된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과 더불어 지역 전체의 행복도(정확한 표현이 기억이 안남)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을 읽으니 눈이 번쩍 뜨이더라.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안량하게 한달에 돈 몇 푼씩 내고 나는 최소한 이만큼은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야..

내부식민지론이 많이 적용되어 말해지는 프랑스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서울,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이 훨씬 더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내부식민지론'이라는 단어는 몰라도 이미 몸과 머리로 그 현상, 부작용들을 알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못먹어도 서울로 go 가 아니라 살기 좋은 지방에서 살게 되면 좋겠다. 최소한 수도권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지방으로 나오지는 않더라도 지방 내부에서는 저자가 제안한 것처럼 각자의 지역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평생 지방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나를 포함해서..

솔직히 나도 이런 생각을 이전에는 많이 하지 못했었고..그나마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는 서울,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방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구독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강준만의 '지방은 식민지다'를 통해서 조금은 막연하고 정리가 안되던 것들이 쭉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의 문제는 지방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방은식민지다지방자치지방문화지방언론의정치학,내부식민지론
카테고리 정치/사회 > 행정/정책 > 지방자치 > 지방자치일반
지은이 강준만 (개마고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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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내가 '지역'과 '지방'을 혼동해서 쓰고 있어서 헷갈린다면 죄송..개인적으로 '지방'이라는 말보다는 '지역'이라는 말을 더 쓰고 싶어서 그렇다. '지방'은 서울(혹은 수도권까지 포함)을 제외한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지역'은 그런 구분 없이 모든 지역을 동등하게 가리키는 단어라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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