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을 보면 '미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사회에서 한평생 살아오긴 했지만, 미국과는 다르게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되는 유럽의 유구한 역사와 독일, 프랑스, 영국, 북유럽 국가 등이 가진 부유하고 살기 좋은 나라의 이미지는 나에게 있어 유럽에 대한 선망과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들의 역사와 생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나름대로의 부끄러운점과 고충, 고민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은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연합(EU)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세계대전이라 이름 붙인 전쟁을 두번이나 치루고도 전 유럽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그들의 시도(혹은 실험)는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수십년 간 서구화를 급격히 진행시켜 왔고, 근현대 들어 좋지 못한 사이를 유지해 온 이웃 나라들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유럽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단 그런 조건이 없더라도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교훈을 얻는 것은 언제나 필요하기도 하고.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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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워온 세계사는 대부분 유럽에 무게중심을 두고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의 다른 대륙의 역사는 유럽사와 관련이 있을 때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세계사라고 하는 것이 유럽 중심으로 연구되었고 전파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주류 역사학의 시각만을 따르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왜곡되어 있는 역사적 시각을 가지게 되는 위험이 있다.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라는 제목은 그런 면에서 매력적이다. '삐딱한' 것이 '잘못된, 틀린'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시각을 가진' 정도로 생각하면 딱 맞을 것 같다. 

그러면 이 책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가 궁금할 것이다. (아닌가?) 책에서는 유럽 문명이 어떻게
근대정신을 가지고 발전시켜 나가는지를 살펴본다. 또 하나의 의문이 될, 저자가 말하는 '근대정신'은 다음과 같다. 

르네상스가 근대를 향한 기지개라고 봤을 때, 근대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근대는 물론 시대를 지칭하는 단어지만 동시에 문명의 특정 상태을 의미하기도 하며 논의의 성격에 따라서는 후자가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른 단지 경제적인 영역이나 제도,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넘어서는 문명의 의식수준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근대의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다양한 어휘로 설명·정의할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기독교 도그마의 붕괴와 인본주의의 성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가치가 사회를 지배하고 이에 반항하는 자에 징벌을 내릴 때 우리는 그 사회가 도그마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중세 유럽에 있어서 도그마는 기독교였다. (p. 187)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던 시절, 특히 중세는 인간보다 신이 우선시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십자군 전쟁과 마녀사냥이라는 '광기'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던 시기이기도 했다. 저자는 관용과 사랑이 기독교 내에서만 통했던 시기라고 말했지만, 십자군 원정이나 마녀사냥을 보면 사실상 기독교 내에도 관용과 사랑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었다. 이런 시기를 탈피해 신 대신 인간을 중시하는 인본주의가 탄생하고 전파되는 것은 눌렸던 스프링이 결국 더 높이 튕겨오르는 것과 같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위에서 저자는 '기독교 도그마의 붕괴와 인본주의의 성립'을 중세 유럽을 벗어나는 핵심요소라고 말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것이 근대의 핵심요소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 도그마를 대신한 반공 도그마의 극복과 인본주의의 성립일까. 혹은 다른 요소일까. 


이제 우리는 어두운 과거인 중세를 넘어 근대정신을 달성한 이상적인 사회를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또한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근대정신과 이상적 사회에 대한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 범죄, 학살, 착취, 수탈, 부패는 이어지고 거짓과 위선을 통한 지배와 통제는 더욱 교묘한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말해주는 바는 하나다. 인류는 여전히 탐욕과 증오, 광신의 포로로 살고 있다. 새로운 맹신이 과거의 맹신을 대체하고 새로운 미움이 예전의 미움을 대신하며, 소유에 대한 욕망은 무한대로 확장되어 타인의 땀과 피를 요구하고 있다. 중세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근대의 이상도 달성되지 않았다. (p. 434)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단일한 주제와 짜임새이다. 단순히 시대별로 어떤 전쟁이 일어났는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정신의 달성'이라는 주제를 견지하며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얇지 않은 두께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이야기에는 짜임새가 있다. 

또한 유럽사 외에도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저자가 유럽, 캐나다에 살면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는 점도 마음에 드는 면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해되지 않았던 서구사회의 빈곤층, 범죄자들의 존재가 서구사회의 개인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할까. 

전체적으로는 '근간'으로 되어 있는 다른 대륙의 시리즈를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인류의 이성을 통한 근대성의 발전 과정을 알고 싶다면 강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세계사(유럽)를 보고 싶다면 강추. 
소위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 선진국의 명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덧. 책의 마지막에 성당기사단(템플기사단)과 장미십자회, 프리메이슨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내용 중에 팩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추측, 추정하는 내용이 많다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책의 말미에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나쁘지 않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단체들일 수도 있지만 결국 음모론과 추측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점에서 본문에서 잘 쌓아온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건 개인 취향의 문제. 
by 청춘한삼 2013. 5. 18. 17:07

나미야잡화점의기적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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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히가시노 게이고라니!

다잉아이를 끝으로 정말 참신한 것이 아니라면 읽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친님의 한아름 책선물 중에 이책이 뙇!

어느날 오래된 '나미야 잡화점'에 좀도둑 3명이 숨게되고 과거에서 온 편지에 대한 상담편지를 해주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신기한 이야기.

사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가 써온 추리소설과는 완전 다른듯한 내용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잠시 고민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딱딱 들어맞는 내용과 내용들에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래서 추리소설가들은 다르다고 하는건가..

그냥 넘긴다면 허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편지의 내용과 그 내용들에 담긴 사연들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감동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주고자 했던 소설의 교훈은 아니었을까.

덧, 백지의 편지에 나미야씨가 보낸 답장은 우리의 청춘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인 것만 같다.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나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17. 20:49



심리학 나 좀 구해줘

저자
폴커 키츠 지음
출판사
갤리온 | 2013-03-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써먹는 심리학! 상황별로 대처할 수 있는 심리학적 지침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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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먹는 심리학이라니. 식상할 듯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책.

직장생활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4년차.

"사회생활"이라는 단어의 이해도 내 몸에 와닿아 어느덧 적응하고 나또한 그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이자 선배가 된거 같다.

직장생활 뿐만 아니라 사회 어느 곳곳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지내고 있으니 이런 심리학은 이해와 활용이 적절히 필요할 듯하다.

이런 인간관계 자체가 심리학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잘 집어 내어 속속들이 풀어 내어 주니 좋지 아니한가.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놓고 본다면 어렵겠지만, 실생활에 적용하여 쉬운 용어들로 풀어내고 있어 한층 이해하기도 쉽다.

 

1. 당신만 모르고 있는 면접의 비밀 - 초두 효과 vs 최신 효과
2. 왜 나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는 걸까? - 리프레이밍
3. 왜 즐거운 일일수록 짧게 해야 할까? - 습관화
4.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는 이유 ? 기본적 귀인 오류
5. 꼴도 보기 싫은 직장 동료와 잘 지내는 법 - 점화 효과
6. 절대 잘나가는 친구를 비교 대상으로 삼지 마라 - 비교의 덫
7. 먹으면서 살을 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 - 이미지 트레이닝
8. 잘못된 선택인 줄 알면서도 되돌리지 못하는 심리 - 인지 부조화
9. 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걸까? - 자기중심주의의 함정
10. 회사는 왜 직원들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걸까? - 우월감 환상
11. 당신이 자꾸 사람들과 다투는 이유는 따로 있다 - 적극적 경청
12. 나쁜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려 하지 마라 - 감정 사용법
13. 웃어야 웃을 일도 생긴다 - 안면 피드백 이론
14. 하기 싫은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법 - 지각적 범주화
15. 생각만 바꿔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자기 충족적 예언
16. 힘들어 하는 그를 진정으로 돕는 법 - 동정 vs 공감
17. 절대로 충고하지 마라 - 투사
18. 원하는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비밀 - 정박 효과
19. 당신의 두뇌를 믿지 마라 - 대표성 휴리스틱
20. 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 후광 효과
21.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 적응
22.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 자기 효능감
23. 나쁜 습관의 고리를 끊는 법 - 잠재의식
24.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 널리 퍼지는 이유 ? 스스로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환상 오류
25. 아직도 당신이 솔로인 까닭 - 인위적 희소화 전략
26. 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더 오래 사는 걸까? - 종교
27.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 단순 노출 효과
28. 닮은 사람을 만나야 더 행복한 이유 - 유사성의 원리
29. 아내와 어머니 중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 P-O-X 모델
30. 화장을 하지 않고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 - 평가자 간의 신뢰도
31.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 - 상호성의 원리
32. 싸우지 않고도 갈등을 해결하는 법 - 개입
33.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게 부탁하는 법 - 부정적 상태 감소 가설 vs 공감 이타주의
34. 당근과 채찍, 둘 다 필요한 이유 - 조건 반사
35. 마음이야말로 청소가 필요하다 - 정신 위생
36. 왜 나는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 동조
37. 왜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걸까? - 리액턴스 효과
38. 물건을 살 때 속지 않는 법 - 소유 효과
39. 죽을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 방관자 효과
40. 왜 나는 뭐가 바뀐 건지 모르는 걸까? - 변화맹
41. 당신의 뇌가 원하는 것은 휴식이다 - 정신적 블로킹
42.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돈이 아니다 - 과잉 정당화 효과
43. 내 기억이 정말 맞는 걸까? - 섬광 기억
44. ‘나는 선입견이 없다’라고 말하지 마라 - 선입견
45. 남자와 여자가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 커뮤니케이션 사각형
46. 오래된 커플을 위한 권태기 극복법 - 섹스 세러피
47. 되도록 적을 만들지 않는 법 - 동물 행동 연구
48. 창피한 일을 당했을 때 빨리 수습하는 법 - 조명 효과
49.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익혀야 할 것 - 충동 조절
50.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는 법 - 멀티태스킹
51. 마지막으로 꼭 알아 두어야 할 것들

 

모두 51가지의 법칙들로 풀어내고 있으니 심리에 기반한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추천.

 

덧, 이 책을 한마디로 쉽게 말하자면, "나(我)"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타인"을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이야기 하고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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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저자
장용민 지음
출판사
엘릭시르 | 2013-03-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0년간 기다려온 퍼즐이 완성된다!‘궁극의 아이’를 둘러싼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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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窮極)  [명사] 어떤 과정의 마지막이나 끝.


어떤 과정의 마지막이나 끝이라니. 마지막의 아이란 뜻인가.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소설 같은 표지에 혹하여 이 책을 집었더랬다. 근데 알고보니 이 작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작가란다. 대학교때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 "댕~"하는 느낌이었는데.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저자
장용민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07-09-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상과 구인회의 작품에 숨겨진 숨은그림찾기! 한민족의 가장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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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어본 책중에 재미는 보통일지언정 스토리 만큼인 최고였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스토리를 잠시 살펴보자면 스포일러가 될 것만 같아 간략하게 설명한다. 궁극의 아이들의 힘으로 권력을 손에 쥔 5명이 하루에 한명씩 죽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FBI요원 사이먼의 집요한 추적과 엘리스의 참여로 풀어나가는 한편의 추리.

책에서의 주인공인 신가야는 자신이 선택한 운명에 책임을 지고 나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킨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소설 제노사이드와 비슷하다고 이야기 하는데 뭐 어찌되었건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한권이 될거 같다. 


추신 - 우리는 운명을 바꿀 수 있다라고 믿는다. 

"운명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건가요? 그렇다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애쓰는 우리는 뭔가요?"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박힌 거대한 뿌리라고. 그 뿌리가 당신이에요.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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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16. 14:18
'집을 짓다' 라는 제목을 보고 누군가 오해할수도 있겠지만, 여긴 책을 읽고 생각해보고 소개하는 곳이지 뭔가를 자랑하는 블로그는 아니라는걸 기억해주길. '집을 짓다'는 이전에 소개했던 '집을 순례하다' 시리즈의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건축가로서 자신이 지은, 짓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다. 



이전에 보았던 '집을 순례하다'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저자가 건축 마니아가 아닌 건축가로서 펴낸 책이 있다는 점에서 안읽어볼수가 없었다. 전에도 적었듯이 내가 살 집을 지어서 살고 싶은 생각이 있기도 해서 '집을 짓다'라는 책의 제목뿐만이 아니라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돌아가고 싶은 낭비없고 간소한 나만의 집을 짓는 것에 대하여'이라는 설명을 보니 더더욱 그랬고. 

집을 짓다 -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돌아가고 싶은 낭비없고 간소한 나만의 집을 짓는 것에 대하여
카테고리 기술/공학 > 건축/인테리어
지은이 나카무라 요시후미 (사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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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순례하다' 시리즈에서처럼 요시후미씨는 여전히 인간적이고 듣기(읽기려나) 편한 문장으로 이것저것 이야기 해준다. 본인이 생각하는, 그리고 본인이 지어온 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집이란 무엇인가, 집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와 같은 물음에 자기 나름대로 답한다. 르코르뷔지에의 '어머니의 집'과 같이 '집을 순례하다'에서 나왔던 집들도 이런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잠깐씩 등장하는데 완전히 같은 내용을 우려먹는다거나 하진 않으니 사골국을 먹을까 걱정하는 분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에서는 건축가 요시후미씨가 지어온 집을 소개하는데 이를 통해 요시후미씨가 집을 지을 때 어떤 점을 고려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집을 순례하다' 시리즈처럼 간단한 사진과 손으로 그린 평면도, 스케치, 건축주들과의 대화들이 특유의 친근한 말투로 다가온다. 이번에는 '자신이 지은 집을 순례한다'는 느낌이려나. 몇 개의 집을 통해 과장되지 않고 소박하며 건축주에 잘 어울리는 집을 지으려는 건축가 요시후미씨를 볼 수 있다. 

건축가인 요시후미씨가 꼽은 자신의 집 짓기 원칙 6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집
 2. 소재나 형태에 고집을 부리지 않는 집
 3. 그 자리에 어울리는 집
 4. 가족을 너그러이 포용할 수 있는 집
 5.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집
 6. 공간에 힘을 주는 가구가 있는 집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아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되는데, 다섯번째인 건축주에게 어울리는 집을 짓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적은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집. 
생활환경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도 역시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확고한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가족의 경우에는 <상자 같은 주택>을 주고 그 안에서 마음껏 생활을 꾸려나가게 두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가족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세부사항을 조금 더 상세히 정해주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주택의 건축양식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정답을 가지고 있어서 그때그때 그 가족에게 적합한 해결방법을 제안하면 어떨까요? 설계자에게 그런 여유와 깊이가 있다면 정말 좋겠지요. 
찰스 임스라는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의 집은 그의 직업과 생활을 생각한다면 두말 할 필요 없는 정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이 과연 동시대의 일반적인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정답이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 집은 찰스 인스를 제외한 다른 평범한 미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집은 그 가족의 분수에 맞아야 합니다. 옷으로 말하자면 그 사람답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복장이어야 하지요. 저는 그런 집을 설계하고 싶습니다. 단조롭게 보이더라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솜씨 좋은 재봉사가 만든 옷 같은 집, 그런 집이 제가 꿈꾸는, 집입니다. (p.46)


단조롭게 보이더라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솜씨 좋은 재봉사가 만든 옷 같은 집을 짓고 싶은 건축가라면 나도 내 집을 맡기고 싶다. 나도 언젠가 이런 좋은 원칙을 가지고 실천하는 건축가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주택을 짓는 건축가라면 읽어보길 추천.
(굳이 주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집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내가 어떤 집을 갖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고 고민되는 사람에게 추천.  

 
by 청춘한삼 2013. 5. 11. 20:14
다잉아이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재인,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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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보는 작가였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난번 읽었던 백은의 잭에서 신뢰도를 좀 깍아먹었다. 이번엔 혹시나 하고 반신 반의 하면서 책장을 넘겼더랬다.

이전의 추리 소설처럼 빙빙 꼬아서 만들진 않았고 흠 그냥 수월하게 진행되는 내용들? 초반의 스토리 자체는 흡입력 있어서 잘 빨려들어갔는데 수습이 영 안된다고 해야되는건가?

이후 스포일러 내용 다수- 

후반으로 갈수록 허점들과 사장의 딸이  그 여자라는게 개연성이 떨어진것 같다.(앗 이건 스포일러인가)

죽은 여성과 닮은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 분명 내용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저 귀신이 씌여서 그렇다는게 좀 찝찝하다는?ㅠ

왜 신스케와 미도리가 그런 성적 관계까지 갖게 되었는가의 내용도 밝혀지지 않고.. 그저 나의 추측으로만 이해해야 되는건가. 복수하려는데 섹스로만 치부되었는지.

작가의 이름만으로는 또 네임벨류만 믿지 말아요~ 좀 허술 허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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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4. 22:23
제목만 봐도 책의 성격을 바로 알 수 있는 책들이 있다. '밑줄 긋는 여자'란 제목의 이 책도 마찬가지다. '밑줄 긋는 여자'는 저자가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에세이다. 책을 소재로 한 에세이로는 '장정일의 독서일기'나 이동진의 '밤은 책이다', 정혜윤의 여러 책들이 있고, 혹은 성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지난번에 포스팅했던 '확신의 함정(세르닌, Gene)'와 같은 책도 있다. 다들 좋은 책이겠지만 내가 아직 '확신의 함정' 외에는 읽어보지 못해서 어느 책이 가장 뛰어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 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성수선 (엘도라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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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가 마음에 드는 점은 저자가 책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회사에서 겪었던 일, 출장 중에 있었던 일, 연애 중에 느꼈던 일, 첫번째 책을 통해 라디오 방송의 한 코너를 맡게 된 일 등 생활 속에서 있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자신이 그간 읽어온 책과 연결하여 솔직하게 (혹은 솔직하게 느껴지도록) 말한다. 

일견 저자가 사교적인 편으로 보이고, 하고 싶은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능력도 있으며, 회사일도 해외영업이다보니 일반적인 직장인에 비해 다양하고 화려한 삶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도 결국 빡세고 합리적이지 못한 회사에서 시달리며 퇴근 후에는 일기 한줄 쓸 힘도 없는 회사원이라는 것을 통해 읽는이가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자신을 저자에게 투영할 수 있게 해주지 않나 생각된다. 

'꿈타장의 행복한 책읽기 팟캐스트'에서 이미 들었었지만 회사, 조직 생활에서의 애환을 다룬 '우리는 시간을 팔았지 영혼을 팔지 않았다' 챕터에서는 이제 곧 본격적으로 회사생활을 하게 될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알아본 '당하더라도 알고 당하자' 챕터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피해를 본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하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와인을 모르는 초보자를 위한 간단한 팁같이 일상에서 도움이 되는 소소한 내용도 실려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라든가 감정적인 면도 때론 재미있게, 때론 감성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프로 글쟁이들과는 뭔가 다른 에세이들이 실려있다. 

마지막으론 아쉬운 점..이라기보단 그냥 덧. 책의 부제인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 이야기'는 저자가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이고 책의 내용에서도 해외 출장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굳이 저렇게 부제를 정해야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 저자의 이전 책인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를 의식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또 하나는 이 책을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샀는데 표지가 위의 책 정보에 있는 표지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위의 표지는 책 겉을 싸는 이중 표지인데 전자책의 표지로는 본 책의 표지가 나와있다. (정확한 용어를 모르니 무슨 말인지 내가 봐도 잘..-_- ) 

책과 생활이 연결된 진솔한 에세이를 보고 싶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3. 5. 4. 17:14

남친님이 쓴 리뷰에 반해 읽게 된 요 책!



나는 전설이다(밀리언셀러 클럽 18)

저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5-06-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 공포 소설과 영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흡혈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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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부터 공포스럽지 않은가. 뒷면에는 세계 유명 작가들의 모태가 되었다고 까지 광고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리뷰에 반해서 읽은 책이니 나도 어디 한번.

사실 영화를 보고 싶었기도 했는데 왠지 책을 다 읽고나니 영화로 봤으면 재미없다고 치부해버렸을지도.(많은 사람들이 졸작이라고...)

사실 이미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 졌었다고 했다. 영화 리메이크 된 것만 무려 3번. 역시 대작이메 틀림없다. 


내 주변이 이렇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속에 빠져서 읽다보니 오싹한 느낌이. 역시 공포소설은 여름에 읽어야 한다는 것.

처음의 흡입력에 비해 뒷부분이 뭔가 아쉬워 이게 끝이야라고 생각까지 했더랬다. 

하지만 1954년에 씌여진 책이라니!! 뭔가 고전의 느낌이 나지 않으며 더욱이 인간 홀로 남은 외로움에 대한 여운이 지금까지 신경 쓰이게 만든다. 혼자 남은 인간의 짜증이나 히스테릭한 모습들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과 여러 상황에서의 감정 묘사는 멋지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그리고 뒷부분에 나오는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들 역시 흥미로웠다. 오짝한 느낌이 또 역시 공포소설은 여름에 읽어야 한다는 생각.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3. 20:51



확신의 함정

저자
금태섭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1-06-2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우리의 결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형사사건 전문변호사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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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님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 아니 내가 읽고 싶다고 빌려달라고 한 책.


이 작가 눈에 띄는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작년 대선을 떠들썩 하게 만든 안철수의 남자이다. 

하지만 이 책이 안철수와 관련 있다는 건 아니고.


이 책은 쉬운 법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좋을거 같다. 법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나와는 먼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째 글이 잘 읽힌다 했더니 소설가가 꿈이 었다고 하더라.


어느 화두를 소설을 통해 던지면서 그것에 대한 답을 주는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런 서술방식은 결국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또 나아가 기억에 더 남는 책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소설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면서 내가 그 소설을 읽을때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법의 측면으로 재해석을 시도한다는 게 눈에 띄기도 했고, 여러 저자들이 그렇듯 이런 화두를 던질떄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게 대부분인데 작가님께서는 중간중간에 자기 주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과연 학생들에게 체벌이 필요한가'에서 확신이 담긴 주장으로

"나는 체벌에 반대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반대하는 정도를 넘어 체벌이 필요하다가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화를 참기 힘들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화두마다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그 이야기 그대로, 날것의 느낌을 가지고 있으니 책을 읽은 보람(?)까지 느껴졌다.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에 저자가 던진 이 "함정"들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다른 이야기 이긴 하지만 소설을 술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을 보니 왠지 소설을 읽어주는 남자가 되어도 좋을 듯 했다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3. 20:39
관련글 : [그여자와 책] - 발칙하다 못해 유쾌하다! 발칙한 유럽산책

그여자 Gene이 썼듯이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이하 유럽산책)'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에 소개되었다. 이전에는 빌 브라이슨이 쓴 책 중에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만 보았었기 때문에 그를 대중과학서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유럽산책'을 포함해 여러 기행문을 써온 여행작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팟캐스트를 통해 책의 일부 내용을 접하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했다. 드라이하게 적긴 했지만 팟캐스트에서 읽어준 부분이 너무 재미있어 하도 여러번 듣다보니 어느 정도 내용을 외워버렸을 정도이다.  

'유럽산책'은 제목부터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 아니라 '빌 브라이슨 유럽산책'으로 지어져 왜 관사를 넣지 않았을까 의문을 자아낸다. 하지만 번역본 제목은 빌 브라이슨이 정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21세기북스)에서 정한 것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된 빌 브라이슨의 다른 저서들 - 미국산책, 영국산책, 미국횡단기 등등 - 을 보면 마찬가지로 관사 '의'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 난 출판사 관계자를 알지 못하니 아마 평생 모르고 넘어가겠지.  

빌브라이슨발칙한유럽산책
카테고리 여행/기행 > 해외여행
지은이 빌 브라이슨 (21세기북스, 2008년)
상세보기


'유럽산책'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로는 팟캐스트에서 읽어준 예테보리편과 피렌체편 일부의 내용과 표현이 내 취향에 딱 맞았다는 점과 더불어 작가는 도대체 왜 여행을 떠났을까..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목적으로는 휴식을 바라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감탄하기 위해서와 같은 어떤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팟캐스트에 소개된 내용만으로는 왜 작가는 굳이 집을 떠나서 여러 일을 겪으며 투덜거리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역시 책에는 왜 본인이 여행을 떠났는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빌 브라이슨이 밝힌 여행의 목적을 포함한 두 부분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런던에 있을 때 유럽 여행을 한 다음 책을 쓸 거라고 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시나 보군요."
"아니, 영어밖에 모르는데요." 
내가 모종의 자부심을 가지고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그것이 외국 여행의 묘미다. 나는 여행지의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이 어디 았을까. 여행자는 갑자기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연이은 추측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p.54)


함메르페스트는 준비 운동치고는 다소 오래 걸린 감이 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할 참이다. 나는 돌아다니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 유럽 전역을 떠돌아다니면서 영국에는 도저히 들어오지 않을 영화의 포스터도 구경하고 움라우트(독일어의 특수 기호)와 세디유(대개 c 밑에 붙는 s 모양의 기호)가 잔뜩 붙은 각종 상품과 상점 안내문, 그리고 주차금지 표지판 비슷하게 생긴 문자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그 나라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전혀 히트할 가능성이 없는 대중가요도 듣고, 나와는 평생 연이 닿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전화 박스 사용법부터 저 식품의 정체가 무엇인지까지 도무지 친숙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국적인 곳에 가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어리둥절해하는가 하면 매료되기도 하고, 실타래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근사한 대륙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싶었다. 기차를 타고 한시간만 가면 주민들의 말도, 음식도, 업무 시간대도 다르고, 주만들은 한 시간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너무나 다른 삶을 살면서도 묘하게도 비슷한 곳, 나는 이런 근사한 대륙의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p.57)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다섯 살까지 어린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고, 친숙한 것이라곤 없는 이국적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 생각보다는 평범한 이유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빌 브라이슨은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빌 브라이슨은 여행 도중 여러 황당한 일들을 겪으며 시종일관 투덜거리거나 빈정거리고 풍경이나 분위기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유럽 대륙 북쪽 끝자락의 함메르페스트에서 오른쪽 끝인 이스탄불까지를 여행한다. 빌 브라이슨의 글의 힘에 더해 번역자의 능력 덕분에 Gene이 썼듯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와 함께 유럽 어딘가를 함께 거닐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가본 적은 없고 이후에 가보더라도 20년 전(정확히는 1990년)에 빌 브라이슨이 걸었던 곳과는 절대 똑같지 않을 유럽의 도시들이지만 그 도시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멋진 사진을 찍고 어디에 가서 뭘 보고 뭘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며 '나는 이렇게 멋진 곳에 잘 다녀왔으니 너도 나와 똑같이 해보렴'이라고 말하는 여행책들 보다는 이런 책이 진정한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뒷표지에 있는'여행 정보가 아니라 여행의 재미를 준다'는 문구가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말해주는 듯 하다. 

유럽여행, 여행기를 원한다면 추천.
풍자와 돌직구의 향연을 원한다면 강추.
재미있는 책을 원한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3. 4. 28. 15:40

제목부터 뙇!! 너무 즐겁지 아니한가?!



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저자
빌 브라이슨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08-04-3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 빌 브라이슨의 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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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에 소개 되었다 하여 관심이 있었는데, 남친님께서 또!! 친히 학교 도서관에서 나에게로 데려다 주셨다.


빌브라이슨은 여행작가이다. 아니, 작가가 아닌 그냥 기행가? 아무튼~ 일설하고 저자가 유쾌해서 그런지 책도 함꼐 유쾌하다. 제목에도 씌여있듯 발칙한 유럽산책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로라를 마주하기 위해 떠난 북유럽에서 함메르페스트, 오슬로, 바리, 브뤼설, 벨기에, 아헨과 쾰른, 암스트레담, 함부르크, 코펜하겐, 예테보리, 스톡홀름, 로마, 나폴리, 소렌토, 카프리, 피렌체, 밀라노, 코모, 스위스, 리히텐 슈타인, 오스트리아, 유고슬라비아, 소피아 등 유럽을 횡단하여 이스탄불까지 계속된다. 사진이나 자세히 묘사된 그림없이도 마치 눈으로 보고 냄새를 느끼며 감각까지 느낄 수 있게 하여 도시 하나하나가 머릿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듯하다.


작가와 같이 숨쉬며 유럽 어느곳을 같이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추운 바람에 코를 훌쩍거리니 나도 같이 감기가 걸린 것 같은 모양새라니.


그 도시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시간에 흐름에 같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작가의 느낌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런게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읽는 내도록 조금은 예전이야기가 아닌가 생각 되었는데 2008년이 출간이었다니! 내가 시간을 너무 빨리 세고 있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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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24. 21:41



밀실살인게임

저자
우타노 쇼고 지음
출판사
한스미디어 | 2010-10-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일본 추리작가 우타노 쇼고가 본격미스터리의 혼을 불사르다!제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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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에서 벌이는 살인 게임이라니!! 뭔가 으스스한데 관심은 가고, 표지는 뭔가 우스운거 같고..

남친님께서 친히 골라주신! 오빠 학교 도서관에서 책 빌려보기..


낯익은 작가이름이라 생각했더니 우타노 쇼고는 바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저자
우타노 쇼고 지음
출판사
한스미디어 | 2005-12-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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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만나본 작가였다!


탄탄한 스토리 자체에서 추리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대단하다 여겨졌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밀실살인게임에서도 쉽게 쉽게 이해가 잘 되는 추리를 펼쳐주신다.


인터넷상의 모임에서 만나 다섯 사람은 각자 살인을 벌이고 이를 토대로 게임을 이어나간다. 

아니, 게임을 하기위한 살인. 게임을 위한 살인이라니... 


등장인물들은 원한 관계가 아닌, 오로지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위해 일을 벌인다는 점.

살인의 과정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답이 되다 보니 결국 밀실 또는 알리바이 조작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두 과정 자체도 점점 어렵게 만들어 내다 보니, 사건은 종잡을 수 없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우연히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등장인물들의 만남까지도 전개되는데...


우타노 쇼고 답게 반전을 넣어놓은 부분도 쉽고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었다. 나라면 절대 못맞출텐데 말이다.


2010년 출간 이후에도 시리즈 물이 더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읽고 싶다는 관심은 좀 미흡한듯.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24. 21:20

'확신의 함정'의 저자인 금태섭 변호사. 원래는 검사였는데 한 신문에 실었던 칼럼이 문제가 되며 옷을 벗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금태섭 변호사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칼럼도, 작년 말 떠들썩했던 안철수도 아닌 오마이뉴스에서 팟캐스트로 제공한 '저자와의 대화'였다. 제공되는 모든 팟캐스트를 보지도 않고 금태섭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책의 제목이 손가락을 유도하는 뭔가가 있었다. 당시 '확신의 함정'을 내고 저자와의 대화에 나온 금태섭은 주최측의 요청 때문에 책 이야기는 하지 못한 채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설명을 주로 했었다. 덕분에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책의 주요 내용이나 분위기를 파악하려던 나는 완전 낚였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그래서 어떤 책인지 한번 봐야지..라고 생각하다 넘겨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확신의 함정

저자
금태섭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1-06-2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우리의 결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형사사건 전문변호사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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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인 '확신의 함정'은 '확신의 순간에 빠지는 함정'을 의미한다. 누구나 어떤 일에 대해 확신을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던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매주 로또를 살 때마다 당첨될 것을 확신하지만 토요일 저녁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해피엔딩을 확신하고 고백했지만 ASKY를 몸소 체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검사였던 저자도 검사 시절 확신의 함정에 빠졌던 경험을 고백하며 책은 시작된다. 저자가 검사 출신이었기 때문에 검사 시절 사건을 맡던 중 확신의 함정에 빠진 내용이 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나의 기대는 거기까지는 맞았지만 이후로 내 기대는 함정에 빠져버렸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검사'나 '법률가'이기 때문에 고민하거나 제기하는 문제의식과 같은 내용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저자는 '다독가'의 입장에서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전반적으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한 고민에 대해 생각해볼 화두를 제시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문제인식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검사 시절 자신의 경험이나 법률적 내용, 사건 판례 등을 제시하기보다는 주로 소설에 나오는 사례를 제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사형제를 유지해야 하나, 체벌은 필요한가, 도박, 마약, 음주는 처벌해야 하는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내용을 많이 다루지만 소설을 통해 문제를 제시하거나 내용을 발전시키기 때문에 내용이나 서술이 너무 무겁지 않게 흘러가는 장점이 있다. 물론 저자가 글을 쉽게 쓴 것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내용에 언급되었던 책들을 책 마지막에 모두 정리해두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관심이 생긴 책을 찾아보거나, 직접 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챕터마다 정리된 책 리스트를 통해 관심있는 분야에서 어떤 책이 소개되었는지를 알고 찾아볼 수 있다.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관심있는 분야가 있으면 해당 분야에서 소개된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1. 악마의 종족은 따로 있는가 
 -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당한가
  존 그리샴. 가스실
  스티븐 킹, 그린 마일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거세하면 성범죄가 사라지는가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 아동성폭행범의 맨얼굴
  홈스, 앨리스의 최후
 - 연쇄살인범에게도 관용이 필요한가
  앤 룰, 내 옆의 이방인
  양들의 침묵, 조나단 드미
  도라스 레싱, 다섯째 아이
 - 가끔은 변호사도 침을 뱉고 싶다
  조이스 캐럴 오츠, 강간, 사랑이야기
 - 다 잘되라고 때리는 거란다
  패터 회, 경계에 선 아이들
 - 맞으면서 크는 아이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2. 딜레마에 빠진 법정
 - 자백,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존 그리샴, 자백
 - 혁명은 되고, 살인은 안되는가
  아라빈드 아디가, 화이트 타이거
  조지 오웰,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 복수는 법의 것?
  너새니얼 호손, 주홍 글자
  김용원, 브레이크 없는 벤츠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제스 월터,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레몽 라디게, 육체의 악마
  제임스 A. 미치너, 작가는 왜 쓰는가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품 안의 자식과 성인의 기준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시리어스 맨, 에단 코엔, 조엘 코엔 감독
 - 성매매 특별법을 위한 변론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
3. 확신의 순간에 빠지는 함정
 - 나는 나를 증명해야 하는가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
 - 음란함을 저하는 기준
  장정일, 내게 거짓말을 해봐
  이탈로 칼비노, 왜 고전을 읽는가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 신은 왜 여자를 대머리로 만들지 않았나
  마르잔 사트라피, 페르세폴리스 1, 2
- 결함있는 생명?
  조디 피콜트, 쌍둥이별: 마이 시스터즈 키퍼
 - 과학은 정답일까
  마이클 크라이튼, 공포의 제국
  프레드 싱거, 데니스 에이버리,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로이 W. 스펜서, 기후 커넥션
 - 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살만 루슈디, 악마의 시
4. 국가와 정의라는 알리바이
 -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 반역자의 아들이 사는 법
  E.L.닥터로, 다니엘서
 - 유신의 추억
  주노 디아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염소의 축제
 - 음모론 대 국론통일
  돈 드릴로, 리브라: JFK 암살범에 관한 기록
  팻 콘로이, 사랑과 추억
  쑹훙빙, 화폐전쟁
  짐 말스, 크로스파이어
  제럴드 포스너, 사건 종결
  빈센트 불리오시, 역사 바로 세우기
 - 모든 전쟁은 범죄다
  조지프 헬러, 캐치-22
  웨스트윙, 아론 소킨 제작
 - 테러범에겐 법정이 필요없다?
  살만 루슈디, 광대 샬리마르
 -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자들에게
  아서 쾨슬러, 한낮의 어둠. 

by 청춘한삼 2013. 4. 21. 20:53

최근들어 좀비물이 인기다. 몇 시즌째 진행되고 있는 미드 '워킹데드'나 간간히 개봉하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28주 후'와 같은 영화들에 더해 이제는 사랑하는 좀비(웜바디스)까지 등장했다. 좀비와의 전쟁(?)을 다룬 소설 '세계대전 Z'를 원작으로 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도 곧 개봉 예정이다. (제목이 월드워Z로 나오는듯)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좀비물은 아마도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인 듯 하다. 이 영화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단순 좀비영화로 봤을 때는 그냥저냥 봤었는데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욕을 많이 먹었고, 원작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긴 했어서 한번 찾아보았다. 

 


나는 전설이다(밀리언셀러 클럽 18)

저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5-06-25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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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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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포 소설과 영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흡혈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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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는 전설이다'는 무려 60년 전, 1954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런데 배경은 1970년대로 20년 정도 뒤의 세계를 설정하고 있다. 스토리의 기본 골격은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유일한(것으로 추정되는) 생존자 네빌이 매일 밤 덤벼드는 흡혈귀들을 저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작품이라 추켜세웠던 것을 듣고 봐서인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감명받지는 못했다. 50년대에야 새로운 설정과 발상을 선보인 작품일 수 있겠지만, 좀비물들이 넘쳐나게 된 지금 다시 보았을 때 신선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처럼. 특히 영화까지 미리 봤다면 스토리도 대강은 알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두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반복되는 일상이 공포로 나타나는 것이다. 네빌은 낮에는 주변의 좀비(흡혈귀)들을 죽이고 밤이 되면 집으로 공격해오는 좀비들을 막기 위한 대비에 힘쓴다. 그리고 밤마다 몰려드는 좀비를 처리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는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현재 생활의 유지나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 때문인 것도 같고. 네빌은 유일한 생존자로서 외로움을 느끼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니 아마도 죽을 때까지 반복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좀비로 살아가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인지 고민한다. 물론 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명언처럼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살아가려 애쓴다. 


개인적으로 좀 더 흥미로운 점은 '나는 전설이다'라는 책의 제목이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의 '전설'을 '전설적 영웅(혹은 생존자)'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전설'의 의미는 전설적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전설'(혹은 신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적기는 어렵지만 현재는 인간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흡혈귀란 존재는 그저 전설로 남아있다. 하지만 인간이 지배하던 세계가 막이 내리고 흡혈귀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 때 유일한 인간인 네빌은 '전설'로 남게 되는 것이다. 눈이 하나만 있는 원숭이 나라에 간 눈을 두 개 가진 원숭이같은 입장이랄까. 이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오래된 고전 공포소설 중 하나라 굳이 블로그에 포스팅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던 이 작품이,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이, 결말에 다가가면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포스팅까지.  


영화 '나는 전설이다'를 봤었다면 영화에는 없던 남다른 의미를 찾아보시라. 

좀비, 흡혈귀가 나오는 공포물을 좋아한다면 추천. 


덧. 혹시 나처럼 낚이는 사람이 있을까봐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나는 전설이다'는 앞의 절반 정도만 나오는 중단편(?)이다. 책의 나머지 절반 정도는 리처드 매드슨의 다른 단편들이 실려있다. 


by 청춘한삼 2013. 4. 14. 17:36

관련글 :

 - [그남자와 책] - 십자군 이야기 1 - 시오노 나나미

 - [그남자와 책] - 십자군 이야기 2 - 시오노 나나미

 

십자군 이야기 시리즈의 마지막, 세번째 책이다. 1권에서는 1차 십자군, 2권에서는 2차 십자군에서 3차 십자군의 출현 이전까지를 다뤘는데 십자군 원정은 8차까지 시행됐다. 이 한권으로 여섯번의 십자군 원정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지막 권은 남다른 두께를 자랑한다. 350 페이지가 채 안되던 1, 2권의 1.5배 정도인 600 페이지나 된다. 덕분에 조금씩이나마 기록을 남겨두려는 이 글도 길어지고...

 


십자군 이야기. 3

저자
시오노 나나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5-16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십자군 전쟁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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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십자군에 의해 예루살렘을 빼앗겼던 무슬림은 살라딘에 의한 지하드를 통해 다시 예루살렘을 손에 넣었다. 예루살렘을 다시 이교도의 손에 넘겨주게 된 그리스도교도들은 또 한번의 십자군을 조직한다. 프랑스와 영국의 왕, 제후들에 더해 독일(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까지 등장하는 초호화캐스팅이었다. 


살라딘은 이 소식을 듣고 정말 조급하고 긴장했을 것이다. 사상 최대의 십자군을 맞이해야 했던 것이다. 살라딘이 가장 신경을 쓰던 황제 '붉은 수염' 프리드리히 1세가 원정 도중 갑작스럽게 익사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십자군의 꽃이라 불리는 3차 십자군에는 '사자심왕' 리처드가 있었다. 십자군보다는 자국의 영토 확장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고 끝내 먼저 귀국해버린 프랑스왕 필리프와는 달리 영국왕 리처드는 3차 십자군을 거의 혼자 승리로 이끌었다. '사자심왕(The Lionheart)'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전까지 지지부진하던 십자군과 살라딘군과의 전투를 리처드는 시원시원하게 승리로 이끌며 성도 예루살렘을 향해 진군했다. 하지만 본국에서 동생과 필리프에 의해 발생한 반란으로 인해 살라딘과 평화협정을 맺고 유럽으로 돌아가면서 예루살렘 재탈환이라는 목적은 이루지 못한다. 


십자군 이야기 시리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4차 십자군에 대한 내용이다. 베네치아와 연합하여 이집트로 가려던 군대는 베네치아에 의해 조종되어 베네치아의 해상영향력을 높히기 위한 원정을 하게 된다. 자라 공략에 이어 마지막으로는 동로마,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 공략까지. 한번도 함락된 적 없던 콘스탄티노플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십자군과 베네치아 연합군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십자군 이야기 3권'에서는 콘스탄티노플 공략이 제대로 나와있지 않다. 약 30년 전에 시오노 나나미 본인이 썼던 '바다의 도시 이야기 상권'을 참조하라는 말 밖에. 콘스탄티노플 공략이 성공한 후의 내용도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 4차 십자군의 마지막 행동들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어보면 4차 십자군에 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어보았다면 '십자군 이야기 3'에서 굳이 다시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번역자가 다른데도 그렇다는건 시오노 나나미가 '십자군 이야기'를 쓰면서 이전 책에서 원고의 대부분을 그대로 옮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작가의 의도대로이긴 하지만 4차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에서 행했던 전투와 이후 이집트로 가지 않고 흐지부지된 십자군 원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바다의 도시 이야기 상권'을 읽어보는 것이 필수라고 본다. 


5차 십자군은 십자군도 그렇지만 소년 십자군이라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초래하고 만다. 프랑스의 잔다르크는 전쟁에 참여하고 후에 성녀로까지 추앙받았지만 소년 십자군을 이끌었던 몇몇 소년들은 전 유럽의 소년들을 노예로 만드는 비극을 초래하였다. 1차 십자군의 군중 십자군과 마찬가지로 무지와 광기가 어떻게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유럽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년 십자군이 노예로 팔려나갔는데 교황청이나 해당 국가의 즉각적인 조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군대를 이용하거나 상인에 대한 파문조치라도 취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실제 효과가 얼마나 되든간에) 아무 것도 안한 것은 소년 십자군이 제대로 공인받지 못한 존재였기에 그랬던 것인지 의문스럽다.  


6차 십자군은 오랜만에 황제가 출전한 십자군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그다지 성스럽거나 영광스럽지 못했다. 원정을 떠나고 싶지 않아하는 황제 프리드리히 2세에게 억지로 예루살렘 왕의 지위를 주고도 진행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자 파문까지 시켰다. 덕분에 교황으로부터 '파문'당한 황제가 이끄는 '십자군'이라는 특이한 조합이 생기긴 했다만. 원정을 떠나긴 했지만 끝끝내 한차례의 전투도 벌이지 않고 순전히 군사력과 외교력만으로 프리드리히 2세는 예루살렘을 비롯하여 지중해 연안 도시들을 그리스도교에게 돌려주었다. 전투를 위한 준비는 철저했고 본인들의 강력한 군사력을 소모하는 대신 이를 외교전에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스마트함을 보인 점은 리처드와 같아보이지만 전투 없이 외교만으로 예루살렘을 양도받은 것은 리처드 이상의 성과라고 생각된다. 당시 여론은 그렇지 않았지만. 현대의 시각으로는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렸지만 당시 종교적 시각으로는 최악이었던 6차 십자군. 프리드리히 2세의 파문은 예루살렘의 재탈환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았고, 예루살렘 주교가 예루살렘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할 정도였다. 로마 교황은 프리드리히 2세의 신성로마제국을 침략하기까지 했고. 당시 성직자들이 바랐듯이 이교도를 피로 성지를 씻어내는 일이 과연 그들의 신이 원하는 일이었을까.


실질적 마지막 십자군인 7차 십자군은 프랑스왕 루이에 의해 실행된다. 하지만 그는 리처드도, 프리드리히2세도 되지 못했다. 피렌체와 연합하여 이집트로 쳐들어갔지만 루이는 전쟁에 대한 준비도, 전투시의 능력도 모두 뛰어나지 못했다. 아니, 결과로만 본다면 최악이었다. 일찌감치 후퇴한 피렌체군 외의 나머지 생존자가 모두 포로로 잡혔을 정도이니. 이후에 다시 한번 루이에 의한 8차 십자군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원정이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루이가 사망하면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7차 십자군을 실질적으로 마지막 십자군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7차 십자군의 성과는 더이상 대규모의 십자군이 중동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무슬림들에게 심어주었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프랑스의 왕이 직접 지휘해 온 십자군이 사상 최대의 패배를 당햇기 때문이다. 또한 살라딘 이후부터 내려오던 아이유브 왕조가 노예 출신의 맘루크에게 왕의 자리를 넘겨주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어찌되었건 7차 십자군은 유럽과 중근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7차 십자군 이후 맘루크는 '그리스도교도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지중해에 처넣어주겠다'는 생각으로 중근동에서 그리스도교도를 몰아냈다. 지중해 연안의 해안도시 아코에서의 전투를 마지막으로 그리스도교는 200여년 만에 중근동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후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그리스도교를 수호하던 두 기사단인 템플 기사단과 병원 기사단의 엇갈린 운명도 그러했고, 이코노믹 애니멀으로 불리던, 지금 표현으로는 장사의 신이려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이야기도 그랬다. 

 

2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된 전쟁의 역사를 보면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인간이 죽이고 죽이는, 그것도 종교의 이름으로,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 그리고 그런 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루살렘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어보일 정도다. 시오노 나나미는 책의 중간에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을 아래와 같이 남겼다.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전쟁은 인류 최대의 악업이다. 그런데도 인류는 도무지 이 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전쟁이란 그 승패 여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저지른 후 얼마나 오랫동안 평화가 이어졌느냐 하는 것으로 평가하는게 좋지 않을까. 

또한 인류가 전쟁이라는 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상 영원히 지속되는 평화란 있을 수 없으며, 그때그때 단기간의 평화를 쌓아가는 식으로 달성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를 연구하면 할수록 '인류가 전쟁이라는 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상' 이라는 가정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 또한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인류가 전쟁이라는 악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100년의 평화를 얻는다는 명분으로 단 하루라도 전쟁을 해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수는 없지 않을까. 기나긴 전쟁 이야기를 읽어온 것에 비하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려나. 


살라딘과 리처드의 대결을 보고 싶다면 추천. 

엄격한 종교의 시대에 황제가 된 자유로운 영혼, 프리드리히 2세, 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십자군 전쟁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추. 


by 청춘한삼 2013. 4. 13. 19:55

 

관련글 : 십자군 이야기 1 - 시오노 나나미

 

전편인 '십자군 이야기1'은 보에몬드, 고드프루아, 레몽에 의해 주도된 1차 십자군의 예루살렘 해방(침략) 이후 십자군 국가들이 안정을 이루고 1차 십자군의 1세대 주요인물들이 모두 무대에서 내려갈 때까지를 다루었다. 후속편인 '십자군 이야기2'는 당연하게도 이후의 십자군 원정과 중동의 프랑크인들, 사라센들을 다룬다.

 


십자군 이야기. 2

저자
시오노 나나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11-03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십자군 전쟁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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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십자군 원정이 성공한 가장 큰 요인으로 시오노 나나미는 십자군을 이끄는 제후들과 이슬람측 영주들은 모두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서로 분열을 반복했지만, 십자군은 최종 목표 앞에서는 항상 단결했지만 이슬람측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십자군 국가들이 안정되고, 1차 십자군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면서 입장이 바뀌게 되었다. 분열되어 있던 이슬람 세계가 통일되어 가고 십자군 국가들은 이전처럼 단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공격자의 입장이었던 십자군 국가들은 이제 방어를, 방어에 급급했던 무슬림들은 공격을 하는 입장이 되었다.

 

분열되어 있던 이슬람 세계가 강력한 리더의 등장으로 통일되어 갔다. 장기, 누레딘, 살라딘으로 이어지는 술탄의 등장으로 1차 십자군 시절 뿔뿔히 흩어져 본인들끼리 싸우기 바쁘던 이슬람 세계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가장 북쪽에서 무슬림을 막아주던 에데사 백작령이 지도에서 사라지고, 유럽인들은 복수를 위해 2차 십자군을 파견했다. 제후들로 이루어졌던 1차 십자군과는 달리 이번에는 왕들로 이루어진 십자군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전투도 한번 하지 않고 적과 싸우기 시작한지 4일만에 철수하고 말았다. 아마 소식을 들은 모두가 어이없어했을 것이다. 그리고 2차 십자군의 실패는 십자군 국가들에게는 더이상의 병력 충원 없이 무슬림들과 싸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1차 십자군 원정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역설적으로 십자군 국가들의 병력은 줄어들었다. 원정에 참여했던 기사들 중 상당수가 유럽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이후 십자군 국가들은 내내 병력의 부족을 느꼈고 방어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방어에 성공해냈다. 비결은 크게 세가지였다. 템플기사단과 성요한 병원기사단의 존재, 요소마다 건설한 성채, 이집트에 비해 뛰어난 해군력을 통한 제해권 장악이 그것이다.

 

현대의 특수부대에 비견될만한 위력과 성격의 템플기사단과 병원기사단. 오직 이교도와의 전투만을 위해 창설되어 주로 하위 계층의 프랑스인들로 이루어진 템플기사단과 병원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 제후들의 자제로 구성된 성직자들의 모임인 병원기사단의 성향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함께 힘을 합쳐 싸우거나 행동을 같이 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적은 병력만으로도 200년의 세월 동안 십자군 국가를 지킬 정도로.

 

소수의 병력으로 요소를 지키기 위한 성채는 두 기사단에 의해 주로 건설되었다.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왜 무슬림은 성채를 짓거나 이용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마스쿠스나 안티오키아와 같이 큰 도시를 가지고 있으니 성벽이나 건물 축조에 대한 경험은 많을텐데 왜 굳이 본인들도 활용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당하기만 하면서. 아무튼 '크락 데 슈발리에'같이 주요한 성채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한번 가보고 싶다. 그전에 시리아가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야할텐데..

 

마지막으로는 강한 해군력을 가진 이탈리아의 해양 도시국가에 의한 제해권 장악이다. 이들이 해군력을 제공한 것은 십자군 국가를 통해 중근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경제활동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해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해안가에 위치한 십자군들의 도시들은 바다와 육지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지 않았고, 해양을 통해 무기나 식량, 병력들까지 항상 안정적으로 보급받을 수 있었다. 전쟁에서 안정적인 보급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더 말할 것도 없다.

 

시아파와 수니파로 갈라져있던 무슬림 세계를 통합한 살라딘은 성전, 즉 지하드를 선언했다. 술탄에 의해 지하드가 선언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는 종교의 이름으로 뭉친 십자군과 개별 무슬림들의 싸움이었다면 이제 진정으로 양측이 모두 종교의 이름으로 나선 것이다. 싸움은 어찌보면 허무하게 예루살렘 조금 위에 위치한 하틴에서의 전투 한번으로 끝났다. 단 한번의 전투로 살라딘은 승리를 거머쥐었고 예루살렘과 주변 도시 대부분은 무슬림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십자군 이야기 2는 끝난다.

 

십자군 이야기 1권에서는 무슬림에게서 기독교인에게 넘어갔던 성지 예루살렘이 십자군 이야기 2권에서는 반대로 기독교인에게서 무슬림으로 넘어갔다. 그말은 성지를 빼앗긴 기독교인들이 다시 십자군을 파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직 십자군 원정은 두 번밖에 실행되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는 십자군과 이슬람측의 비대칭적인 인재 출현 시기에 대한 언급으로 책을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인재는 어느 시기에 한쪽에서만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현상도 시간이 좀 지나면 잦아들고,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인재가 집중적으로 배출된다.

이제부터 시작하는 2권에서는, 그리스도교측에서 배출된 남자들을 그린 1권에 이어 이슬람측에서 배출된 남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왜 양쪽 모두 같은 시기에 인재가 배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에 명쾌하게 답해준 철학자도 역사가도 없다. 인간은 인간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신들의 배려인가, 아니면 이것이야말로 역사의 부조리인 것일까...

 

실제로 1차 십자군 이후부터 살라딘에 의한 예루살렘 재탈환까지의 시기 동안 이슬람 측에서는 장기, 누레딘, 살라딘과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계속해서 배출되었지만, 기독교 측에서는 보두앵3세, 이벨린 정도가 능력있는 지도자였다. 하지만 한센병에 걸려있던 보두앵 3세의 활약은 짧았고, 이벨린은 왕이 아니었다. 그 외 멜리장드나 뤼지냥, 샤티용같은 인물들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로 시오노 나나미는 십자군 국가의 정치에 관여하던 여자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안티오키아를 장기에게 갖다바치려던 알리스에 대해서는 그런 것이 당연하겠지만 멜리장드에 대해서는 정책이나 통치력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상황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십자군 이야기 1권을 읽어보았다면 당연히 읽어보시라.

 

by 청춘한삼 2013. 4. 6. 23:23

중국은 이미 너무도 크고 전세계적인 영향력도 큰 나라다. 중국은 극심한 빈부격차나 일부 사람들의 의식수준과 같은 이미지 때문에 중국이 얕보이기도 하지만 10억이 넘는 인구를 한 국가가 통제함으로써 정말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경제를 넘어서 작년(2012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중국 작가인 모옌이 선정되었다. 하지만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중국 현시대의 작가는 위화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작가 위화의 존재를 알기는 했지만 위화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위화를 알게 된 것도 앞서 몇번 언급했던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에서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가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를 통해 허삼관 매혈기의 도입 부분을 들었고, 서점에서 그 부분을 다시 읽어본 것이 내가 읽은 위화 소설의 전부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통해 소설가 위화의 비소설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3-0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세계가 사랑하는 소설가 위화가 그려낸 현대 중국의 열 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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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에 나와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열 개의 단어로 중국에 대한, 그리고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위화는 마오쩌둥에 의해 행해진 너무도 정치적이었던 문화대혁명 동안 청소년기를, 이후 그야말로 엄청난 경제발전 시기를 살아온 세대이다. 그런 위화가 선정한 열 개의 단어는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위화의 개인적인 경험에 좀 더 무게를 둔다면 그 외 단어는 중국 역사, 사회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열가지에 대해 하나하나 모두 언급하기보다는 몇 가지만 살펴보면,
우선 인민은 북한에서 사용된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어 일반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단어이다. 중국에서는 마오에 의해 인민이란 단어가 널리 사용되 톈안문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그 힘을 잃었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이 정치적 열정을 톈안문 사태에 모조리 쏟아부은 후 열정의 방향을 개인의 부로 돌리면서 '인민'이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려지던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을 가지는 개별적인 인간들로 분화되었다는 것이다. 위화는 톈안문 사태 시기에 비로소 '인민'이라는 단어와 진정으로 만났다고 한다. 계엄령에도 불구하고 한 입체교차로를 지키던 사람들, 무기가 아닌 신념으로 뭉친 사람들의 에너지를 통해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책의 제목처럼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산채는 우리가 흔히 짝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가짜 혹은 모조품, 권리 침해, 규범 위반과 같은 많은 의미가 모방이라는 의미에 흡수되어 '산채'로 대변된다고 한다. 우리에게 쉽게 떠올리는 것은 Nokir, Samsing, 혹은 명품이나 해적판 물건들과 같은 것이지만 중국에서는 전 분야에 걸쳐 산채 현상이 확산되어 산채 음료, 약품 등을 비롯해 산채 텔레비전 프로그램, 산채 광고, 산채 유행가, 산채 스타까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정치적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현실에서 인터넷을 통한 산채 텔레비전 프로그램, 산채 뉴스들은 관제 방송들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혹은 못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의 뉴스타파와 같은 정치, 사회 팟캐스트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채 현상은 아무리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해도 '모방'이라는 본질 상 해악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표절과 모방, 악의적 조롱, 비방과 같은 문제적 행동을 긍정적인 면을 가진 행동으로 인식되게 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그런 행동들이 당당하게 행해지며 양성화 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가 퍼져나가는 것이다. 산채와 관련된 위화의 경험담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4년 전에 나는 내가 사는 건물 아래 있는 육교에서 해적판 '형제'를 발견했다. 나의 책이 다른 해적판 서적과 함께 노점에서 팔리는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책을 파는 노점상은 내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형제' 한 권을 건네주면서 친절하게 추천해주었다. 그 책을 받아 들고 몇 장 뒤적거려보니 금세 해적판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노점상에게 말했다.

 "이건 해적판이네요."

 "해적판 아니예요," 노점상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 말을 바로잡아주었다. "산채판이지요."

 

마지막 단어인 '홀유'는 '어지럽게 잘못 인도한다'는 의미의 '호유'라는 단어로부터 유래되었는데 허풍과 선동, 종용과 같은 의미에 허튼소리, 뜬소문, 사기와 같은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을 속이거나 뭔가를 덮어씌우는 것을 말하는데 사기보다는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거짓을 말하는 것으로 보면 되는 듯 하다. 홀유는 산채와 마찬가지로 현대 중국인들의 도덕적이지 못한, 혹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다. 남을 속이는 행동에 이름을 붙이고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결국 모두가 모두를 속이는 것이 이익이 되는 사회가 만들어 질 것이다.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산채 현상은 현재의 중국 사회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기도 하지만 홀유 현상은 그런 면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꼽은 열가지 이외에 열 한번째 단어를 꼽는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냐는 질문에 위화는 '자유'라고 말한다. 경제개방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던 중국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Don't be evil'이라는 모토를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는 구글은(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에서 톈안문 사태에 대한 검색을 하면 최적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기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처리했다. 톈안문 사건은 1989년 6월 4일에 일어났다. 하지만 6월 4일을 언급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5월 35일이라는 표현을 대신 이용한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는 이 밖에도 정치적 이견으로 간주될 수 있는 여러 단어들이 여전히 검열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언론의 자유가 후퇴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중국도 언론 선진국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참고로 5월 35일식이 아닌 6월 4일식 비판을 한 이 책은 중국 본토에서는 출판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중국에 언론의 자유가 있냐는 독일 독자의 질문에 대한 위화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는데 재미있어서 소개해 본다.

 

어느 국가든 간에 언론의 자유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국민들이 총리를 욕할 수 있지만 이웃 사람을 욕해선 안 될 겁니다. 중국에서는 총리를 욕해선 안 되지만 이웃은 욕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분명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개인적 경험, 진실된 이야기를 다룬 책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아, 그 책' 이렇게 떠오르는 책은 없다. 내가 그만큼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덜 가져서 그런 것일까. 좋은 책, 혹은 저자가 있다면 누구든 댓글로 추천해 줬으면 좋겠다.

소설은 아니지만 진솔한 고백과 중국 사회에 대한 분석을 보며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우리 나라에도 이런 책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의 글을 소설보다 에세이를 통해 접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위화의 소설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왜 위화가 대단한 평가를 받는 작가인지도 알 수 있었다. 중국에 대해, 위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기를. 이 말은 절대 당신을 홀유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 개인적으로 느낀 책의 단점을 하나만 말하자면 마오쩌둥이 어떤 인물인지, 문화대혁명이 어떤 사건이었는지에 대한 인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왜, 어떻게 이 인물이 역사에 등장하고, 문화대혁명은 어떤 경위를 통해 시작되고 진행되었는지와 같은 전체적인 모습을 이 책만으로 알기는 어렵다. 당시 중국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이 책을 보며 다른 자료를 찾아거나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는 후자였는데 책을 읽으며 주석으로 간단하게라도 문화대혁명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이런 불만의 원인은 나의 중국 역사에 대한 무지. 

 

위화의 팬이라면 이미 읽었겠지만 강추.

위화가 말하는 중국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중국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

중국 정부에서 말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추.

 

덧. 왜 굳이 표지를 이중으로 했는지가 의문이다. 책이 하드커버인 것도 아닌데. 띠지까지 있다보니 거의 삼중이다. 그냥 책 값을 500원이라도 싸게 내지..라는 생각이..

by 청춘한삼 2013. 3. 31. 20:30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저자
주현성 지음
출판사
더좋은책 | 2012-10-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최소한의 인문지식은 세상을 읽는 키워드를 제공한다!우리 시대가 ...
가격비교


최소한의 인문지식이라. 인문학은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학문이다. 하지만 뗄레야 뗄 수 없는 우리와 너무나도 밀착되어 있는 인문학.

이런 인문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과감히 책장을 넘겼는데 아니 왠걸? 생각보다 이해가 쏙쏙 된다!


나와 같이 인문학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이책을 접하는 편은 어떨까? 챕터별로 잘 나누어 진 것도 진것이지만, 전반적인 설명과 그림, 표 등이 이해를 돕는다. 

또한 챕터별로 시간의 흐름 따라 구성이 되어 있어 그 분야를 이해하는데 더욱 안성맞춤이라는 사실. 


사실 철학부분은 어렵고 또 어려워서.. 그말이 그말같고 그래서.. 현대 이전의 철학은 읽고 현대의 철학은 읽다가 과감히 넘어가버렸는데 뒤에 다시 마음을 바로 잡고 읽어볼 생각이다. 


흠, 인문학의 프롤로그랄까? 이 책을 프롤로그 삼아 각기 분야별로 관심을 가지고 심화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입문서로 옆에 두고 보면 좋은 책의 느낌?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현대 이전의 철학, 현대의 철학, 글로벌 이슈 등 7개의 파트로 구성된 분야들이 흩어져 있던 잔잔한 내 기억들을 흐름별로 착착 정리 해 주었다. 

서로 같이 또 연계되어 있는 이 모든 분야들이 내 생각의 깊이와 현명한 행동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 주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24. 16:30

오랜만에 쉽게 읽히는 소설 한편!!

그냥 슬쩍 말했을 뿐인데 친히 도서관에서 소설 하나를 빌려다 주시는 남친님께 또 감동!



얼굴에 흩날리는 비

저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출판사
비채 | 2010-08-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일본 여성 하드보일드의 시작을 알린 탐정 미로!신주쿠를 무대로 ...
가격비교


표지 자체는 매력있다기 보단 좀 기묘하단 느낌? 검은 바탕에 여자가 바닥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또 파란 꽃은 무엇인지. 


책 자체는 정석의 추리 소설 흐름을 따르고 있다.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소리, 행방불명 된 친구, 그리고 없어진 돈까지. 이 상황이야 말로 추리가 딱 필요한 시점 이라는 사실.

그런데 거기에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미스터리함까지. 나의 관심을 잡아 끌기엔 충분하다는 점.


책을 읽어나갈 수록 촘촘하게 묘사된 그런 장면들이 혐오스러움(?) 부르기도 했지만 글 자체는 그냥 제3자의 시점에서 아무런 감정없이 이어나가서 그런지 나도 같이 감정을 이입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아마도 이 작가는 이런 부분이 현실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이책을 덮고 나서 세상은 참 어려운 곳인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얽히고 설킨 이 인물들의 욕망과 감정들. 역시 인간은 단순화 시킬 수 없는 사실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여성 작가의 필력이 사람을 잡아 이끄는 힘이 있다. 이런 여성 탐정의 활약도 나름의 신선함이 느껴져서 다음 책도 살짝 기대? 한번 찾아봐야 겠다.


이 책에서의 ???

1) 책에서 플로피 디스크가 나오길래 엥? 대체 언제적 이야기야 했더니 초판이 1994년이라는 놀라는 사실!

2) 극중 무라노가 사별한 남편을 위해 차 한잔을 하늘 가까운 창에 놓는 장면이 있는데 위패를 가져가 불단을 놓을 수가 없다는 내용이 일본의 관습(?)을 말해주는 듯 한데 어떤 건지 궁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24. 16:14

바람을 뿌리는 자에 이어 개인적으로 두번째 접한 타우누스 시리즈이다. 나처럼 뒤늦게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 타우누스 시리즈를 접했을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특별판까지 나올 정도로 정말 유명하고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 덧붙일만한 말이 거의 없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출판사
북로드 | 2011-02-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감출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과 마주하다!어느 폐쇄적인...
가격비교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여전히 작품에 등장하지만 '바람을 뿌리는 자'와는 다르게 다른 동료들에게는 거의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다. 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한 동료들이 있어서이다. 개인적인 가정사, 친분 관계, 동료와의 불화..주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난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야. 당신들과 같이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진짜 사람이야'라고 외치고 있다. 주변인물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인공 중 하나인 보덴슈타인도 마찬가지다. '바람을 뿌리는 자'에서는 이미 이혼을 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수사에도 영향을 끼쳐 '냉철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작품의 배경은 작은 마을이다. 살인자로 추정되는 아들을 두었다는 이유로 멸시를 당하며 10년을 버텨온 아버지와 10년이 지나고 출소해 마을로 돌아온 아들 토비아스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존재와 10년 전 벌어졌던 살인에 더불어 마을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지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긴박할 땐 긴박하고 풀어줄 때는 풀어주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출판된 작품 중 마지막에 집필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거의 완성형에 가깝게 잘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작은 마을과 그 마을의 비밀이라는 설정에서 윤태호 작가의 '이끼'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끼'에서는 평범한 주인공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라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형사인 주인공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차이가 있다.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작은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시골에 살아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작은 마을이나 시골에 가면 도시에 비해 인간적으로 친밀한 느낌, 넉넉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두 마을 모두 어두운 비밀이 숨겨져 있어서 사람들이 비밀을 파헤치려는 주인공을 그렇게 대하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두 작품만이 아니라 로알드 달의 '맛'을 보아도 비슷한 인물들이 나온다. 내 주변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외지인을 경계하는 행동 양식은 작은 마을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은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품도 그여자 Gene의 도움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무한한 감사를 :)

 

흡입력 있는, 재미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강추.

다른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었지만 이 책은 읽지 않았다면 강추. 

 

덧. 404페이지에 '식당으로 안내했다'가 '식당으로 안내햇다'로 적혀있는데 나중에 수정되었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본건 2011년 3월23일 나온 초판10쇄.

by 청춘한삼 2013. 3. 2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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