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책 시장에선 고전 번역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 낸 것인지,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전 읽기도 차츰 퍼져나가는 분위기이다. 모든 고전들을 원전이나 완역본을 통해 접한다면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영화 개봉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레미제라블 완역본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영화에서 나온 스토리나 어릴 때 알고 있던 장발장과는 텍스트의 양이나 깊이가 전혀 다르다. 레미제라블만이 아니라 안나 까레리나나 죄와벌 같은 책들, 심지어 걸리버 여행기와 같이 가벼워보이는 책들도 전체 이야기는 전혀 어린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설들도 그런데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제목부터 풀풀 풍기는 고전들, 예를 들면 국부론, 자본론, 종의 기원, 꿈의 해석, 꾸란, 이런 것들은 더더욱 읽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은 좋은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원전이나 완역본에 비해 해설이 달린 책들은 역자나 기획자, 지은이들이 말하고자하는 바에 이끌려 갈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사전 준비없이 사막을 횡단하기보다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슬람과 꾸란

저자
이주화 지음
출판사
두리미디어 | 2012-08-2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 이슬람을 올바르게 이해하다!이슬람의 경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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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에 대한 책들을 보다보니 자연히 내가 이슬람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중세 유럽과 기사,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슬람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릴 때 읽었던 역사책에서 이슬람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마호메트가 대천사 가브리엘을 만난 후로 부흥된 종교라는 정도..에 한 손에는 '코란'을, 한손에는 칼을 들고 지하드(성전)를 수행하는 전사들의 이미지. 그리고 9.11 사건 이후로 다가온 부정적 이미지와 아프간 전쟁 이후로 불쌍한 이미지..정도가 다이다.

 

이슬람에 관해 알고 싶긴 하지만 꾸란을 읽어볼 수도 없고, 제대로 알아볼만한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알게 된 것이 '청소년을 위한 이슬람과 꾸란'이다. 이전에 같은 시리즈인 국부론과 자본론을 읽어보고 만족했었기 때문에 이슬람에 대해 입문서로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이슬람교는 '알라신'을 믿고 경전으로는 '코란'을 읽는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나마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를 통해 '알라'라는 단어 자체가 '신'이라는 의미라 '알라신'이 아니라 '알라'라고 해야 하고, '코란'은 영어식 발음이고 '꾸란'이 원래 발음에 가깝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었다. 예언자 '마호메트'도 사실 '무함마드'이다.

 

'이슬람과 꾸란' 책을 통해서는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확산시키기 이전인 무지의 시대에서부터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은 이후로 이슬람교가 박해받으면서도 점차 퍼져나가게 되는 과정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슬람교의 핵심과 특징이 무엇인지, 꾸란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왜 그 내용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알라를 믿게 하였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최근에는 근본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이란이나 여타 중동 국가들을 통해 이슬람교가 시대에 맞지 않고 너무나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자는 항상 온몸을 가리고 외출해야 하고 남자 또한 정도는 덜하지만 마찬가지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나 야외 활동 또한 제한되는 등 성차별적 요소도 존재한다.

 

하지만 초기의 이슬람교는 보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무지의 시대, 에는 상당히 진보적인 가르침을 전파했다. 알라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에 노예제를 폐지를 주장했고, 남아 선호사상으로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땅에 묻어버리는 풍습이 있던 당시 사회에서 그런 행동을 금하게 했다. 또한 성장한 후에도 인간보다는 물건에 가까운 취급을 받던 여자도 평등한 인간으로 대우받도록 했으며 심지어 유산 상속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무함마드는 연설을 통해 평등과 인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바 있다.

 

오! 사람들이여, 인류는 모두가 아담과 이브의 자손으로 한 핏줄을 이어 받은 형제입니다. 아랍인이 비아랍인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또한 비아랍인이 아랍인보다 우월하지 않습니다.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흑인 또한 백인보다 우월하지 않습니다. 우열은 오직 하나님을 믿는 경외심에 있습니다. 또한 모든 무슬림은 서로가 서로에게 형제이며, 무슬림들은 모두가 하나의 움마(공동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평등을 비롯해 인권향상에 힘썼던 이슬람이었건만 시대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제는 너무나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1400년 후의 시대 변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계시를 남긴 무함마드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대가 변했음에도 이슬람의 원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본인들에 유리하게 교리를 이용하는 자들이 문제일 것이다.

 

이슬람교의 핵심은 '유일신'을 믿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상 숭배를 멀리하고, 유일신 하나님을 믿으며, 선을 행하라'는 것이 전부이다. 유일신 하나님만을 믿어야 하기 때문에 기독교나 유대교같은 타종교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슬람에서 말하는 유일신 하나님, 알라, 는 예수님을 인간 세상에 내보내고 부활시켜 주신 하나님 아버지를 말한다. 즉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는 같은 신을 섬긴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각 종교들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비종교인인 내가 볼 때는 그것이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증오할 정도인가..라는 의문에 자신있게 'YES'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이스람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관용이다. 이는 유일신에 대한 것에는 타협이 없지만, 타인을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관계없이 평등한 인간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타종교 신자에 대해서도, 유일신을 섬긴다면 마찬가지다. 천년이 넘게 서로 으르렁거리긴 했지만 각자 자신의 종교적 가르침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본다면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슬람이란 종교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힘들게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었던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독교나 불교와 같은 다른 종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종교이든 핵심 교리와 경전에 담긴 말들은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 평등, 관용..뭐라고 표현하든 그 핵심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를 믿고 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행하는 사람에 따라 선한 목적을 가진 일도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고, 나쁜 목적을 가졌더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어떤 종교를 믿든 간에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대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참된 종교인이 아닐까.

 

이슬람교, 꾸란의 가르침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추.

현재의 중동, 이슬람 세계에 대해 알고 싶다면 비추.

by 청춘한삼 2013. 3. 17. 20:11

[그여자와 책] - 바람을 뿌리는 자


2011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엄청난 인기를 보며 한번쯤 읽어봐야겠네..생각하고 있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내용 상으로도, 출간 시기로도 '바람을 뿌리는 자'보다 앞선 이야기라서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그여자 Gene께서 '바람을 뿌리는 자'를 먼저 읽어보라고 해서 읽은 순서는 거꾸로다. (알고보니 내용이나 출간 시기와는 별개로 작가가 작품을 쓴 순서로는 '바람을 뿌리는 자'가 먼저라는 깊은 뜻이..) 


바람을 뿌리는 자 - 타우누스시리즈.5
카테고리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넬레 노이하우스 (북로드,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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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여형사 '피아'와 그녀의 고참이자 파트너인 수사반장 '보덴슈타인'이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이다. 내가 이전에 읽었던 추리소설들은, 엘러리 퀸처럼 경찰과 탐정의 협업도 있긴 했었지만 홈즈나 뒤팽, 미스 마플 같은 탐정에 의한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에서 경찰들에 의한 추리를 접하긴 했었지만 경찰들만으로 이루어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편소설은 나에겐 그리 친숙하지 않았다. 사실 경찰들은 추리소설에서는 주인공을 빛내주기 위한 우둔한 - 사실은 평범한 - 사람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니. 

책갈피의 작가 소개에서는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여형사 피아'가 등장한다고 되어 있는데 '바람을 뿌리는 자'에서는 보덴슈타인의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그다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쉽게 흔들리고 불안해하는 사람의 면모를 더 많이 보여주었고, 덕분에 피아가 본인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며 사건을 추적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 시리즈 중 이 책만 그런 것인지 나머지도 어느 정도 그런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마 이전에는 안그랬으니 소개글을 그렇게 썼겠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던 홈즈와는 달리 최근의 탐정들은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도 그렇고 이전에 블로그에 썼던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도 그렇고 '벚꽃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같은 작품도 그렇다. 저기 어디 하늘 위에서 내려온 완벽한 탐정이 아닌 우리 옆집에 사는 아저씨나 아는 형, 누나와 같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감성의 소유자들이 범죄자를 쫓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이 작품의 보덴슈타인은 이혼한 아내가 자신 몰래 바람을 피웠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다 새로운 사랑을 찾고, 피아는 이혼한 전남편과 일 때문에 계속 만나며 스트레스를 받고 현재의 남자친구와도 일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렇게 감정에 영향을 받는 등장인물들은 독자에게 자기 자신들을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서 특별하면서도 보통의 사람처럼 특별하지 않도록 느끼는 것을 도와주어 독자들이 쉽게 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도와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무엇이든 겉으로 보는 것과 실체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평범하고 행복할만한 가정이나 연인들도 속으로는 곪아있는 갈등이 있으며,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시민단체에서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뛰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모두가 가슴 속에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 - 그것이 슬픔이나 분노같은 감정이건 비밀이건 - 를 감추며 살아가고 있었다. 심지어 주인공인 경찰들까지도.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너무도 큰 사건에 연관된다는 것을 알고 왠지 모를 불편함이 들었었다. 왜 굳이 추리소설에서 한두명의 영웅이 지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을 만든걸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나중에 작가의 후기를 보며 그것에 관련된 사건이 이 작품의 시작에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러려니..하게 되었다. 어차피 소설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을만한 추리 소설이었다. 이 책을 친히 빌려주신 그여자 Gene에게 무한한 감사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누구에게나 추천. 

 


by 청춘한삼 2013. 3. 10. 20:30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에 이은 또 하나의 '십자군 이야기'. 내가 읽은 순서 때문에 이렇게 적긴 했지만 실제로도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가 먼저 출간되었었다. 하지만 '로마인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가 상업적으로는 더 많이 판매되었을 것이다.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까지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는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2011년 올해의 책으로 뽑혔었다. 하지만 난 이제야 봤을 뿐이고. 

십자군이야기.1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문학동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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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십자군 이야기'시리즈는 시작된다. 비단 중세 유럽만이 아니라 10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말이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는 말에 고무되어 홀연히 일어선 십자군의 종교적 신념과 용기, 인내심에 찬사를 보내는 대신 위의 문장으로 책을 시작한 것에는 십자군 전쟁의 부당함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그리고 벌어졌던)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들을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와 병행해서 읽었기 때문에 같은 소재를 다룬 둘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시오노 나나미와 김태권은 모두 십자군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그 둘은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김태권은 이전 포스팅에서 적었던 바와 같이 주로 패러디를 이용하지만 이에 더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시오노 나나미는 앞의 문단에서 언급한 책의 첫문장처럼 에둘러 비판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보니 직접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우는 김태권에 비해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이 둘의 성향 차이일수도 있고 만화와 글이라는 전달 방식의 차이일수도 있다. 

김태권이 만화스러운 면을 최대한 이용하며 상세한 설명보다는 간결하게 팩트와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면 시오노 나나미는 글을 통해 역사책이 아닌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생생한 묘사와 서술을 통해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선사한다. 

시오노 나나미가 책에서 밝혔다시피,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는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제삼자에 의한 기록이 없고 당사자들 중에서도 정확성을 기하는 민족에 의해 기록된 것이 없기 때문에 남아있는 자료들을 모두 객관적으로 100%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한계를 딛고 두 저자 모두 많은 자료를 조사하여 서술했겠지만 좀 더 신뢰할만한 자료, 혹은 이야기의 전개에서 꼭 들어가야 할 - 그리고 빠져도 될만한 - 내용을 고르는데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두 책에서는 팩트가 조금씩 다른 부분이나 어느 한쪽에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거나 아예 빠져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어찌보면 전체 사건을 보는데는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군중십자군(민중십자군)이 독일에서 행한 학살에 대한 내용은 무지에 의한 폭력에 대한 비판을 위해 책을 썼던 김태권에게는 꼭 들어가야 할 사건이지만 1차 십자군 전체를 1권에서 다루어야 하는 시오노 나나미에게는 꼭 들어갈 필요는 없는 내용이었다. 안티오키아에서 발견된 '성스러운 창(롱기누스의 창)'을 발견하고 이후에 이 창의 성스러움을 증명하기 위해 불의 심판을 받은 사람을 김태권은 은자 피에르로, 시오노 나나미는 바르톨로메오라는 순례자의 시종으로 묘사하고 있다. (김태권에 따르면 피에르의 전체 이름이 피에르 바르톨로메오이기는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 생각에 바르톨로메오가 은자 피에르와 동일 인물이었다면 당연히 은자 피에르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료가 부정확하기 때문일 것인데 저자들의 선택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기록의 차이가 있다고. 

그 외에도 같은 인물, 인물이 한 행동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데 탄크레디를 비롯한 여러 인물의 평이 조금씩은 엇갈리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다르기도 한데 이건 둘 다 이름이 어떻게 선택되었는지를 언급해두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거라 본다. 다만 김태권과 다르게 시오노 나나미는 본인이 참고한 자료들을 책에서 정리하거나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그 점이 이 책에서 빠진 더 많은 내용을 바라는 독자에게는 아쉬울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권'은 1차 십자군의 시작에서부터 십자군의 1세대의 주요 인물들이 무대에서 모두 무대에서 퇴장하는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험난한 원정 끝에 4개의 십자군 국가가 세워지고 이들이 안정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종교의 이름으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강조하는 종교에서. 자신들을 위해 남에게 고통을 주어도 되는 것인가. 무능한 지도자들 아래에서 고통받는 것은 결국 민초들일 수 밖에 없는가. 폭력을 통해 얻은 행복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 협력이 필요할 때 협력을 이끄는 실질적인 동기는 어떤 것이 있는가..이런 것들이 내가 1차 십자군 전쟁에 대해 알게 되면서 느낀 것이다. 나머지는 '반전'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을텐데 마지막의 협력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은 시오노 나나미의 평가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 부분을 옮기고 이만 마무리를. 

황제도 왕도 참전하지 않은 제1차 십자군의 주역들은 유럽 각지에 영지를 가진 제후들이었다. 그들은 때때로, 아니 자주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분열을 반복했지만, 최종 목표 앞에서는 언제나 단결했다. 
이 점이 이기적이고 분열을 반복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던 이슬람측 영주들과의 차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제1차 십자군이 성공한 주된 요인이었다. 

십자군 전쟁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추.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이 궁금하다면, 혹은 이미 알고 있다면 강추. 

덧.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는 나머지 '십자군 이야기' 1~3권의 내용을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책을 펼쳤을 때 오른쪽 페이지에는 귀스타프 도레의 판화 그림이 있고, 왼쪽 페이지 상단에는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지역이 지도로 표시되어 있으며, 왼쪽 페이지 하단에는 책에서 발췌한 간단한 설명이 나와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지도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몰라서 답답하고 이해도 잘 안될 때가 많은데 지도를 통해 훨씬 더 쉽게 이해하며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물론 '십자군 이야기' 각권에도 지도와 삽화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페이지를 계속 넘겨가며 보기 귀찮을 때가 많으니.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만 보는 것보다는 '십자군 이야기' 1~3권을 보면서 참고하거나 1~3권을 통해 내용을 어느 정도 숙지한 후에 정리하는 겸 보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십자군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7-0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십자군 전쟁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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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3. 3. 9. 08:30


명화를 보는 눈

저자
다카시나 슈지 지음
출판사
눌와 | 2002-12-17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일본과 프랑스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일본의 대표적인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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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진행되는 명작 시리즈 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명화. 


무엇인가를 보는 안목을 가진 다는 것은 노력과 노력을 거듭한 결과이며,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공부한 것일 것이다. 

물론 선천적으로 안목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건 어디까지나 잘 생기지 않는다는 점.


이 책에서는 르네상스부터 근대까지 화가 29명의 대표작을 고르고 골라내어 그림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돋우고 있다.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이리 저리 골라내어 보고 싶은 그림을 먼저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이전에 읽었던 명작스캔들과 중복되는 내용도 있긴 했지만 뭔가 더 심도있고 깊은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던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램브란트의 '플로라',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등 유명한 그림들과 근대의 순수 추상까지도 집어 볼 수 있어 미술사를 이해하고 나아가 서양사까지도 접할 수 있었다. 


작가 개개인의 그림을 통한 시대상, 작가의 인생, 서양 회화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을 집어 볼 수 있어 명화를 보는 안목을 한단계 상승 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작가의 말이 좀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아 읽는데 애먹은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미술의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강력까지 아니지만 추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2. 17:26
유럽이나 역사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도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전쟁의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십자군 전쟁은 기사도를 지닌 기사들이 종교적 신념에 의해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교도의 손에서 구해내고, 성지를 이교도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200년간 수행된 전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숭고한 종교적 이유 외에도 경제적, 사회적 이유가 있었다는 내용도 역사책들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 정도가 내가 어릴 때 세계역사책에서 읽어서 알고 있던 십자군 전쟁에 대한 내용의 대부분이다. 거기에 소년 십자군의 비극이나 사자왕, 살라딘의 존재 정도가 추가되는 것이 내 지식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종교적 이유만으로 200년이나 전쟁을 - 탄압이나 싸움 수준이 아니라 무려 전쟁을 - 치루는 것이 비종교인인 나로서는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고, 십자군이 항상 이교도만을 상대로 전쟁을 한 것은 아니었던 기억이라 종교적 이유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와 십자군 전쟁 자체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나는 전쟁이라는건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광기를 가지지 않으면 수행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200년의 세월 동안 전쟁을 지속시킨, 십자군과 당시 유럽을 지배했던 광기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은 생각이 제일 컸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1 : 군중십자군과 은자피에르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김태권 (비아북, 2011년)
상세보기

십자군 전쟁에 대한 책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책 중 하나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에 의해 흔히 생각되는 - 웃고 즐기기 위한 - 만화보다는 학습만화에 더 가깝다. 이전에 큰 인기를 얻었던 '먼나라 이웃나라'를 떠올리면 되려나.

이 책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를 비롯해 현재 사회를 패러디하고 가끔은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말장난을 하기도 한다. 그런 패러디나 말장난들로 자칫 책이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가볍게 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책의 메시지이다. 작가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통해 작품을 쓰게(?) 되었다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작가는 '반전'과 '평화'의 정신을 책을 통해 알리려 한다. 또한 다른 것에 대한 '포용'과 '공존'도 포함한다.
다음으로는 작가의 철저한 고증이다. 뭔가 대충 그린 듯한 그림들 속에는 철저한 고증을 통한 중세 유럽과 십자군의 모습이 살아있다. 그림만이 아니라 내용 또한 마찬가지다. 패러디로 인해 사건의 내용이 바뀌거나 할수도 있지만 최대한 팩트에 가까운 내용을 밝히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 (물론 번역본으로) 물론 수많은 대비되는 기록들 중에 작가에 의해 선택된 자료들이긴 하지만 최종 판단은 독자의 몫이기도 하고, 작가가 참고한 자료들이 책 뒤에 나와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직접 찾아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십자군 전쟁이 대부분 유럽의 기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편이거나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던 이슬람과 비잔틴 제국의 기록에 의한 자료들을 통해 십자군 전쟁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시리즈는 십자군 전쟁을 다루는 책이긴 하지만 시리즈의 1권은 로마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왜 로마가 전쟁을 계속하며 호전적인 민족이라는 이미지를 쌓아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로마의 뒤를 이어 십자군이 등장한 중세도 등장한다. 어떤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그 사회 모습에 대해 말하지 않기 어려운 것처럼 십자군이 등장한 중세의 유럽 사회상이 잘 설명된다. 책에 나타난 중세 유럽의 사회상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모든 것을 현재의 기준과 상식으로 생각하고 동일시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재판의 방식이라든가 전 유럽인이 가지고 있던 신앙에 대한 믿음과 같은 것은 오늘날의 - 혹은 현재 나의 - 기준으로는 비이성적, 비상식적이었다. 

1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십자군은 1차 십자군에 포함되는 '군중 십자군'이다. 제대로 훈련된 기사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아니라 빈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군대와 이를 이끄는 은자 피에르의 험난한 원정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당시 시대를 지배한 광기는 '무지'와 '편견',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에 의해 탄생하고 증폭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보면서 현재의 교육이 -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까지 포함해서 - 사람들을 무지와 편견으로부터 구출해주는데 얼마나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또한 수만명의 빈자들을 원정에 참여하게 만든 당시의 희망없는 사회가 다시 출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사실 끝난지 50년이 조금 넘은 히틀러의 독일에 의한 전쟁은 - 본인들도 십자군을 칭하긴 했지만 - 희망없는 사회와 무지, 편견을 통해 진행된 전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 광기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 과연 작가가 말하는 반전과 평화, 포용과 공존의 시대가 올 수 있을까. 그런 사회에 비교적 가까워보이던 북유럽도 최근에는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이 불안하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고전 읽기'도 놓치기는 아깝다. 1권에서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포함해 '루시퍼 이펙트'에서 나왔던 스탠포드의 감옥 실험,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실험 등을 통해 '폭력의 일상성'에 대해 논의한다. 이미 유명한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 들어본 적 없다면, 더더욱 필독이 요구된다. 

십자군 전쟁의 본모습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추. 
전쟁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추.
중세 유럽과 이슬람 사회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3. 3. 1. 22:47
얼마전부터 십자군 전쟁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보다보니 당시 사회인 중세 유럽과 이슬람 세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다. 기사도라는 단어만으로도 친숙하다고 느낄 수 있는 중세 유럽과는 달리 이슬람 세계는 너무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쉬운 난이도의 책부터 읽어보려 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그 책들 소개와 함께 나중에 차차 하도록 하고, 이번에 소개할 책은 '중세의 뒷골목 풍경'이라는 책이다. 내용을 충분히 짐작 가능하게 하는 제목이다.  

중세의 뒷골목 풍경 // 유랑악사에서 사형집행인까지 중세 유럽 비주류 인생의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양태자 (이랑,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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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세 비주류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책 표지에 나와있듯이 유랑 악사라든가 거지, 사형집행인, 유대인과 같이 듣기만 해도 힘들게 살았음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당시 유럽인들의 생활상을 재미있게 풀어쓴다. 하지만 '뒷골목'에 살고 돌아다녔을 비주류 인생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중세 사회의 '뒷'이야기도 여럿 소개된다. 사실 내용, 분량면에서는 '뒷골목' 이야기보다 '뒷이야기' 부분이 더 많아서, 왜 굳이 제목을 '뒷골목 풍경'으로 지었을까 의문스럽긴 하다. '뒷골목'을 '뒷이야기'의 의미로 쓴 것이라면 제대로 지은 것이겠지만 내가 책을 읽기 전에 생각했던 '뒷골목'은 '하층민'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나말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당시 비주류일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귀족이건, 평민이건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힘쓰는 것을 보면 조선 시대의 많은 여성들도 저렇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세와 조선, 모두 신분제 사회다보니 아마 중세의 귀족 집안 여성과 조선의 양반 집안 여성은 비슷한 사고와 고민을, 중세의 하층민 여성과 조선의 평민, 노비 여성은 마찬가지로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중세보다는 조선이 그나마 더 이성적인 면이 있어 억울한 사람의 수는 더 적지 않았을까 싶고. 적어도 조선시대에는 마녀 사냥을 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수도 있었으니. 

개인적으로는 귀족들의 생활, 종교계, 정치 면에서의 뒷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여자 교황의 존재와 그녀가 여자라는 것이 밝혀지는 극적인 상황은 깜짝 놀랄 정도랄까. 

역사를 좋아한다면 추천. 
역사 중에서도 정사보다는 민초의 삶이나 야사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3. 2. 23. 20:01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책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 자체를 설명하거나, 정반대로 몇몇 소설에서 스포츠는 맥거핀으로만 이용되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것은 스포츠에 관련된 사람에 대한 성공/실패담 혹은 본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일 것이고, 반대로  가장 흔하지 않은 것이 스포츠를 통해 다른 분야들, 이를테면 사회/경제/경영/역사 등,을 설명하는 것이다.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이하 축구는..)'라는 긴 제목의 책은 이 중 마지막 갈래에 속한다. 이 책은 축구를 무려 세계화와 연관시킨다. 책의 원제는 'How soccer explains the world'이다. 한글로 된 제목과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 책을 읽고보니 원제가 더 적절하다.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설명하나'와 같이 직역을 했다가는 너무 딱딱해 보여서 책이 안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출판사에서 좀 더 도발적면서도 덜 어려워보이는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되긴 하지만 2005년 출판된 책이 벌써 절판된걸 보면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축구는어떻게세계를지배했는가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 레포츠
지은이 플랭클린 포어 (말글빛냄,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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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우리나라에서는 '세계로 나아가자'는 구호는 진보적이고 진취적으로 여겨져 왔고, 세계의 구성원으로 편입되고자하는 욕구는 외국-특히 서구 선진국-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어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화'되어 왔다. 

앞에서 '세계화'라는 말을 써왔지만 '세계화'라는 말의 의미는 분야에 따라서나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확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의 확산, 문화적으로는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문화의 확산과 다양한 고유 문화들의 공존, 사회적으로는 국적, 민족, 인종,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고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것,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세계화이다. 

축구는 전세계인의 스포츠이다. UN에 가입한 국가보다 FIFA에 가입한 국가의 수가 더 많고, 유럽선수권(유로), 월드컵과 같은 축구 대회에는 (거의) 전세계가 열광한다.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의 하나인 북한도 월드컵에 참여하며 TV로 방송까지 해줄 정도이다. 또한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와 같은 나라의 축구 클럽에는 수많은 국적의 선수들이 축구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뛰고 있고, 우리는 TV,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경기를 보거나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축구는 당연히 세계화의 수혜를 받아왔고, 동시에 세계화를 이끌었다. 이런 점을 알리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고 다음과 같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내가 소파에 누워 축구경기를 관전하며 깨달은 바로는, 축구야말로 그 어느 경제기구보다 앞서서 세계화를 이끈 주역이었다. 또한 나는 사람들이 축구의 세계화가 가져다줄 더 큰 이익을 깨닫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을 주제로 누군가 책을 써야 할 필요가 있으며, 책을 쓰기 위해서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축구경기를 관전하고, 훈련을 지켜보고, 축구 영웅들을 인터뷰하는 임무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니던 <뉴 퍼블릭> 잡지사를 8개월 동안 휴직하고 그토록 간절히 가 보고 싶어하던 축구 경기장들을 찾아다녔다. 

2001년 스포츠로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세계 평화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을 정도로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 축구이지만 정반대로 아직 세계화와 평화 면에서 도움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기장 내에서 보여지는 '인종차별'일 것이다. 세계화를 통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만나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축구장에서는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만나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다른 점'을 '틀린 점'으로 생각하고 배척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FIFA에서는 몇 년 전부터 'Kick the racism'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경기장 내의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여전히 큰 문제거리로 나타나고 있다. 

인종만이 아니라 종교의 차이로 인한 갈등도 여전히 존재하며 줄어들기는 커녕 이를 이용한 마케팅이 존재하는 등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식의 움직임이 있기도 한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축구장에서 인종이나 종교, 민족에 의한 차별과 갈등은 축구장 밖에서보다 더 적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 중 백인을 흑인에 비해 선호하거나 높게 평가하는 등의 행위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없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갈등은 주로 성남과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그것도 지역사회에서의 문제였지 적어도 경기장 내에서 갈등이 나타나지는 않아왔다. 물론 고양이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다면 성남에게 시비를 걸지도 모른다만.. 어쨌건 저자는 축구장 내에서의 이런 문제를 '포르노그라피'에 비유하며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구단들은 인종차별에 불을 지피거나, 아니면 어쩌다 한번 이를 막으려는 시도만 흉내 내는 정도다. 인종차별이 사업상으로는 오히려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조차 그들은 인종적 정체성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응원단을 조직한다. 종족의 편에서 실재 싸움에 가담케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외에도 축구는 세계화에 정반대되는 민족주의에도 이용되어 세르비아에서는 서포터즈가 준군사부대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으며, 흔히 '훌리건'으로 알려진 폭력적인 인간들을 양산하기도 한다. 

이런 차별과 폭력 외에도 아직 제대로 자본주의화 되지 못하고 부패한 클럽과 축구협회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축구 클럽을 통해 장기 독재를 이루었던(그리고 다시 이에 도전하는) 붕가 베총리, 축구장을 통해 분출되는 사회 변화의 욕구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세계화를 축구를 통해 바라보는 관점 외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이야기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인터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세르비아의 준군사조직이자 폭력집단이었던 서포터즈의 회장과 고문, 전 지도자의 미망인을 비롯해 수많은 축구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라는 것이 모든 진실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한 수단일지 모르지만 인터뷰만으로 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에 책의 내용을 더 생생하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책이 좀 더 쉽게 읽힐 수 있는 것 같다. 

굳이 한가지 단점을 꼽자면 번역 과정에서 축구 클럽이나 사람 이름이 지금 통용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2005년 번역되서 나왔고, 그 때는 아직 유럽, 남미 축구가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었기에 어쩔 수 없는건 아니지만 이해는 할만한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이 글의 앞부분만 보면 골치아프고 어려운 내용일거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총 열 개 챕터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인터뷰들을 통해 생생하게 다가와서 쉽게 읽힌다. 각 챕터의 소재들 또한 축구 경기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만한 내용들이다. 

책의 추천 유무는 아담 고프닉(Paris to the Moon의 저자라는데 난 누군지 모르겠다)의 평가로 대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의미심장하게 재미있는 책이며,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재미있게 의미심장한 책이다. 
by 청춘한삼 2013. 2. 16. 22:56
내가 어릴 때 최고의 탐정은 언제나 셜록 홈즈였다. 최초의 탐정인 뒤팽, 회색 뇌세포를 가진 포와로, 앨러리퀸, 미스 마플, 브라운 신부와 같은 여러 탐정들이 존재했지만 가장 유명하고 대단한 탐정은 셜록 홈즈였다. 아마 나말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을거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가 출현한 영화도 개봉하고 드라마도 방영하면서 추리소설과 친하지 않던 사람들도 홈즈를 알게 되고 매력을 느끼고 있다. 
 
셜록홈즈:실크하우스의비밀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앤터니 호로비츠 (황금가지,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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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계곡에서 죽은줄만 알았던 홈즈가 돌아왔다 다시 죽은지 한참이 됐던 홈즈의 소설이 또다시 출판됐다. 하지만 작가가 홈즈를 만들어낸 코난 도일은 아니다. 코난 도일 재단에 의해 공식 셜록 홈즈 작가로 임명된 앤서니 호로비츠가 홈즈를 다시 부활시켰다. 몇년 전에는 피터팬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통해 운영되는 아동병원의 재정상황이 안좋아지면서 공식 작가에 의해 피터팬이 돌아오기도 했었는데(돌아온 피터팬) 홈즈의 경우도 비슷한 것으로 생각된다. 원작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가장 큰 적은 원작일 때가 많다는 점에서 이 소설도 오히려 원작 팬들에 의해 사생아 취급을 받을 수도 있을텐데 그런 평가가 내려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식 작가에 의해 단발성으로 나오는 후속편이다보니 당연히 장편이고, 스케일 또한 크다. 소설에서 등장했던 거물급 인물들은 모두 나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찌보면 로버트 다우니 Jr.이 나왔던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건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마치 하나의 사건처럼 진행시키는 스토리의 미끈함과 영화에서보다는 원작 소설에 좀 더 가까운 등장인물들은 좀 더 영화보다는 이 책에 한표를 던지게 한다. 

셜록 홈즈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라 수많은 리뷰들이 있을 것이고 아마 대부분은 이 책의 장점에 대해 적었을 것으로 생각되니 나까지 굳이 한 글자를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아쉬운 점만 좀 적어보자면, 우선 제목에서도 나와있는 '실크 하우스'의 존재를 홈즈가 확신하는데 이용되었던 증거가 너무 빈약해 보였다. 내가 홈즈만큼의 추리력을 가지지 못해서겠지만 나로선 그 증거들만 가지고 의심해볼 순 있겠지만 그정도까지 확신하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 더욱이 '실크 하우스' 이름의 비밀은 이후에나 알게 되었으니. 다음으로는 위기 상황을 탈출할 수 있게 해주는 우연과 행운이 셜록 홈즈보다는 아르센 뤼팽이나 영화에서 더 어울릴 것 같은 정도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점들은 셜록 홈즈의 장편을 본지 너무 오래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셜로키언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평가일 수도 있다. 

작가가 다르긴 하지만 원작에서 나왔던 내용들이나 배경들이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아 들어있고, 베이커가 221B의 탐정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또한 다시 원작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하기도 한다. 

셜로키언이라면 이미 다들 읽어보았을테니 굳이 추천할 필요는 없음.  
근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
전설보단 레전드 명탐정의 새로운 추리와 모험의 세계를 엿보고 싶다면 추천.
사회파의, 혹은 아주 가볍게 진행되는 추리소설 대신 고전적인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보고 싶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3. 2. 11. 23:11
명작스캔들도도한명작의아주발칙하고은밀한이야기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미술
지은이 한지원 (페이퍼스토리,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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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께서 요즘 무겁고 인문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시는 관계로 이번에 그여자는 가볍고 읽기 쉬운 책으로 소개를 시작한다.

지난 연말부터 아끼고 아껴두었던 책이다. 요즘 소설이 그닥 끌리지 않아서 인문 예술 쪽 책을 주욱 보고 있는데 이 책, 어쩐지 제목부터가 날 유혹하더라.
"명작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예전 문득 문득 지나다 티비에서 보았었는데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본적은 없었다. 책으로 나온 참에 이건 내꺼다 하는 생각이 듬뿍 들었다.

이 책의 분류 카테고리는 미술로 되어 있지만 미술 뿐만 아니라 음악과 건축물까지 아우르는 문화 설명서인 셈이다. 
진행자인 조영남씨와 김정운박사가 사담아닌 사담을 나누는 내용으로 시작되어 작품들에 대한 짤막 짤막한 설명, 시대적 배경, 작품들이 담아내는 아우라에 대한 찬사까지.

물론 읽기 아주 쉽고 이해도 쏙쏙된다. 암기하느냐 안하냐의 차이로 내 지식이 되고 아니고의 차이라 할까?

한 작품 작품의 해설에 대한 정답보다는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라고 나에게 질문하고 있는 듯하다. 명작은 명화말고도 대중음악, 클래식, 건축, 사진 등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그러니까 예술에 대한 안목을 높여준 책이다. 책장에 모셔, 두고 두고 보고 싶은 책.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2. 7. 20:12
고등학생 시절 아침에 눈을 뜨면 어머니께서 아침을 준비하시며 켜놓은 라디오에서는 항상 '손석희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프로를 들으시며 아침을 준비하신다. '시선집중'에 고정출연하던 시사평론가로는 김종배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는 스캔들로 본인의 이름이 뉴스에 나오곤 하더니 '시선집중'에서 하차했다..고 한다. 평소 챙겨듣진 않았기에 완전히 물러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씩 토론에서 패널로 나오거나 하기는 하는데 뉴스브리핑은 다른 기자나 평론가들이 하는듯 하다. 지금 그는 '오마이뉴스'에서 '이털남'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선 때는 나름 후보들간의 공약 검토도 하곤 했었지만 지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일 하나의 이슈를 '털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흔히 보수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잘 출현하지 않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들이 나오면 정말 털릴만한 이슈를 자주 다루기 때문에 그들로서도 출연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런 그가 작년 책을 냈다. 두권을 냈었는데 하나는 유권자들을 분석한 책인 것 같았는데 내 관심을 끌진 않았고, 둘 중 먼저 나온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는 내 관심을 끌었다. 아마도 이털남 김종배가 쓴 언론 사용설명서다보니 어느 정도 믿음이 갔고, 제목이 섹시하게 뽑혔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거다. 

누가거짓말을하고있는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김종배 (쌤앤파커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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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해보면 '언론, 미디어'에 의해 받아들여진 생각들이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촘스키럼 생각하는 법(이하 '생각하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었는데 우리나라 대중들은 너무나 쉽게 언론, 미디어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따라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일이 있기는 했었는데 저자도 책의 서문에서 우리나라에서 파시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을 소개하며 대중들의 쏠림 현상과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대한민국에서 쏠림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특정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이 한쪽으로 급속히 쏠리고, 나아가 주류 여론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에게 떼로 몰려들어 매타작을 가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는 쏠림 현상,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지표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 생활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 사람들의 비율이 전체의 38%로 OECD 회원국 평균 22%보다 훨씬 높았고, 고도의 문서 해독 능력을 지닌 사람은 2.4%에 불과해 20% 대의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캐나다 등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의 문서 독해 능력을 비교하는 점수 역시 조사 대상인 22개국 중 꼴찌였다는 지표도 있다. 
문맹률은 최저 수준이지만 실질문맹률은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위대한 발명품인 한글 덕분에 '글자'를 읽는 능력은 최고를 자랑하지만 '글'을 읽는 능력은 꼴찌라는 것이다. 쏠림 현상이 극심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이성적, 비판적 사고의 부족이다. 

아무래도 이성적, 비판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언론,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정보들을 제대로 취합하거나 비판적으로 검증, 검토하지 못하고 일단 덮어놓고 모든 것을 믿다보니 개별 사건에 따라 여론이 이리저리 쏠려다니게 되는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진영 논리까지 더해져 서로 상대편이라 생각하는 언론, 미디어의 기사, 보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눈과 귀를 막곤 한다.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진영논리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취하게 되어 점점 더 이성적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기 위해 김종배가 책을 냈겠지만 이 책도 역시 진영논리에 의해 그를 반대편, 혹은 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읽히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뉴스 내부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방법, 뉴스 외부에서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논리적인 글쓰는 방법이다. 

첫번째인 뉴스 제대로 읽기에서는 이전 포스팅인 '생각하는 법'에서 다룬 여러 오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치 중립적이지 않은 언어 사용을 포함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기사에 숨어있는 오류들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생각하는 법'보다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숫자, 통계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 우리가 접했던 기사들(을 조금 변형시킨)의 예시들을 통해 설명하는 바가 훨씬 더 생생하고 쉽게 와닿는 장점이 있다. 

두번째 단락인 뉴스를 비판적으로 보기 위해 기사 내부에 포함된 오류가 아니라 사건 자체와 이를 보도하는 뉴스 간의 간의 간격, 즉 텍스트 외부의 요인을 살펴볼 것을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뉴스를 단발적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관련되는 여러 뉴스를 시간에 따라 추적하며 취합하여 사건의 기승전결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언론사, 미디어에서 각 뉴스에 가진 정치적 입장도 고려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모든 뉴스가 각 사건의 기승전결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지는 않으므로 각각의 뉴스들에서 fact를 제대로 발라내고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뉴스들을 모으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성적, 비판적 사고 유무 이전에 생활인들이 모든 사건을 그렇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고, 그런 생활인들을 위해 언론, 미디어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어야 하는데 그들 또한 그들 나름의 노림수를 가지고 뉴스 소비자인 생활인들을 속이려 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생활인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이 '알고보니', '충격', '경악' 할만하다. 그래서 그 많은 뉴스들이 알고보니 충격이고 경악했나보다. 

마지막 단락인 글쓰기 방법은 두고두고 읽으며 참고하고 새겨들을만 하다. 저자가 시행한 글쓰기 강좌의 참가자들이 썼던 글들을 토대로 해당 글의 문제점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예시들이 전문가들의 글만큼 세련되거나 탄성을 자아내지는 않고 좀 더 인간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논리적인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말하고자, 혹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정한다면 글의 전제나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고 남은 것은 전제와 결론 사이를 적절한 소주장과 그에 맞는 문장들로 채우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소주제와 문장을 알맞게 배치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기는 하다만. 

전체적으로 이 책은 언론, 미디어 사용설명서이자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 글쓰기 교본이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민주 시민들의 '주권 사용법'이자 정부와 언론의 '월권 방지법'이다. '생각하는 법' 또한 언론, 미디어 사용설명서이긴 하지만 이 책은 문제 인식에서부터 내용 중 예문뿐만 아니라 언론, 미디어에 대한 관점, 비판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저자에 대해 한쪽 진영에서 비교적 배타적 입장을, 다른 진영에서는 우호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책에서 언론, 미디어에 대해 진영 논리에 따른 무조건적인 감싸기나 때리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런 면에서는 진영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숨어있는 보석같은 책이랄까. 

추천 여부는 지난번 포스팅인 '생각하는 법'과 거의 같다. 
귀가 얇은 사람에게 추천. 
(어떤 언론이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사람에게 추천. 
비판적 시각을 가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데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비슷한 카테고리에 들어갈만한 책으로는 아래와 같은 책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참고하시라. 
신문읽기의 혁명(개정판)
카테고리 정치/사회 > 언론/신문/방송
지은이 손석춘 (개마고원,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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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건 구판이었는데 개정판이 있었다.


<본 리뷰는 그여자 Gene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by 청춘한삼 2013. 2. 2. 22:52
촘스키가 지은 제목이라면 아무리 촘스키라고 하더라도 건방져보일 수 있는 제목의 이 책은 다행히도(?) 촘스키의 저서는 아니다. 그러면 붕어빵에 붕어는 전혀 들어가지 않고 국화빵에 국화가 전혀 들어가지 않듯이 이 책에도 촘스키가 전혀 등장하지 않을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촘스키가 잠시 언급되기는 한다. 책 뒷면의 추천사 중 하나를 촘스키가 쓰기도 했고. 하지만 촘스키와 제목이 별 관련이 없는 것이, 책의 원제는 'A Short Course in Intellectual Self-Defense'이다. 어떻게 봐도 딱딱하고 안팔릴만한 제목이다보니 국내에 번역될 때 제목에 촘스키를 넣어 좀 더 섹시한 느낌을 더한 것 같다. 굳이 원제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부제인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어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을 보면 책의 성격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어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노르망 바야르종 (갈라파고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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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크게 언어, 숫자, 경험, 과학, 미디어, 이렇게 총 다섯가지이다. 언어와 숫자를 이용한 미디어에 속지 않는 법과 경험에 의한 착시, 과학을 빙자한 비과학에 속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다. 

말과 글을 포함한 언어를 이용해 남을 속이고 반대로 남에게 속는 방법은 다양하다.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다거나 완곡한 표현을 통해 진실을 가리고 다른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또한 단정적인 표현을 피하면서 빤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데 본문에 나온 예를 보자. 
 
기자 : 장관님, 몬트리올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실 생각입니까?
장관 : 그 중대한 문제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의해서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시행할 생각입니다.
기자 : 하지만 아직?
장관 : 문제의 모든 면을 빠짐없이 고려하고, 계량적인 면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전반적인 계획이 필요할 겁니다. 혁신적이기도 해야 하고요.

장관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말을 통해 상황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빤한 표현들은 비단 책에서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든 운동선수들이 많이 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와 같은 다짐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숫자를 통한 거짓말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책 소개를 통해 다룬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룬다. 일반적으로 통계를 다룰 때 오류가 발생하거나 혹은 발생시키게 되는데 역시나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오류는 평균에 대한 오류이다. 평균을 구할 때 경우에 따라서 모든 값을 고려하는 평균값을 이용할지, 극단적인 값을 베재할 수 있는 중앙값을 이용할지, 같은 값이 가장 많은 최빈값을 이용할지를 적절히 선택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않는다거나 어떻게 평균을 구했는지 언급하지 않음으로서 통계를 보는 사람들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또한 그래프에서 구간 크기를 임의로 조절해서 변화폭을 과장, 혹은 축소시킨다거나 연속적이지 않은 값을 연속적인 것처럼 보이게, 혹은 반대의 경우를 통해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신문기사 등에서 흔히 나타나는 숫자와 관련된 삽화들의 크기도 해당 숫자들의 크기에 대해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숫자 중에서도 특히 통계의 거짓말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아래 책을 참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새빨간거짓말통계 상세보기

저자가 경험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기억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객관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이나 별자리, 점에서 말하는 누구에게나 맞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만의 이야기라고 믿고 신뢰를 보인다. 일부 종교단체들에서 세기말에 나타났던 인지부조화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인간의 비이성적 측면을 나타낸다. 권위에 대한 복종에 대한 밀그램의 실험, 순응에서 비롯되는 잘못을 밝힌 애시의 실험 또한 비이성적인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중 애시의 실험은 명확한 정답이 있는 문제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오답을 말하면 실험당사자들도 오답을 말하게 되는 실험이다. 애시의 실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순응은 위험하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라!" 이 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을 참조하는 것도 좋을거라 생각된다. 난 아직 읽진 않았지만 이 책이 어떨까. 
생각에관한생각 상세보기
 
위와 같은 이유들로 개인의 경험은 의심할만한 요소가 너무나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과학적 사고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의 절반 정도는 자연계에서 과학을 배웠을 것이기 때문에 다들 자신에게 과학적 사고가 이미 몸에 배어있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류 같은 것이 여전히 성행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책에서는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비판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취해야 할 기본 자세와 사이비과학에 속지 않기 위한 자기 방어 도구를 제시한다. 
우선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가르는 기준을 살펴보기 위해 어떤 것이 '과학적'인 것인지를 살펴보자. 과학적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어떤 가정과 주장, 이론이 명확하고 정확하며, 상호주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때, 또 그런 검증을 통해 그것들이 참으로 증명되거나 적어도 부분적으로 참으로 여겨져야만 한다. 사이비과학, 혹은 비과학적인 것들은 일반적으로 주장이나 이론이 모호하거나 검증할 수 없거나 검증을 하더라도 참으로 밝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전 떠들썩했던 마야 달력이라든가 혈액형, 별자리를 통한 성격 분류와 같은 것들은 모두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책에서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을 주는 모델로 SEARCH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시어도어 시크와 루이스 본이 고안하고 개발한 모델이라고 하는데 누가 만든지 보다는 내용을 기억해야 하겠다. 모델은 다음 네 단계로 구성된다. 각 단계가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SEARCH 모델
1) 어떤 주장인지 명확히 정리하라 (State the claim)
2) 그 주장의 증거를 조사하라 (examine the Evidence for the claim)
3) 다른 가정들을 생각해보라 (consider Althernative hypotheses)
4) 타당성의 기준에 맞추어, 각 가정을 평가하라 (Rate, according to the Criteria of adequacy, each Hypothesis)

아직 안읽어보긴 했지만 과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는 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책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루는 것은 미디어이다. 앞에서 다루었던 여러 요인들을 이용하는,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가공, 왜곡하는 미디어에 속지 않기 위해 미디어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미디어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안목을 키워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의 미디어에 대한 불만이 점점 높아지는 실정이다. 특히, 시청률 경쟁에 몰두해 선동성과 선정성이란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게다가 수년 전부터는 매체의 집중화 현상도 불안 요인으로 더해졌다. 그러나 미디어의 행태와 그들이 민주적인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근심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다.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제도적 기관들이 민주주의를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띤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런 기관들은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국민을 소외시키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달리 말하면, 국민을 정치적인 삶의 주체가 아니라 방관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에서도 우리는 미디어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안목을 하루바삐 키워야 한다. 

서구의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의 국격이 서구 선진국들만큼이나 높아져서인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미디어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대화와 토론을 통한 민주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서구의 미디어도, 우리 주변의 미디어도 그 역할을 충실히,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미디어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책에는 미디어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31가지 전략이 실려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우선 '단어를 바꾸어 보라'가 있다. 예를 들면 '교육'을 '세뇌'로, '부수적 피해'를 '민간인 사망'으로 바꾸어 생각해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균형잡힌 속임수를 경계하라'가 있다. 균형잡히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도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기계적 중립에 다름아닌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 그 외에도 '묵인하고 보상하는 기사를 찾아내라', '출처를 확인하라', '의문을 제기하라', '(앞에서 다룬) 언어, 숫자를 활용하라', '선입견을 버려라', '누구에게나 고유한 가치관과 선입견이 있다는걸 기억하라' 등이 있다. 미디어, 언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요구하는 책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책들이 괜찮지 않나 생각된다. 
신문읽기의혁명(개정판) 상세보기
누가거짓말을하고있는가 상세보기

앞에서 원제를 밝혔는데 제목에 나와있듯이 이 책은 'Short course'이다. 여러 분야를 한권으로 압축해서 담다보니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기에는 충분히 좋은 개론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내가 아는 한에서는 분야마다 다른 책을 추천하려고 했고. 한 주제에 대해 너무 깊게 보기 전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기 위한 개괄적인 내용의 책을 원한다면 아마 누구에게나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귀가 얇은 사람에게 추천.
어떤 언론이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사람에게 추천.
언론, 미디어의 신뢰도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어떤 것이 문제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비판적시각을 가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

<본 리뷰는 그여자 Gene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by 청춘한삼 2013. 1. 24. 23:27

2013년 첫번째 책은 2012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인 '생각의 좌표'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요즘 자주 듣는 '꿈타장의 행복한 책읽기' 팟캐스트 덕분이다. 주로 주말에 차를 탈 때나 방에 혼자 있을 때 아이패드로, 요즘은 휴대전화로도 다운 받아서 운동할 때나 출퇴근할 때 하나씩 듣곤 한다. 그 중 '생각의 좌표'를 다룬 에피소드를 듣고 한번 읽어볼까..생각을 하는 와중에 그여자 Gene께서 선물해주셔서 읽어보게 되었다. 


홍세화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와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쓴 작가이자 진보주의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진보신당의 대표를 맡은 것은 이전부터 듣긴 했었지만 이미 당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시기였기에 그러려니..하고 말았었다. 앞에 적은 저자의 두 책도 제목만 듣고 읽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실 저자에 대해 알고 있던건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어찌보면 아무런 선입견이 없는 상황이랄까. 

 


생각의 좌표

저자
홍세화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09-11-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더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라, 덜 비인...
가격비교

첫문단에서 적었듯이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일반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이 의문을 접하게 되면 내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인가, 남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주입된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도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사고를 계기로 우리는 진정한 내 생각이 무엇인지, 그 생각의 좌표는 어디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무교육기간 동안, 지금 세대는 대학교육까지를 받으며 자신의 생각을 구축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폭넓은 독서, 열린 자세의 토론, 직접 견문, 성찰이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권장은 커녕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도 않는다. 이 부분을 저자는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주체적 자아, 진정한 자유인을 형성하는데 있다면 학생들에게 독서와 토론, 직접 견문과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로지 암기와 문제풀이 능력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한국의 제도교육은 윤리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의 일상에서 폭넓은 독서, 열린 토론, 직접 견문, 성찰의 기회를 완벽하게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제고사의 시행이라든가, 대학에 대한 지향이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보다 줄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실이 그다지 바뀌진 않았을 것 같다. 그나마 교육열(?)이 극성이지는 않았던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조차도 학교에서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나 '타나토노트'와 같은 비교과서를 읽는 것을 본 선생님에게 '너도 이런 책 읽는구나'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교육열이 훨씬 높았던 수도권이나 다른 곳의 학생들은 더더욱 그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과서와 문제집만 보기를 강요당하고, 수행평가의 일환으로만 이용되는 토론, 초등학생조차도 학교-학원-집(독서실도 포함 가능)의 쳇바퀴만 허용되는 생활에서 직접 견문이나 성찰은 바랄수도 없다. 대신 시험 성적, 모의고사 성적만이 일상이 되고 전국에서 몇 등이나 몇 등급인지, 전교, 반에서 몇 등인지, 언어 영역, 수리 영역 점수가 몇 점인지가 아이들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어릴 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언어 영역을 시험을 통해 점수를 내는 것이었다. 어떤 작품을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모든 사람이 같은 문장에서 감동을 받지도, 재미를 느끼지도 않는다. 누구에게는 인생 최고의 책이 누군가에게는 X나 재미없기만 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모든 학생들이 같은 작품에 대해 같은 것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워야 한다. 시의 어느 행은 어떤 것을 의미하고, 저 단어는 무슨 의미이고, 이 작품의 주제는 이거라고. 수학처럼 딱 맞는 답이 나오는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과학은 생각과 논리를 요구하는, 정답이 없는 학문인데도 서열화된 대학은 초중고 교육을 대학입시 교육에 종속시킴과 동시에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도록 요구했다. 인문사회과학을 생각과 논리는 없고 정답이 있는 '반학문'으로 왜곡시킨 배경이다. 학생들에게 생각과 논리를 물어서는 일등부터 꼴등까지 정확하게 줄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간과 사회, 사물과 현상에 관해 묻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과 논리를 갖도록 요구하는 대신 객관적 사실에 관해 암기하도록 요구할 뿐이다. 생각과 논리의 학문을 암기과목으로 바꾼 것이다.


누구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굳이 꺼내지 않던, 학창 시절에는 그저 해야하니까 따랐고 이후에는 이후의 생활에 정신이 팔려 남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그 생각에 대해 저자는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런 문제의 이유는 '서열화'이고, 문제로는 학생들이 자기 생각과 논리를 갖지 못하고 객관적 사실에 관해 암기하기만을 요구받는 것이라고. 


현재 학교에서의 문제는 제대로 된 시민 - 자유나 평등, 인권, 자율성, 관용을 지닌 - 을 기르기 보다는 경쟁과 승리를 가장 큰 덕목으로 삼는 학생들을 기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 종속되버린 학교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알지만 사회와 교육계 전체를 한번에 바꿀 수는 없기에 학교 내부에서라도 뭔가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고, 그 때문에 서울에서 혁신학교나 학생인권조례 등이 지속되지 못할 현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낀다. 


교육 문제 외에도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다루는데 그 중에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 또한 본인들의 생각이 어디서에 어떻게 만들어졌고,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려 하지 않는 점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노동자의 50%가 비정규직이고 자영업 비율이 30% 정도인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와 중소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들이 이렇게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는 본인들이 '나는 다르다'라고 생각하거나 정당들에 전혀 관심, 혹은 기대가 없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사파리의 초식동물들은 그들끼리 서로 연대하지 않으면 하나씩 차례로 잡혀먹히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무리지어 다니고 함께 행동한다. 동물들도 알고 있는 진리를 사람들도 이제는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충분히 깨닫지 못한 것 같다. 5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글이 길어진 김에 하나만 더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실수 중에는 '다르다'를 사용해야 할 곳에 '틀리다'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르다'는 different, '틀리다'는 wrong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용하거나 '틀리다'로 통일해서 사용하곤 한다. 이것은 단순한 말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다르다' 대신 '틀리다'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용인하는 것에 인색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서로가 다를 뿐인데 서로가 틀렸다라고 생각하고 갈등을 겪거나 갈등을 키우곤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면 자신과 다른 사람은 틀렸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고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이고. 저자는 몰상식은 불관용을 낳고 불관용은 제어되지 않을 때 거침없이 폭력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문제는 앞에 말한 것과 같이 서로의 차이를 용인하지 않는 몰상식이 용인되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널리 퍼져있어 사회의 주류를 차지할 정도라는 점이다.

 

글을 쓰다보니 원래 구성했던 것에 비해 내 생각이 많이 들어가 버렸다. 글이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과연 누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뜬금없지만 책의 한 구절을 옮기면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이 되었는지를 고민해봄으로써 사회가 더 성숙해지길 바라며.

 

시민사회의 발전 단계는 대중이 무지와 무관심 단계에서 벗어나 얼마나 시민의식이 성숙했는가에 의해 규정된다. 또한 시민사회의 발전 단계는 시민의식이 광신과 극단주의, 사익추구 자체에 내장하고 있는 열성과 집요함에 얼마나 맞서고 있는지, 권력과 돈이 가진 힘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

먹고 살기 바쁜데 자기 성찰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면 추천.

학교에서의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프랑스에서 살다 온 지식인이 말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본 리뷰는 그여자 Gene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by 청춘한삼 2013. 1. 4. 20:09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저자
한상복 지음
출판사
예담 | 2012-11-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아무리 눈 먼 사랑이라도, 우리 모두 한번쯤은 냉정해질 필요가 ...
가격비교


직장의 동기 언니에게 연말 선물로 무려 을 선물 받았다!! 남친님께서야 자주 책을 선물해주지만 남친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책선물을 받다니! 히히♬♪ 좋아라

언니가 읽은 책중에 나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선물을 해주었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더랬다.


부제가 "이 남자, 같이 살아도 될까?"라고 나와 있다. 뭔가 표지부터 냉정한 바람이 부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자를 사귀고 고르는데에 대한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어 주신다.


사랑해서 결혼하게 되면 닥치게 되는 순간들을 예시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는데, 읽는 내내 나도 이렇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조마 조마 했다. 결혼이 사랑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음.. 마음이 아프다라고 할까?


동화책의 마지막 줄 공주와 왕자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문자 그대로가 아닌, 왕비와 왕자의 누이들은 공주를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왕자는 독립심이 없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변하고 공주도 왕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현실을까지 깨닫게 되어서 어릴 때의 동화책 로망까지도 여실히 깨져버렸다. 


또, 결혼을 앞둔 많은 예비 신랑, 신부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을 말하고 있으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여러 사실들 까지도 콕 집어준다.



결국 이 책에서는 이렇게 하라는 결론을 내어주기 보다는 사회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면 다양한 시선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명언들을 통해 우리의 사랑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마지막으로 끝난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슬프기도 하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사랑해야 겠다는 다짐까지도 할 수 있게 되어서 나름 좋았던 것 같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3. 20:17



다시 집을 순례하다

저자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출판사
사이 | 2012-01-07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주택의 명작을 찾아 떠나다!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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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워너비 하우스를 찾았던 [집을 순례하다]의 속편 [다시 집을 순례하다]를 드디어 손에 넣었다!! 물론, 남친님께서 빌려 주신 거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던 볼 수 있다는 자체가.


뭐 당연히 속편이기 때문에 구성은 똑같다. 저자가 집을 둘러보고 대강 그렸지만 세세한 스케치와 집의 구조, 집을 둘러보면서 느낀 여러 느낀점까지.


단순히 집을 집으로 보지 않고, 나의 삶의 터전, 평안함을 느끼고 쉴 수 있는 아늑한 곳이라는 사실을 가득 담고 있어서 읽는 내내 신이 났다.


필립 존슨, 찰스 무어, 루이스 바라간, 피에르 샤로,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한네 키에르홀름, 안젤로 만자로티 등이 건축한 집인데 사실 또 난 건축가에 있어선 문외한..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생활인으로서 그 곳에서 일상을 평화롭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주지 시키고 있다.


어쩐지 벌써부터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 참, 알고 보니 [집을 순례하다]가 아니라 [주택순례]로 진작에 출간되었었다는 사실!


주택순례

저자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출판사
시공문화사 | 2004-10-25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저자가 20세기 근대건축의 주역들에 의해 설계된 명작주택들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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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3. 19:54
2012년 한해가 마무리 되면서 모든 인터넷 서점에서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있는 와중에 그남자르닌과 그여자 Gene이 함께 하는 '그남자 그여자의 독서와 생각'에서 그남자 세르닌 단독으로 2012년에 그남자가 읽은 책 중 '갑'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기록해보기로 했다. 중요한건 2012년 출간된 책 기준이 아니라 그남자 세르닌이 2012년 읽은 책 기준이라는 점과 갑은 한권이 아니라 여러 권이라는 점. 

순서는 '갑 of 갑', '갑 of 갑 of 갑' 이런 식으로 경중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올해 읽은 순서대로다. 블로그에서 리뷰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순전히 개인 취향이니 본인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해해주길. 


- 2012 그남자가 읽은 '갑'들

1.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더 나은 삶을상상하라 / 자유시장과 복지국가 사이에서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토니 주트 (플래닛,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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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토니 주트가 사망하기 전 집필한 마지막 책. 
저자의 '포스트워'도 언젠가 보려고 생각 중. 
2012/02/26 - [그남자와 책] -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 현대 시민의 필독서


2.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장하준 (부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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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경제가 미래에 나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책에서 나온 수준까지는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생각했지만 현재로서는 타협의 대상인 재벌, 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협상을 받아들일 유인도, 사회나 정부가 강제로라도 협상장에 끌어들일 방법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협력의 진화
협력의 진화 / 이기적개인의팃포탯전략
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지은이 로버트 액설로드 (시스테마,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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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 죄수의 딜레마'라는 용어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 협력을 할 줄 아는 착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준다. 다들 좀 서로 도우면서 착하게 살자. 
2012/10/02 - [그남자와 책] - 협력의 진화 - 서로 도우며 착하게 살자


4. 노동의 배신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푸어 생존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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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미국 저소득층 사회에 대한 르포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대입해봐도 딱히 다르지 않다. 아무리 일해봤자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2012/09/01 - [그남자와 책] - 노동의 배신


5. 집을 순례하다 시리즈
집을 순례하다
카테고리 기술/공학 > 건축/인테리어
지은이 나카무라 요시후미 (사이,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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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을 순례하다 /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달고 따듯한 삶의 체온이 담긴 8개의 집 이야기
카테고리 기술/공학 > 건축/인테리어
지은이 나카무라 요시후미 (사이, 2012년)
상세보기

화려하고 전위적이지 않은, 진짜 사람을 위해 지어진 집들의 순례기. 
2012/10/28 - [그남자와 책] - 집을 순례하다
2012/12/21 - [그남자와 책] - 다시, 집을 순례하다


스크롤의 압박을 이겨내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들, 나름대로 올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꼭 책이 아니더라도) 한 해를 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는 기록을 남겨보는건 어떨지. 
by 청춘한삼 2012. 12. 24. 21:50

스노우맨요네스뵈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요 네스뵈 (비채,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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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남친님께서 사주셨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백은의 잭"처럼 겨울 이야기이다. 하지만 설원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

 북유럽 노르웨이 특유의 스산함(?)을 담아 책은 시작된다. 으레 그러하듯 주축이 되는 "해리 홀레 형사"시리즈 이다.  첫 눈이 내리는 한 풍경의 으스스한 눈사람이 등장하고 누군가가 실종된다. 이 사건들은 11년 동안 종종 발생되며 그 동안 데이터를 모아온 해리 형사가 전근온 카트리네 형사와 사건을 파헤친다.

이책에서의 주인공 해리 홀레 형사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경찰청의 강력반 반장에 FBI에서 훈련 받은 경력까지. 노르웨이에서 손꼽히는 형사임에 의심이 없으며 타고난 수사 감각으로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마지막 책장을 다 읽고 난 후 뭔가 북유럽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특유의 냉기가 느껴졌다.  근래들어 읽은 책중에서 단연 파이프 안에 들 정도. 문학적 재미와 느와르적인 사건 전개는 대단한 흡입력을 가진것이 여지 없다. 올해 읽은 추리소설 중 니가 갑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23. 20:36
관련글 : [그남자와 책] - 집을 순례하다

'집을 순례하다'를 재미있게 읽고 바로 질러버린 속편. 다시 집을 순례하다. 속편이기 때문에 여전히 저자도 같고 구성이나 책의 컨셉도 거의 같다. 얼마나 같은지 저자의 서문도 따로 없다. 원래 잡지에 싣던 원고를 모아서 책으로 낸거라 그런가..생각하고 있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 /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달고 따듯한 삶의 체온이담?
카테고리 기술/공학 > 건축/인테리어
지은이 나카무라 요시후미 (사이, 2012년)
상세보기
 
기본적인 컨셉은 같지만 속편으로 오면서 좀 더 건축적인 스펙트럼이 넓어진 듯 하다. 유럽과 미국의 주택만을 소개하던 전편과 달리 일본과 멕시코의 건축까지 소개됐을 뿐만 아니라 주택 자체만이 아닌 전체 건축모음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건 역시 그곳에 사는 사람과 그 사람을 위해 건축가가 기울인 노력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집은 제일 먼저 나오는 스미요시 연립주택이다. 
이름만 보고 연립주택이라고 하기에 우리나라의 빌라와 같은 집을 상상했었는데 일반적인 주택이라 놀랐다. 비단 나만 그렇게 착각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 주변의 경찰 또한 이름만 듣고는 집 안에 연립주택이 있는건가..하고 생각을 했었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알고 보니 가운데 중정을 통해 집이 양분되기 때문에 연립주택이라고 했다는..
스미요시 연립주택을 인상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외장을 콘크리트로 마감했다는 점이다. 최근에 지은 박물관이나 여러 건축물들에서 콘크리트 마감이 나타나곤 하지만 주택에까지 적용했다는 것이 놀라웠고, 시각적으로 뭔가 특이해 보이는 것 외에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문제라는, 거주민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여름의 콘크리트 도로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연립주택의 주인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힘들긴 하지만 집을 전혀 고치지 않고 25년간 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이 책이 나온지는 좀 더 되었으니 아직 그대로 살고 있다면 30년이 넘었겠다. 
사실 연립주택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 나온 비판처럼 '건축가의 횡포'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택은 결국 사는 사람이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렇게 비판만 할수는 없는 듯하다. 저자는 그렇게 오랫동안 만족하며 살고 있는 집주인들을 찬양하지만 내가 집주인이었다면 어땠을까..그냥 살았을까 아니면 팔거나 새로 지었을까..그건 모르겠지만 우선 지금 드는 생각은 내가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외장 콘크리트는 피해야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집은 덴마크의 '키에르홀름의 집'이다. 
바닷가에 나즈막히 지어진 집이라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는 점이 기억에 남게 하는 요소인듯하다. 집의 크기가 큰편이라 내가 그렇게 지어서 살기엔 힘들겠지만 주변 경관을 잘 즐길 수 있고, 월출을 볼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설계된 점, 내부의 깔끔한 인테리어까지, 잘 새겨놓아야겠다.

케이르홀름의 집 파트에서는 집 이야기만이 아니라 저자의 '순례'에 대한 속이야기도 나온다. 저자가 순례 겸 취재를 하는 마음가짐이 나오는데 조금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제가 순례를 하는 주택들은 모두 대학시절부터 제가 연모해왔던 주택들입니다. 때문에 공간 구성이나 입면은 물론, 그 집의 특징이나 눈여겨볼 만한 부분 여기 제 뇌리에 각인되어 있지요. 게다가 사진가나 편집자가 동행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혼자 떠나는 여행이니 제 일의 스케줄만 잘 정리하면 언제든지 가볍게 떠날 수 있습니다. 
가끔 "취재 힘드시죠?"라며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말이 나온 김에 <무대 뒤>의 이야기를 살짝 해볼까 합니다. 제가 하는 취재란 사실 싱거울 정도로 간단합니다. 취재라기보다는 그저 <방문>이라고 쓰는 편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보통의 방문보다는 주의 깊게 둘러보려 하고 관심 가는 부분은 스케치한다거나 재빨리 실측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일이라는 것도 그리 힘들게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콧노래와 함께하는 즐거운 일입니다.
사진 촬영도 마찬가지지요. 삼각대를 세워 본격적인 자세를 취해 찍기 시작하면 가구를 옮긴다거나 앵글 안에 소품을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카메라는 손에 든 채, 실내는 있는 그대로, 플래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원칙을 고수하며 스냅 사진을 찍는 요령으로 짧은 시간 안에 찍고 있습니다.
거주자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사항을 미리 준비해서 인터뷰를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통역사를 데리고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이야기로 들어가면 제 쪽의 어학 실력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 잡담에 가까운 가벼운 이야기로 일관합니다. 또 그 이야기를 메모하지도 않습니다. 메모같은 것을 하면 서로 새삼스럽게 격식을 차리게 되므로 허물없이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즉 취재하는 쪽도, 반대편 쪽도 잘하려고 긴장할 필요 없는 <평상복>처럼 편안한 취재입니다.


생각보다 길게 썼는데 저자가 어떤 자세로 주택들을 방문했는지를 보면 책의 본문을 보지 않아도 저자가 얼마나 순례, 혹은 방문을 즐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본문을 보면 저자의 행복함이 절로 느껴져 나까지 절로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집을 순례하다' 시리즈는 이것으로 끝난다. 저자의 저서 중에 '집을 짓다'라는 책이 번역되었던데 읽어볼까말까 고민 중이다. 이제 남의 작품이 아닌 자신의 작품을 위주로 이야기를 할테고, 실제 집을 짓는 건축가의 마음이 어떤지도 궁금하고 해서 보고 싶긴하다. 보고 싶은 책이나 봐야할 책들이 밀려있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아마 언젠가 구해서 읽어보긴 읽어볼 듯 하다. 

추천 여부는 전작과 같은데 + α 하나. 
주택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 
자신이 살 집을 짓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 강추. 
아파트만이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 
조금은 다른 여행기를 원한다면 추천. 
전작, '집을 순례하다'를 읽어봤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2. 12. 21. 21:1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에 출판되는 경제학 관련 책에는 크게 두가지 분류가 있었다. 하나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의 분석,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의 경제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후자는 대개 경제학(혹은 주류 경제학)의 '경제적 인간(Homo-economicus)' 가정을 비판하며 행동경제학을 소개하거나 행동경제학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하는 편이다. 

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 -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군터 뒤크 (비즈니스맵,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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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이란 긴 제목을 가진 책은 제목만 보고도 대강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다. 거기에 'Farewell to Homo-economicus'라는 원제를 보면 더 상세하게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사람들은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호황일 때와 불황일 때의 심리, 생각이 달라진다. 경제 상황에 따라 현실에서 구현되는 경제의 내용이 달라지고 이를 설명하는 학문인 경제학 또한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을 본문에서는 여러번, 여러 방식으로 설명하는데 간단히 한 문장으로 말하면,

호황은 긍정을, 불황은 스트레스를 만든다.


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긴 설명 중 하나는 아래와 같다.  

이처럼 경제는 시대의 원초적 본능과 함께 파드되를 춘다. 호황기에는 지킬 박사가 왈츠를 추고, 불황기에는 하이드가 분노의 춤을 춘다. 호황기에는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가 지배하고, 불황기에는 자본가와 프레카리아트 및 프롤레타리아가 생존을 두고 투쟁한다. 이러한 인간 본성의 변화를 경제학 이론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시기에 따라, 사람에 따라 항상 상반되는 이론에 빠져든다. 그들은 역사와 심리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경제 이론을 매번 새로운 것으로 인식한다. 


위 본문에서 말하는 시대에 따른 인간 본성을 책에서는 '국면적 본능'이라 부른다. 인간은 스트레스 상태(불황기)에서는 인간의 탈을 쓴 기게, 혹은 서로 이익만을 취하려는 동물이 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희망이 있다면(호황기) 신뢰와 의미가 가득한 환경에 있는 인간이 된다. 이처럼 경기에 따라 인간의 인간관 또한 경기 상황에 따라 변한다.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기업의 인간적 측면'이란 책에서 인간 본성에 대해 X이론과 Y이론을 제시한다. X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일하기를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는 노동자를 선도하고 이끌어야 하며 무엇을 해야할지, 정확한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지정해 주어야 한다. Y이론에서 인간은 능동적이고 의미를 추구하는 행동에서 삶의 가치를 느끼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Y이론에 따르면 경영자는 직원들이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느끼도록 작업과 목표를 조직해야 한다. 그러면 일은 경영자가 닥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굴러갈 것이다. 이처럼 X이론과 Y이론은 동일한 인간을 상반된 두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책에서 말하는 국면적 본능과 두 이론은 조건에 따라 합치된다. 그 조건은 경제 상황이다. 호황기의 사람들은 Y이론, 불황기의 사람들은 X이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불황기에 사람들은 서로 이익만을 취하려는 동물이 된다. 저자는 이런 시기의 사회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낙오하는 사람은 저성과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남들이 그렇게 낙인찍도록 하는 것도 자기 잘못이다!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도 자기 잘못이다! 모두 높은 압력을 받고 있기에 실패한 자는 어떤 배려도 없이 그냥 살벌한 길 위에 나앉도록 놓아둘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동체가 죽어버린다. 교회는 비어간다. 자원봉사로 유지되는 사회단체들도 해체된다. 각자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국가의 구성원이 점점 줄어드는데도 아이를 낳고 기를 시간은 없다. 


굳이 책에서 불황기의 사회 묘사를 읽어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미 불황기의 혹독함과 어려움을 체험하고 있다. 불황기의 어려움을 줄이고, 불황기를 최대한 불러들이지 않기 위해서 경제학은 '어떻게 하면 경제를 합리적인 선상에서 유지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호황기 때의 현명함과 절제'이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고 책에서도 설명하듯이 호황기에는 본능과 탐욕, 흥분이, 불황기에는 생존투쟁이 지배한다. 시기를 막론하고 '국면적 본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국면적 본능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렵다. 표지에 나온 사자는 호황기에는 절제없는 사냥을 하고 초식 동물 수가 너무 줄어들면 급격한 불황을 맞는다. 후버 전 대통령이 말한, 자본주의가 낳은 너무나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자 뿐만 아니라 이스터 섬에 살던 원주민들까지도 호황기의 탐욕은 억제하지 못해왔다. 당장 거울을 보고, 주변을 둘러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호황과 불황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역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절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명한 사람들도 존재했다. 표지에 사자 반대편에 있는 인디언이 그 주인공이다. 인디언은 "아주, 아주 많은 들소가 있다고 해도 평소에 먹던 만큼만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디언 외에도 이누이트나 조에족 같이 여러 집단들이 탐욕 대신 인디언과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선지자들이 존재해왔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보자. 

중요한 것은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이다. 우리는 (적어도 절차적)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사회를 원한다면 이성적인 정당과 이성적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위해 좋은 시기에 저축하고 절제하자..라고 말하는 지도자가 과연 선출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행동경제학에서 한발 더 나간 대안경제학을 원한다면 추천. 
(본문에서는 제외했지만) 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나타나는지 알기 쉬운 설명을 원한다면 강추. 
경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인간 심리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 


덧. 마지막 문단 때문에 정치적인 시선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는 그런 느낌 별로 없음. 

<본 리뷰는 그여자 Gene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by 청춘한삼 2012. 12. 9. 21:01
남친님이 서점에 있다고 하기에 에세이 읽고 싶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이책을 사셨더라.
역시 못말린다는.

쿡쿡누들로드PD의세계최고요리학교르코르동블뢰생존기
카테고리 요리 > 요리에세이
지은이 이욱정 (문학동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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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로드"를 들어보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이책은 "누들로드라는 유명하고 또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PD가 프로듀서의 자리를 비우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러 홀연히 떤 이야기"라고 한줄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 간단한 이야기 인가?

사실 요리는 전세계 인류가 뗄레야 뗄 수 없는 당면 과제이지 않을까? 나 스스로도 요리를 조금은, 아주 조금은 한다고 자부하는데 이책의 저자는 아예 요리의 요자도 모른다고 적혀 있다. 이런 성인 남자가 세계최고의 요리학교에서 살아 남는 생존기라니!

PD라서 그런가 책을 읽다보면 객관적이고 제3자의 입장으로 현장을 써내려간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요리 학교의 내용 뿐만아니라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들, 스타세프들, 각국에서 날아온 요리 실습생들의 모습까지도 묘사하고 있다.

사실 읽으면서 요리학교에 대한 내용이 더 자세히 나오길 바랬지만 뒤로 가면서 작가의 사심가득한 요리에 대한 생각들이 나오면서 '아 내가 에세이를 읽고 있었지'라고 다시금 인식하게 해주었다.

참, 런던의 요리학교를 보니 우리나라의 한식도 얼른 세계화가 되어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유명한 요리 학교가 되었으면.. 요즘 다른나라에서 비빔밥이 그렇게 인기라고 하던데, 다른 요리들도 널리 널리 퍼지기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 21:02

집을순례하다
카테고리 기술/공학 > 건축/인테리어
지은이 나카무라 요시후미 (사이,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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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해 준 책이 다시 돌아서 나에게 왔을 때. 재미가 없어서, 내 성의를 무시해서가 아닌.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고 추천을 하는 것이라면 선물을 해준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남친님의 든든한 추천이라면 믿고 보는(?)으로.

사실 20세기 거장의 건축가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냥 아 유명한 사람인가 보구나 하는 정도? 8명의 건축가가 지은 집을 순례하며 이야기 하듯 풀어가는 책에 퐁당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도 건축가라서 인지 집을 둘러보는 관점들이 일반인들은 찾기 힘든 디테일 까지도 살려주는 것이 이책의 묘미가 아닐까. 난간이 이쁘다느니, 뒷산에 올라서 집의 평형을 찾는 안목하며 집을 이해하기 쉬운 곳으로 안내해주는 것 같았다.

저자가 세세한 부분까지 스케치한 도면이나 집의 겉모습은 나도 건축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만들어 주었다는 점.

두번째에 소개 된 "루이스 칸 / 에시에릭 하우스 / 미국 "의 집이 나의 워너비 집으로 급부상되었다. 언젠가 남친님과 집을 짓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지않는다는 것과 나의 집을 갖고 싶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대화의 끝에 딱 맞는 집의 느낌?

거실에 놓여진 2층높이의 서재하며 책장 사이사이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계단의 디테일, 집안 곳곳에 숨여있는 T자, 둘만 살고싶게 만드는 아늑한 침실까지. 완전 딱 내스타일!!
나중에 집을 짓게 만든다면 "꼭 이렇게 해주세요"하고 도면과 사진을 내밀테다~

다시집을순례하다20세기건축의거장들이지은달고따듯한삶의체온이담?
카테고리 기술/공학 > 건축/인테리어
지은이 나카무라 요시후미 (사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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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첨부하다 보니 다시 집을 순례했다는 저자의 책.
오호, 이책도 마음에 쏙 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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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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