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십자가미스터리(양장)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엘러리 퀸 (검은숲,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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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님께서 오랜만에 고전을 선사하셨다. 어쩐지 요즘 내책이란 책은 남친님께서 챙겨주시고 계시는듯?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남친님이 사주셨더랬지. 애니웨이~ 남친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엽기적이고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목이 잘린 체 십자가에 못박힌 시체. 하지만 이 사건은 별다른 진전이 없이 몇개월이 흘러가 버린다.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되고 이제서야 연쇄살인 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 사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고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지는데..

기괴한 범인과 나체주의자들, 광신도 등 범상치 않은 소재의 등장으로 추리소설의 재미는 배가 되는데, 이런 소재들이 엘러리의 논리적 추리가 빛을 바라게 하는게 아닌가 싶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트릭들이 드러나는데, 범인의 비밀이 풀리는 부분에서는 트릭자체가 조금은 미흡하기도 하다. 범인은 너야- 라고 하는 부분이 퐝 터져 줘야 하는데 조금 아쉬운...

미치광이 범인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결과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엘러리의 사건 진행의 템포 조절은 박수를 짝짝짝!
오랜만에 읽은 고전이라 좋은 선택이었던듯.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19. 20:22

솔로몬의위증.2:결의미야베미유키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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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위증.3:법정미야베미유키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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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님께서 선사해주신 가을 책 덕에 정말로 솔로몬의 위증으로 가을을 보내버렸다. (지금 가을이 지나가고 있는거 맞겠지..)
2권은 결의, 3권은 법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이렇게 간결하고 딱맞는 제목이라니..

사건이 일어난 후 조토3중학교의 학생들이 서로 결의를 가지고 모의 법정으로 재판을 시작한다.

의문의 추락사라는 사건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중학교3학년생 스스로가 진실을  파헤치자는 결의를 다지고 단5일의 교내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낸다.
교사와 학생, 형사, 기자 등 모든 이가 모인 이 법정에서 수많은 증언들로 사건이 재구성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학교라는 이름 안에 가리워진 청소년기 학생들의 전쟁이, 이 전쟁이 가지는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과연 사건의 키를 가진 자는 누구이며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대체 이 게임이란.

교육문제가 다루어 지고 부동산 투기나 빈부격차등, 지금에도 존재하는 사회문제들로 엇갈려 있는 이 부분까지도 어른들 대신 진실을 파헤치는 아이들이 대견할 따름이다.

미미 여사의 이 특별한 미스터리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거두지 않는 곳에 그 주제가 있는 듯하다.

참, 흡입력은 실로 놀라우나 마지막의 결론이 쫌.?

3권에서.

이 재판에서는 아무도 이길 수 없어.
모두 상처투성이야. 얻을 게 하나도 없어.
그래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니까 다들 노력하고 있는 거야.
올바른 일을 하고 싶으니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8. 22:40
관련글 : [그여자와 책] - 산을 탐독하라.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이하 유럽산책)' 이후 두번째 읽는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이나 유명세가 '유럽산책'보다 좀 더 좋은 편인 듯 해서 벼르고 있다 보게되었다. 이전에 Gene이 쓴 글에 나온 것처럼, 그리고 아래 책 소개에 나와있듯이 이번에는 빌 브라이슨이 애팔래치아 산맥 트래일 종주를 시작했다.
 

'유럽산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여행을 떠나는 거창한 목적은 없었다. 물론 여러 구실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시작은 다음에 나오는 것처럼 단지 집 근처에 트레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뉴햄프셔 주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돼 우연히 마을 끝에서 숲으로 사라져 가는 길을 발견했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길이 아니었다. 그 유명한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 트레일은 장거리 종주 등반의 원조로 불린다. 미국의 동부 해안을 따라 고요히 솟아 있으면서 은근히 사람의 발길을 부르는 애팔래치아 산맥 위로 굽이굽이 3천360킬로미터나 흐르는 길이다.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까지 14개 주를 관통하면서 이름만 들어도 맘에 설레는 블루리지, 스모키, 컴벌랜드, 그린 마운튼, 화이트 마운튼을 지나간다.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튼'이라든지 '셰넌도어 국립공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주의자 존 뮤어가 표현한 대로 빵 한 덩어리와 차 한 봉지를 낡은 배낭에 넣고서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달려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내가 막 정착한 뉴잉글랜드의 조그만 마을에 뜻하지 않게도 이 트레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이 길을 따라 조지아 주까지 2천880킬로미터를 걸어서 가거나, 또는 반대방향을 택해 거칠고 돌이 많은 화이트 마운튼을 따라 720킬로미터를 걸어서 몇 사람 경험해보지 못한 전설적인 마운트 캐터딘 산을 밟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뜨거워졌다. '근사하지 않은가. 당장 바로 하자'는 충동이 불끈 솟았다. p.13-14

이렇게 시작된 트레일 종주에는 '유럽산책'에서도 저자의 추억 속에 등장했던 친구인 카츠도 함께 한다. 십수년 만에 다시 만나서 처음엔 어색하고 서로 맞지 않지만 점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카츠 외에도 메리 앨런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 고생을 하기도 하고 서로 도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길 앞에서 그 여행이 아니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행의 한가지 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잡학다식한 빌 브라이슨답게 이 책에서도 자신의 박식함, 혹은 박식해보이는 능력을 뽐낸다. 물론 소재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다. 트레일의 위험요소인 흑곰이나 그 외에 트레일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동물들, 트레일의 역사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 생각과 잘 버무려 풀어낸다. 또한 트레일 관리를 맡은 공원관리국의 공원파괴 행위라든가 하는, 트레일과 트레일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행정, 관리 부실 등에 대해서도 제 목소리를 낸다. 개발구역도 아닌 자연보호 공원에서 자연파괴가, 그것도 공원 환경을 보호해야 할 공원관리국에 의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데 내용을 조금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도롱뇽보다 더 다양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종이 '민물 홍합'이다. 세계 전체의 3분의 1인 300종의 홍합이 여기에 서식한다. 스모키 홍합은 자줏빛 사마귀 등, 빛나는 돼지 발톱, 원숭이 얼굴 진주 홍합과 같이 괴이한 이름들로 불린다. 불행히도 그들에 대한 관심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점, 심지어 자연주의자들로부터도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홍합은 놀라운 속도로 사라져갔다. 스모키 홍합종의 거의 절반이 멸종 위기에 있으며, 12종은 이미 소멸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자연보호 공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놀랄 만한 일이어야 한다. 홍합들이 알아서 지나가는 차에 돌진해 바퀴 밑에 깔리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모키는 대부분의 홍합을 잃어버리는 과정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실제 국립공원관리국은 뭔가를 멸종시키는 게 전통인 듯 싶다. 브라이스캐니언 국립공원은 아마 가장 흥미로운 사례일 것이다. 1923년에 창설된 이 공원은 자신이 관리를 시작한 지 반세기도 안되어 7종의 포유류 - 흰꼬리 산토끼, 들개, 영양, 날라다닐 수 있는 다람쥐, 비버, 붉은 여우, 점박이 스컹크-가 멸종되었다. 이런 동물들이 브라이스캐니언에서 공원관리국이 그들에게 관심을 갖기 전 수백만 년을 생존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놀라운 업적이다. 모두 함께 42종의 포유류가 20세기에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멸종되었다. p.149

물론 트레일을 걷는 동안 이런 설명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빌 브라이슨답게 책 곳곳에 유머가 도사리고 있고, 여행기답게 트레일을 걷는 동안 자신 앞에 펼쳐진 놀라운 자연을 보고 감탄하며 즐기기도 하고, 힘들어 불평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는 시간이 길었던 브라이슨과 카츠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을 느끼고, 나중에는 오히려 도시에서 더 낯설고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죽을 고비까지 넘겨가며 힘들게, 그리고 의외로 열심히 트레일을 걸었던 저자와 카츠의 모습을 보다보면 도시를 떠나고 싶어하는 현대의 도시인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유행이 된 캠핑은 이런 욕망을 가장 현실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주말에 잠시 교외나 캠핑장으로 캠핑을 가는 심리에는 언제든 다시 익숙한 도시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생각이 깔려있다. 하지만 브라이슨과 카츠는 훨씬 더 긴 시간을, 산속에서의 캠핑이 그들의 새로운 일상이 될 정도를, 산속에서 보냈다. 비록 완주를 하지도, 모든 경로를 걸어간 것도 아니지만 진짜 도전을 한 것이다. '유럽산책'에서도 그랬지만 브라이슨의 여행기에서는 언제나 '도전'이 있다. 카츠와 함께 유럽여행을 한지 20년 만에 혼자 유럽 곳곳을 걸으며 여행했었고,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다시 카츠와 함께 3천 킬로미터가 넘는 트레일에 나선다. 그것도 뚱뚱한 중년이 되어서.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애팔래치아 산맥이었다.(물론 '나를 부르는 숲'이라는 제목은 국내 출판사에서 지은 것이다만) 브라이슨 외에도 나를 비롯한 누구에게나 '나를 부르는 어딘가'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머리 속에 많이 떠올랐던 장소는 제주도 올레길이었다. 완전히 산 속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숲의 길도 아니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 자연 그대로 보존된 곳도 있지만 사람이 사는 지역도 지나간다. 브라이슨 표현에 따르면 '인간세계로부터 보호된 복도'가 아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세계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곳이다. 언제쯤 가볼지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시간을 잘 정해서 내 앞에 놓인 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 때까지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되길 바라고, 올레길을 가기 전엔 부산의 문탠로드나 이기대를 다시 한번 걸어보고 싶다.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강추.
자연을 즐기는 여행을 좋아하고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추천.
빌 브라이슨의 다른 여행기를 재밌게 읽었다면 추천..하지만 '유럽산책'만큼의 개그와 말장난은 없는 듯.
뚱뚱한 중년 아저씨들의 도전과 모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추천.

덧. 번역이 잘못된 것 같은데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만든 사람 중 한명의 이름이 '매카이(p.50)'와 '매카이에(p.230~)' 둘로 혼용된다.
덧2. 이 책이 교양과학으로 분류된 건 아마 분류하는 사람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보고 같은 저자이니 읽어보지도 않고 같은 분류로 넣어버린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그래도 과학책은 아니지 않나.

by 청춘한삼 2013. 10. 3. 18:31
과학 서적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읽히는 일은 흔치 않다. 그나마 인문학 책이라면 '총균쇠'처럼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이라든가 하는 홍보에 좋은 이벤트가 있거나,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시대를 꿰뚫는 제목을 통해 많이 팔리는 책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 분야라면 스티븐 호킹 정도 되는 저자가 신간을 내는 정도 되야 베스트셀러 순위에나 잠시 들어보지 않을까 싶다. 과학 서적에 대한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1976년에 출간된 한 과학 서적이 아직도 멸종되지 않고 팔려나가고 있으니..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다. (물론 '이기적 유전자'만이 과학 분야 스테디셀러는 아니다)
이기적유전자
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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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된지 오래된만큼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은 널리 알려진 편이다. 제목만 봐도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잘 설명하고 있을 것만 같은,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는 책의 내용은 보지 않고 '이기적'이라는 단어에 꽂힌 사람들의 비난이 한 몫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도 유명하고 오래된 책이라 아마도 많은 매체와 사람들이 리뷰를 해놨을 것이므로 내용을 꼬치꼬치 적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책의 내용의 핵심은 모든 생물은 '유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아니, 진화만이 아니라 행동과 생존에 대한 모든 것이 '유전자'에 의해 지배된다고 말할 수 있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그 수가 늘어나고 또 어떤 유전자는 수가 줄어드는 과정이다. p. 102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 p. 410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으로 알려진 다윈의 진화론은 창조론 신봉자들 외에는 널리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의 단위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 단위가 종일수도, 개별 개체일수도 있을텐데 도킨스가 말하는 단위는 '유전자'이다. 인간을 예로 들자면, (인간에게 있어 일반적인 행동인) 성공을 바라는 개개인 행동은 자신(개별 개체)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공을 하는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유리하기 떄문이다. 인간의 생존 또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론에 따르면,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은, 이승에 있어야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승에 있어야만 유전자를 하나라도 더 남길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는 '이기적'이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자가 말했듯이 측은지심, 즉 이타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가족 혹은 친지들과의 관계일 것이다.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도 이타적인 면을 보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관계에서 서로가 좀 더 이타적이다. 인간이 유전자에 의해 지배받는다면 이타적인 행동 역시 유전자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책에서는 그들이 자신과 일정부분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희생해 발생한 손해보다 가족, 친지들에 의한 유전자 번식의 이로움이 더 크다면 이타적인 면이 발휘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나와 유전자를 나누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개체에 대해서는 배타성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배타성을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인종 차별이다. 책에서는 유전자에 의한 잘못된 배타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만일 동물들이 자기와 신체적으로 닮은 개체에게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동물들은 간접적으로 자기의 친척에게 어느 정도 이익을 주는 셈이 된다. 해당 종이 갖는 여러 특성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라도 이러한 규칙은 다만 통계적 의미에서 '올바른' 결단을 이끌어 낼 뿐이다. 조건이 달라지면, 예를 들어 어떤 종이 훨씬 큰 집단에서 생활하게 되면 그 규칙은 그 종의 동물들에게 잘못된 결단을 내리게 만들 수 있다. 상상컨대, 인종 편견이란 신체적으로 자기와 닮은 개체를 인식하고 겉모양이 다른 개체에게 못되게 구는, 혈연 선택을 거쳐 진화해 온 경향이 비이성적으로 일반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어느 정도는 의도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인간의 본질적인 물음인,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유전자'라는 단일한 코드를 통해 대답을 줄 수 있다. 어려운 철학책을 읽는 대신 과학을 통해서도 철학적 물음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이다. 

덧. 유전자의 진화에 대한 개념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문화(밈, Meme)'의 진화 이야기가 이해를 도울거라고 생각한다. 

덧2. 책의 12장인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의 내용에 흥미가 있다면 '협력의 진화'를 읽어보길 추천. 이전글 : 협력의 진화 - 서로 도우며 착하게 살자

이 책을 읽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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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3. 9. 20. 13:47

Y의비극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엘러리 퀸 (검은숲,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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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한동안 고전에 꽂혀서 고전만 읽던 때가 있었지... 그 때의 엘러리 퀸을 다시 오빠가 샀길래 나도 속독 시작.

2013/09/01 - [그남자와 책] - Y의 비극 - 엘러리 퀸

책의 서두에서 알리는 엘러리 퀸이 뭐 드루리 레인으로 바뀐듯한 설명인데 영어의 번역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그 설명은 살짝 패스.

세계 3대 소설을 이제서야 읽는다니..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응?)
사실 엘러리 퀸을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보는게 맞는듯? 뤼팽을 무진장 좋아했었으니.

추리소설의 가장 큰 매력인 흡입력, 역시나 이 소설에서도 발휘가 되는데 미치광이 해터가의 주인인 요크 해터가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이 죽음을 필두로 하여 해터가에서는 의문의 죽음과 독살시도가 계속 되는데...

가족이 어쩌면 이런가 싶다.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인데, 서로를 증오하고 못잡아 먹어 안달이고. 생각적으로는 그럴까 싶어도 나또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설마 그러진 않겠지..

의심하지 않았던 인물이 범인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이 사건의 중심이 미치광이 유전자라니. 뭔가 씁쓸하다. 여튼 재밌게 읽기는 했으니. 역시나 추리소설은 좋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9. 20. 12:47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한번도 읽어보지는 않을 수 있어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하기는 어려운 소설 중 하나가 삼국지이다. '고우영 삼국지'와 같은 만화도 있고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이문열 삼국지'를 비롯해 수많은 저자들에 의해 편찬된 삼국지 판본들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비, 관우, 장비 이외에 조조, 원소, 원술, 손견, 손책, 손권, 공융, 유표 등등 수많은 등장인물들에 지쳐 끝내 사마염의 천하통일을 보지 못하고 책을 덮어버리곤 하지만. 
 

삼국지 강의 /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삼국지의 진실을 만난다!
카테고리 역사/문화 > 동양사
지은이 이중톈 (김영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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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는 '삼국지 판본들'이 있다고 적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하 연의)' 이후로 나온 소설들은 모두 '연의'의 새로운 판본들이라 할 수 있다. 나관중은 정사 삼국지를 토대로 소설을 썼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읽힐 정도로 소설 '연의'는 성공했다. 

'연의'가 재미도 있고, 배울 점도 많은 소설이기는 하지만 독자들은 '연의'가 소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망각하고 소설의 내용을 모두 진실로 믿어버리곤 한다. 실제 역사의 기록이라고 해도 내용을 기록한 필자에 따라 기술되는 내용이나 관점, 평가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우리 주변의 신문, 방송 등을 통해 누구나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정사'도 그러한데 '소설'은 오죽하랴. 

'연의'에서는 유비와 그의 세력을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에 그와 대비되는 인물들은 흔히 '악' 혹은 '바보'로 묘사된다. 이를 위해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이 실제와는 다르게 묘사되고 평가받아왔다. 이중톈의 강의를 묶은 '삼국지강의'에서는 이런 점들을 지적하고 '연의'와 실제 역사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연의'에서 가장 손해를 보는 인물은 아마도 조조일 것이다. '연의'에 나오는 조조의 이미지는 한나라를 계승하려 하는 유비에 대항해 황제를 끼고 한나라를 유린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운 '간웅'이다. 하지만 이중톈은 이런 이미지가 잘못된 것이며 조조는 영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총 24강의 강의 중 절반인 12강이 조조에 대한 내용이다. 

조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쉽지 않다. 나관중이 '연의'에서 조조를 부정적으로 그렸을 뿐 아니라 정사의 일종인 '자치통감'에서도 조조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일부러 조조에 유리한 사료를 삭제하며 조조를 나쁘게 그렸다. 이 외에도 조조를 긍정적으로 그린 사료, 부정적으로 그린 사료가 난립하며 조조의 진짜 모습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조조가 부정적 평가를 받는데 주요한 사건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연의'에서 자신을 환영해준 여백사 가족을 죽이고 '차라리 내가 천하 사람들을 배신할망정, 천하 사람들이 나를 배신하게 하지는 않겠다'라는 말을 남긴 사건이다. 이중톈은 다른 기록들을 통해 조조가 살인을 행한 배경을 살펴보고, 조조가 실제로 했던 말은 '차라리 내가 남을 배신할망정, 남이 나를 배신하게 하지는 않겠다'라는 것을 지적했다. 두 말의 차이는 적용되는 범위는 물론이고 평소 소신인지 비단 그 사건에 대한 의견인지도 다르다. 

이 외에도 인재를 대하고 활용하는 용인술, 백성들에 대한 배려, 군주로서의 태도, 인성과 인심의 통찰능력 등을 포함해 조조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장점들을 통해 훌륭한 군주로 조조를 재평가한다. 이에 더해 조조에게 패했던 원소나 원술, 여포 등이 성공할 수 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들도 보여준다. 

책의 뒤쪽 절반은 유비와 손권에 대한 내용이다. 유비와 손권이 꿈꿨던 삼분지계(융중대책), 삼고초려, 신화와 같은 적벽대전에 대한 진실과 허구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이 중 '연의'에서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적벽대전에 대한 내용을 조금 옮기면 아래와 같다. 

규모가 비교적 큰 전쟁이었던 적벽대전은 계획, 준비, 교전, 완성의 4단계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삼국연의'에 매우 훌륭하게 씌어 있어, 중국 고대 문학에 소중한 유산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문학은 역사가 아닙니다. '삼국연의'에서 8회나 되는 분량을 들여 매우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는 전쟁의 과정, 특히 인구에 회자되는 고사들은 대부분 지어낸 이야기일 뿐입니다. 
여기에도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역사상 전혀 근거가 없는 경우입니다. '여러 유생들과 설전을 벌이다', '지혜로 주유를 격분시키다', '감택이 거짓 항복 문서를 바치다', '방통이 계책을 바치다', '동풍을 빌리다' 등이 그런 사례입니다. 다른 하나는 약간의 근거는 있지만, 교묘하게 내용을 바꿨거나 심하게 과장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장간이 계책에 빠지다'는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장간이라는 사람은 있었고, 그는 주유의 진영에 왔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온 것은 적벽대전이 끝난 후입니다. '자치통감'에 건안 14년(209년)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당연히 계책에 속아서 조작된 편지를 훔쳐 읽었다거나 하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후에 다시 말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약간의 가능성 있는 이야기는 '풀배로 화살을 빌린 것'인데 이 사건의 발생은 더욱 늦어 건안 18년(213년)입니다. 더구나 사건도 손권에게 벌어졌고, 또 화살을 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사실상 '풀배로 화살을 빌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절대 불가능합니다. 누군가가 이미 이에 대한 득실을 계산했으므로, 여기에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삼국연의' 속에 소개된 수많은 멋진 전투는 모두 역사적으로 벌어지지 않았던 듯합니다. 
이 전쟁에 대한 정사의 기록은 매우 간략합니다. 그리고 진수 자신의 주장도 매우 모순적입니다. 예를 들어, 적벽에서 일어난 큰불은 도대체 누가 놓았을까요?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선주전'과 '주유전'에서는 배에 불을 놓은 것이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이라고 말하고, '곽가전'과 '오주전'에서는 조조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독자들의 읽는 데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저는 이 두 가지 주장을 모두 아래에 나열하겠습니다. 


위에 적은 것처럼 적벽대전 외에도 '연의'에서 유비와 손권에 대한 여러 거짓들을 알려준다. 물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식의 폭로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삼국지 내용이나 사건들에 대해 일반 독자들이 놓치기 쉬운 의미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중톈의 '삼국지강의'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연의'가 아니라 진수의 (정사) '삼국지', 배송지의 주 등 정사 사료들을 토대로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여러 사료들을 검토하기 때문에 실제 역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책이 두껍기는 하지만 '연의'와는 또 다른, 하지만 '연의'만큼 재미있게 진짜 역사를 알 수 있다. 또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강의를 엮은 책이기 때문에 위의 발췌부분에서 보듯이 쉬운 언어로 읽기 좋게 나와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볼 수 있겠다. 

 

'삼국지연의'를 좋아한다면 추천. 
숨겨진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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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3. 9. 7. 15:12
솔로몬의위증.1:사건미야베미유키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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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두꺼운 책만 읽어서 그런지 그냥 책이 책인가 보다 하고 읽는것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세밀하다 못해 치밀하고 두껍고 마지막엔 혀를 내두르게 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에 도전했다. 그것도 무려 3권 시리즈인 솔로몬의 위증!! 총 3권으로 씌여져 있어 아마 이번 가을을 함께 보내지 않을까 싶다.

1권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하나의 사건인 줄만 알았던 부분이 얽히고 섥혀 계속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는듯 하다. 챕터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화자도 달라지고 있어 흥미진진하다랄까.

이 작품은 일본의 한중학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추락사를 시작으로 하는데 이것이 자살인가 타살인가 부터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내는 10대 들의 심리를 작가의 필력으로 서술해내고 있다.

말로만 자신들의 편이라고 하며 무책임의 끝을 보이는 메스컴 기자의 시선과 소문 속에서 학교를 뒤덮는 악. 하나둘씩 늘어나는 희생자들과 죽은 소년이 가진 그 사실은 무엇인지.

책을 잡고 단숨에 읽어내려간 이 책의 흡입력과 다음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뒷 내용은 기다릴수 없게 만든다. 당장 2권과 3권을 사러 고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9. 3. 20:32
'프랑스 파우더 살인사건' 이후 오랜만에 읽어본 엘러리 퀸의 작품. 
국명 시리즈를 내놨던 '검은숲'에서 국명 시리즈 이후 비극 시리즈도 내놓았다는 소식에 찾아보니 이미 모든 비극 시리즈가 출판되어 있었다. 차례대로 읽어볼까 하다가 일단 가장 유명하고 좋은 평을 듣는 'Y의 비극'부터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Y의 비극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엘러리 퀸 (검은숲,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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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책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책의 디자인은 국명 시리즈와 같다. 책의 크기라든가 표지의 글씨체, 띠지의 크기를 비롯한 디자인 등이 모두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 띠지의 색이 붉은 계통에서 검은색으로 바뀌고 작가들의 사진이 없어진걸 제외하면 오래된 느낌을 주는 종이의 색과 패턴이나 속표지에 엘러리 퀸 형제가 나온 사진까지 동일하다.

나는 전혀 몰랐는데 처음 이 책이 미국에서 나올 때 작가들이 사용한 필명은 엘러리 퀸이 아니라 '바너비 로스'였다고 한다. 왜 그들이 다른 필명을 이용했었는지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Y의 비극'은 뉴욕 로어 만에서 요크 해터라는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미치광이 해터가에서 계속해서 사건이 벌어진다. 비극 시리즈에서는 엘러리 퀸이 아닌 '드루리 레인'이라는 은퇴한 연극배우가 탐정으로 등장한다. 젊고 자신만만하며 혈기왕성한 느낌의 엘리리 퀸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자신이 확신을 할 때까지는 절대로 입을 떼지 않는, 신중하고도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섣불리 떠벌리지 않고 다음과 같이 고뇌하기도 한다.  

토요일이었다. 햇살은 눈부시게 강물 위에 반사되었다. 리무진에서 내린 레인은 보도를 가로질러 시체안치소의 닳은 돌층계를 지친 발걸음으로 올라갔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이런 비정한 일에 손을 대고 있단 말인가? 연극배우로서의 명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는 숱한 찬사를 받는 동시에 그에 못지않은 비난도 많았다. '세계 최고의 명배우'라는 찬사에서부터 '이 경이에 찬 시대에, 벌레 먹은 셰익스피어에나 매달리는 시대착오적인 배우'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온갖 말을 다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도와 본분에 걸맞은 예술가답게 그러한 찬사와 비난에 얽매이지 않았다. 전위적인 비평가들이 어떤 독설을 퍼부어도 레인은 자신의 사명을 다할 뿐이라는 불굴의 결의와 냉정한 신념으로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째서 절정에 이른 명성에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쓸데없는 일에 관여했단 말인가? 악인을 징벌하는 것은 섬 경감이나 브루노 검사 같은 이들의 임무가 아닌가? 악? 순수한 의미에서 악인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탄도 원래는 천재였다. 다만 무지한 인간이나 비뚤어진 인간, 불행한 운명의 희생자들이 있을 뿐이다.


사건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다. 힌트는 곳곳에 뿌려져 있지만 그와 더불어 함정도 숨겨져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던 살인도구 선택의 이유를 알았을 때 그 자체도 함정이 아닌 힌트였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못했다는..

책을 읽는 도중에도, 읽고 나서도 왜 'Y의 비극'이 그렇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로마 모자 살인사건'나 '프랑스 파우더 살인사건'을 읽었을 때 추리력과 더불어 약간의 운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면이 조금 아쉬웠었는데 'Y의 비극'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엘리리 퀸 작품의 인지도가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 뤼팽 작품들만큼 되지 못한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Y의 비극'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머지 비극 시리즈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강추.
엘러리 퀸의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


 
by 청춘한삼 2013. 9. 1. 17:37
관련글 : [그여자와 책] - 허삼관 매혈기 - 피팔아서 영위하는 인생
             [그남자와 책] - 사람의 말은 빛보다 멀리간다 - 위화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 피파는 이야기인 '허삼관 매혈기'는 이전에 읽었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이하 목소리)'의 저자 위화의 작품이다. 이미 이전글에서 밝혔듯이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를 통해서 위화와 '허삼관 매혈기'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후부터 기회를 노리다 발행일로는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목소리'를 먼저 읽고 '허삼관 매혈기'를 읽게 되었다.  
 

허삼관 매혈기
카테고리 소설 > 중국소설
지은이 여화 (푸른숲,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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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피를 한번 팔았던 허삼관이 피를 팔아 번 돈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뒤에도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피를 팔아 돈을 받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애쓴다. 자신의 욕심을 차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피를 파는 허삼관에게서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을 팔며 돈을 벌어오는 가장들을 떠올리게 된다. 허삼관은 일반적인 가장들보다 더 극적인 순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자식들 때문에 오는데 아버지의 사랑도 느낄 수 있지만, 역시 자식은 리스크라는 생각도 든다. 그여자 Gene이 발췌한 부분을 봐도 그렇고.  

허삼관의 가족사를 험난하게 만드는 요인에는 중국의 현대사도 있는데 그 둘이 너무 잘 엮여 있는 점이 좋았다. 한 사람의 세치 혀에 좌우되는 문화대혁명의 분위기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허삼관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 반대로 그 와중에 완장질을 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애처롭게 나타나 있다. '목소리'에서 설명했던 '대자보'나 '청년들의 농촌생산대' 사건들이 '허삼관 매혈기'에 잘 스며들어가 있었다. 

질질 끌지 않는 이야기 전개와 사회상을 잘 녹여냈음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유머감각, 거기에 더해 감동까지 잘 차려진 소설을 한 상 읽은 느낌이다. 왜 위화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지를 알 것 같다. 

중국 현대사를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강추. 
가족밖에 모르는 한 자라대가리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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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3. 8. 10. 20:04
나를부르는숲
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지은이 빌 브라이슨 (동아일보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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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즐겁고 유쾌한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의 귀환. 여전히 엉뚱하고 귀여우신 면모를 보여주신다. 당연히 기행문을 읽었으니 그렇겠지만 미국 애팔래치아 산을 내가 이미 다녀온 기분이랄까. 저자와 함께 호흡하며 걷다가 쉬고 걷다가 자고 한 것 같다.

저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박학다식하고 자연에 대해 아는 것들이 넘쳐 난다. 다만 정확한 지도를 가지지 못했을뿐.(나중에는 가지게 된다고 보면 될 듯?)

숲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자니 비슷비슷한 경관에 몸은 더럽혀지고 갈증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이 끝을 가보고 싶다.
지난 유럽산책과 마찬가지고 이런 에팔레치아 산맥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저자의 용기와 모험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너무 부럽다. 자유롭게 글을 쓰고 마음이 맞지 않았던 친구와 다시 친구가 되어 트레킹을 하고 있다니!

저자가 비록 종주를 끝내진 못했지만 등산인도 아닌 비전문 등산인이 거의 일년이라는 시간동안 길을 따라 걸었다. 미국 자연의 변화와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속물이 되어버린 삶에 대한 반성을 가지게 할 뿐 아니라 산이 치유라는 점을 각인시켜 준다.

책을 덮으며 나도 등산을 메고 트레킹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면 저자의 의도는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 아닐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8. 19:39

레드브레스트요네스뵈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요 네스뵈 (비채,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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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레오파드에 이은 요네스뵈 소설의 3종 세트다. 사실 시기상으로 본다면 제일 처음에 오는 내용이겠지만 우리나라 유통 구조상 인기소설이 되고나면 그에 따른 시리즈 들이 나오기 때문에. 어찌되었건 출판 된 것 자체가 다행일 따름.

레오파드보다 제정신이고 스노우맨보다 풋풋한 시절의 해리 홀레 형사를 만나볼 수 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레드브레스트는 '개똥지바귀 새'를 일컫는 말인데, 직역으로 사용되어 진홍가슴새를 뜻한다.

이 새를 구지 언급한 것은 이 새와 관련된 신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소설 앞부분에 나오고 있다. 그리고 소설의 주요인물인 주인공 노인의 별명이기도 하다.

원래는 잿빛의 평범한 새였는데. 신이 '너희들이 참 사랑을 베풀 수 있을 때 그 이름에 합당한 깃털을 가지게 될것이라고 말랬다.
어느 날 진홍가슴 새의 둥지 근처에 십자가가 세워지고 한 남자가 십자가에 매달린다. 십자가 가까이 날아간 진홍가슴새는 가시 면류관을 쓴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새는 남자가 너무 가여워 자그마한 부리로 그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하나씩 빼내기 시작했는데, 남자의 얼굴에서 흘러내린 피 한방울이 새의 가슴에 떨어져 번져 가슴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그러자 십자가에 매달린 남자가 입을 열어 속삭였다.
"천지가 창조된 이후에 너희 종족들이 그토록 갈구했으니 얻지 못했던 것을 비로소 네가 얻어냈구나."

소설은 2000년을 현재로 한 시점과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40년대를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되는데 소설의 배경이라던가 상황에 대한 단서들이 설명되고 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하의 노르웨이, 그리고 나치에 의거 전선에서 소련군과 싸운 노르웨이 인들에 대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독일군에 동조한 행위, 레지스탕스 활동 등.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초큼은 필요한 대목들이지만,(물론, 당연히 어려운 이야기 이기도 하다.) 소설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알아두는게 좋을 듯 하다.

작가는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를 인용해 나치에 동조했던 노르웨이 인의 행동이 인간의 삶이기도, 선과 악이기도, 정상과 이상의 사이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이 되기 까지의 문맥도 차근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래저래 역사까지 개입되어 어렵긴 했지만 늘 말하듯 북유럽 특유의 스산함으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덧, 해리 홀레의 사랑이야기와, 로맨스 적인 내용들까지도 소설의 재미를 업시켜 주는 듯.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8. 19:35

관련글 : [그여자와 책] - 무인도에서의 인간 한계에 도전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설령 읽어보지는 않았을지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인물, 로빈슨 크루소. 나 역시 어릴 때 그의 모험 이야기를 몇번씩 읽어봤었다. 어릴 때 남자들이라면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는 모험 이야기에 관심을 안가질 수 없지 않을까. 요즘 애들은 안그러려나.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는 아마도 축약본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그렇지만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보니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완역본이 나와있다. 내가 이번에 읽은 것을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판본이다.

소설 자체는 이미 유명하기도 하고, 그여자 Gene께서 잘 요약해주셨기에 내용은 굳이 또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니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자. 

로빈슨 크루소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대니얼 디포 (을유문화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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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을 담당한 번역자는 윤해준 교수이다. 책 정보를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읽다보면 원작에 충실하게 번역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띠지에도 로빈슨크루소 작품에 대한 설명 대신 '영미문학연구회 선정 최고의 역자가 원작의 감동을 되살린 유려한 번역'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책을 폈을 때 처음 눈에 띄는 것은 문장 하나하나가 긴 편이라는 점이다. 디포가 원작을 영어로 쓸 때 관계대명사, 부사를 붙이고 붙이며 길게 문장을 썼던 것 같은데(사실 원문을 보지 않아서 모르긴 하다만) 이것을 우리말에서 읽기 편하게 조각내지 않고 그대로 번역하였다. 어찌보면 우리 말에서는 읽기 불편하거나 어색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책의 첫 문장이자 문단은 다음과 같다. 

나는 1632년에 요크 시에서 태어났는데, 집안은 괜찮은 편이었으나 원래 그 지역 출신은 아니었으며, 아버님은 브레멘에서 온 외국인이었는데 처음엔 헐에 정착했다가 장사를 해서 쓸 만한 재산을 모은 다음엔 사업을 그만두고 이후에 요크에서 사시다 거기서 어머니와 결혼하셨는데, 외가 쪽은 그 지역의 제법 괜찮은 집안으로 성이 '로빈슨'이라, 내 이름을 '로빈슨 크로이츠네'라고 지으셨던터, 하지만 영국에서는 늘 그렇듯 말의 원음이 변질되어 우리집 성은 남들이 부르는 대로 그냥 '크루소'로 쓰기로 했으니, 내 동료들은 나를 늘 이렇게 불렀다. 


또 한가지 원본을 따르다보니 특이한 점은 전체가 하나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장의 구분이 전혀 없다. 어릴 때 읽었던 책은, 이를테면 로빈슨의 첫 항해, 조난, 탈출, 두번째 항해..등을 각각의 하나의 장으로 구분하여 두었다. 하지만 디포의 원작에서는 이런 구분이 없기 때문에 을유세계문학전집의 로빈슨크루소도 장의 구분 없이 소설 전체가 하나의 장으로 묶여있다. 이런 점도 어찌보면 독자를 조금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일 수 있을 것이다. 이쯤되면 책의 제목을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도 놀라운 모험'이라고 적지 않은 것이 의아해진다. 

또 하나 다른 번역본들과 비교해 특이한 점이 있는데 로빈슨이 구해준 토인의 이름이다. 사람 이름은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원작 그대로 '프라이데이(프라이디로 된 책도 봤었다)'로 적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원작을 충실히 따르던 이 책은 오히려 이것을 '금요일'로 번역하였다. 로빈슨이 토인을 'Friday'로 이름 붙인 것은 그를 금요일에 구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역본에서 그의 이름을 '프라이데이'로 번역하면 금요일이라는 의미가 줄어들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톨킨이 그의 작품을 타언어로 번역할 때 고유명사들의 발음을 그대로 쓰지 말고 현지 언어로 바꾸라고 했던 요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하면 우리말로 원작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의 답 중 하나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금요일'이라는 번역이 앞서 언급한 긴 문장이나 장의 구성과 같은 것들보다도 띠지에 적힌 '원작의 감동을 되살린 유려한 번역'이라는 수식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번역 이야기를 제외하고, 어릴 때 읽던 축약본과 비교해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소설 내의 종교적인 분위기이다. 어찌보면 로빈슨 크루소라는 한 인간이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라기보다 신을 믿지 않던 로빈슨 크루소가 독실한 신자가 되는 이야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내용은 그저 신을 믿고 찬양하게 만드는 하나의 시련일 뿐이고. 

이제 나는 내 삶의 형편을 처음보다 그 자체로는 훨씬 더 편리하게 만들어놓았고 내 몸도 그랬지만 내 마음도 훨씬 더 편해졌다. 나는 음식을 앞에 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잦아졌고 이 광야에서 이런 성찬을 즐기게 해주신 하나님의 섭리하시는 손길에 탄복을 하곤 했다. 나는 내 처지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바라보며 내게 없는 것보다 내가 향유하는 것들이 뭔지 따져보게 되었고, 이것이 때로 내게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은밀한 위안이 되었으니, 이런 얘기를 이 대목에서 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바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지 못하며 불평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 이들은 주시지 않은 것들을 보면서 그걸 탐하기 때문인 바, 이렇듯 우리가 가진 게 없다는 불만은 모두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가진 바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결여된 데서 비롯되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이런 식으로 로빈슨이 신에 대한 찬미와 경배를 하는 부분이 많기는 한데 스토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보니 축약본을 만들 때 가장 쉽게 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레미제라블에서 스토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온갖 내용들이 빠졌던 것처럼. 

로빈슨크루소의 원작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강추. 
인간의 의지와 모험, 생존에 대한 열망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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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3. 8. 8. 19:23

레오파드요네스뵈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요 네스뵈 (비채,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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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님께서 교육 가시기전 안겨주고 가신 책. 요 네스뵈의 이전 책.
스노우맨요네스뵈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요 네스뵈 (비채,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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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도 재밌게 본터라 역시나 재밌겠지 하고 책장을 폈더랬다.

작가의 이전 책 처럼 북유럽 특유의 춥고 스산하고 건조한 느낌이 나타난다라 할까? 무려 78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줄의 낭비도 없이 꽉꽉 채운 소설이다.

스노우맨에서 출연하였던 주인공 해리 홀레 형사는 어느샌가 밑바닥까지 내려간 듯 정신적으로 피폐함의 끝을 보여주고 계신다. 스노우맨의  역시 너무 완벽한건 멋없어. 이렇게 인간적인 풍미를 푹푹 풍겨줘야 제맛이지.

이래저래 해리홀레 형사에 빠져버린 듯 하다. 조금은 식상해져있던 추리소설의 느낌에서 나를 잡아끄는 추리소설!
순서상으로는 스노우맨보다 앞선 내용의 책이 있다고 하는데 하루빨리 "배트맨"도 읽어보고 싶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11. 22:36
얼마전 사재기 파문이 있기도 했지만 때때로 도서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왜 올라오는지 모를 책들이 올라오고 이해할 수 없는 인기를 보이기도 한다. 주로 항상 인기를 구가하는 분야인 자기계발서나 최근 몇년간 대흥행에 성공한 속칭 힐링도서, 유명인이 추천하거나 펴낸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머무르는 책이다. 거기에 더해 영화의 원작(주로 소설)이 뒤늦게 뜨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영화 개봉 즈음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기억이 나는 것만 화차, 은교, 파이 이야기, 레미제라블, 그리고 가장 인기를 끈 '위대한 개츠비'가 있다. 
 

영화로 인해 다시금 떠오른 책들 중 위대한 개츠비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이 팔리는데는 수많은 출판사들이 영화에 편승해 엄청나게 마케팅을 한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할인행사가 가장 큰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은 한글판, 영문판 책은 기본이고 포켓판을 끼워주기도 하면서도 가격은 반값으로 팔고 있던데 그런걸 보면 도서정가제에서 제외되는 기준을 처음 책을 출판한 시기가 아니라 해당 쇄마다 따로 매겨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혹여라도 이 소설을 실용도서로 분류해서 도서정가제를 피해가는거라면 실용도서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가제를 적용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고..그렇다. 오랜만에 잘 팔리는, 그것도 여러 출판사에서 동시에, 책이 나와서 열심히 찍어내서 파는건 이해를 하지만 상황이 정상적이진 않아보인다. 물론 나도 한글판+영문판을 절반 가격에 사긴했다만. 
 

위대한개츠비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F. 스콧 피츠제럴드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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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에서 김영하가 직접 번역을 하고 책에 적은 역자 후기를 접하고 관심이 생겼고 소설의 분량이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소설이 두껍지 않아서 읽었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 '레미제라블'을 읽으면서 분량이 많은 고전이 나에겐 버겁다고 느꼈었다. 당시 '레미제라블' 완역본이 나왔다는 것을 접하고 '몬테크리스토백작'과 '레미제라블' 중에 하나를 읽어보려고 했었다. 당시 레미제라블은 총 6권이었고 몬테크리스토백작도 비슷했던 것 같다. 먼저 레미제라블을 읽고 몬테크리스토백작을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레미제라블을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주인공인 장발장은 1권 절반이 지나서야 등장하는데..등장인물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그 인물의 가족 내력부터 시작해서 인물에 관련된 온갖 이야기를 다 하는데..그러다보니 스토리 진행은 기대보다 항상 느린데.. 도저히 즐기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꾸역꾸역 끝까지 읽긴 했지만 다시 손이 가진 않고, 이후부터 분량이 많은 고전은 건드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 

다행히도(?) '위대한 개츠비'는 분량이 적은 편이라 읽어보게 되었는데 이미 팟캐스트를 들었기 때문에 역자 후기에 언급되었던 몇 가지를 의식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책을 읽고 보니, '내가 사전 정보 없이 이 소설을 읽었다면 지금 이만큼의 이해가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소설의 분량이 적다보니 독자에게는 덜 친절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1차 대전이 끝나고 자신만만하게 세계무대로 진출하며 들떠있던 미국과 전통은 있지만 전쟁 이후 황폐해진 유럽의 시기라는 사전 이해가 부족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책만 읽어서는 전혀 알아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자 후기에 나온 입이 거친 고등학생이 그런 반응을 보인게 아닐까. 번역을 맡은 김영하 작가는 시대를 반영하지 않는 번역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부족한 사전 정보로 작가가 의도한 바를 눈치채지 못한 독자는 아침드라마꺼리도 안되는 불륜 이야기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고 왜 이 소설이 '영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이라 평가받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사전 정보의 부재가 소설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것은 비단 이 소설만 그런건 아니다.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내가 불과 몇 십년 전 대한민국에서, 6.25라든가 4.19, 5.18같은 사건들을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살아온 사람들이 가졌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더 멀리 떨어진 소설들에 나오는 인물들을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거의 아는 것 없이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삼은 소설을 접한다면 중세의 너무나 종교적이면서도 마녀사냥과 같이 너무나 비기독교적이고 비이성적인 면이 공존하는 사회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후의 르네상스 시대, 대항해 시대, 공업화 시대, 공산주의 사회 등등 어떤 시대적(혹은 공간적) 배경이 나오더라도 내가 아는 것이 없다면 나는 현재의 기준으로 가치를 재단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이해가 힘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나는 팟캐스트를 통해 소설을 읽는 도중에 어느 정도는 의미파악이 가능하기는 했었고, 미리 팟캐스트를 듣지 않았다 해도 소설을 다 읽은 후에 역자 후기를 통해 앞에 나왔던 내용들을 복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기에 언급된 내용이 소설에 담긴 의미의 전부는 아닐 것이고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간 내용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읽어보면 더 많이 알 수 있을까. 영화는 보지 못해서 원작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원작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 

고전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추천. 
굳이 고전에 흥미가 없다면 필독할 필요까지는..


덧. 영화 개봉도 안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그리스인 조르바'는 왜 언젠가부터 갑자기 읽는 사람들이 늘어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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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한삼 2013. 6. 16. 19:34
나이든 기술자에 대한 소설이나 에세이, 회고록을 연상케하는 제목의 '오래된 연장통'은 그것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항상 인기 있는 분야인 심리학 중에서도 최근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진화심리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진화심리학이 하고자 하는 바를 한마디로 줄이자면 '그건 니가 원시인이라 그래'가 아닐까. 혹은 '니가 진화가 덜되서 그래' 일거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위해선 역시 책을 읽어봐야 한다. 

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지은이 전중환 (사이언스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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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에서 '심리학' 앞에 굳이 '진화'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현재의 우리는 원시인들이 진화한 결과이므로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출현한지는 300만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지는 20만년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한 것은 대략 기원전 6000년 정도니 농경생활을 통해 정착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직 만년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산업화된 사회는 20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농사를 짓기 이전의 수렵/채집 생활에 맞게 진화해온 인류가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 적합하게 다시 진화할 시간적 여유는 거의 없었다. 즉, 현재의 우리는 수렵/채집 생활에 적합하도록 진화된 존재이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오래된 연장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인류를 '오래된 연장통'이라고 저자는 표현했다. 이점은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모든 것을 지배할텐데 그 중 심리적인 면을 다루는 것이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진화'라는 도구를 통해 해석하는데 인간의 마음에 대한 거의 모든 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심리학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의 마음은 경제적 이득을 최대화하게끔 설계되지도, 이성이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역사 속에서 실현하게끔 설계되지도 않았다. 인간의 마음은 인류의 진화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수많은 심리 기제들의 집합이다. 마음이 설계된 목적을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은 심리학 전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이론 틀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미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한 예측들을 풍부히 생산하여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 준다. 심리학뿐만 아니라 철학, 예술, 종교, 미학, 경영, 법학, 경제, 의학 등등 인간의 모든 지식 체계들이 인간 본성에 대한 저마다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마음에 대한 진화적 탐구는 인간이 이룩한 학문 전체를 통합하는 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오래된 연장통'은 진화심리학에 대한 기본입문서이다. 그러면서도 딱딱한 내용과 문체로 독자를 괴롭히는 책과 정반대인 대중서이다. 원래 다른 곳에 연재하던 글을 모아서 책으로 펴내서인지 문체나 내용 모두 비전문가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도록 쉽고 깔끔하게 쓰여있다. 각 챕터의 분량이 거의 같은 것도 연재본을 모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진화가 덜되서 그렇다는 견해로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방식은 신기할 정도로 여러가지 현상을 잘 설명한다. 뭔가 심오하고 이상한 인간의 행동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우리가 무심코 범하는 행동이나 취향들도 포함된다. 그 중 한 예로 사람들이 왜 2층 카페의 창가자리에 앉는 것을 선호하는지를 진화심리학이 설명한 것을 보자. 

조경 연구자 제이 애플턴의 '조망과 피신'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바깥을 내다 볼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끔 진화했다. 장애물을 가리지 않는 열린 시야는 물이나 음식물 같은 자원을 찾거나 포식자나 악당이 다가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리는 데 유리하다. 눈이 달려 있지 않은 머리 위나 등 뒤를 가려주는 피난처는 나를 포식자나 악당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산등성이에 난 동굴,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 동화 속 공주가 사는 성채,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된 2층 카페 등은 모두 조망과 피신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풍수지리설에서 배산임수, 즉 뒤로 산이나 언덕을 등지고 앞에 강이나 개울을 바라보는 집을 높게 쳐 주는 것에도 심오한 진화적 근거가 깔려 있는 셈이다! 


머나먼 옛날, 사바나에 살던 인류가 선호했던,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공간을 20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도 무심결에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도 우리가 겪는 많은 흥미로운, 하지만 사소한, 행동과 심리에 대해 진화심리학적 설명이 실려있다. 새로운 학문을 소개하는 대중서로서 말 그대로 일반 '대중'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진화론을 믿는다면 추천. 
심리학에 관심이 있지만 진화심리학에 대해서는 모른다면 강
추.
진화심리학에 대해 이미 잘 안다면 굳이 또 읽을 필요는.. 


 
by 청춘한삼 2013. 6. 8. 14:25
로빈슨크루소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대니얼 디포 (을유문화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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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한 책이라 설명하기도 입 아프다는...

스포일러 내용 포함..


무인도에서 지내는 로빈슨 크루소의 생활은 인간의 지혜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정말 존경하고 싶을 정도.

사람의 목숨이라는게 참,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라는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6. 6. 00:10
내가 중학생 2학년이었을 때 (내 나이 절반이던 시절) 나는 '반지의 제왕'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판타지소설이란 것을 처음 접했다. 신문에 난 광고를 통해 '드래곤라자'라는 것이 PC통신에서 큰 인기를 끌고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쩌다보니 친구들과 '드래곤라자'를 열심히 빌려보게 되었다. 12권으로 된 시리즈가 한번에 출간된 것은 아니고 며칠 간격으로 나왔었는데 다음권을 기다리는 며칠이 정말 길게 느껴졌었다. 

'드래곤라자'를 다 읽은 후 관심은 자연스레 다른 판타지 소설로 이어졌다.당시에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있던 판타지 소설 중 가장 명작이라는 작품이 '반지전쟁'. '반지의 제왕'도 아니고 무려 '반지전쟁'이었다. 현재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서 6권으로 번역되었지만 당시 내가 처음 접했던 판본은 3권으로 되어 있었고 글씨 크기도 보통 책보다 작았다. 그런데다 각권의 두께도 일정하지 않고 1권 > 2권 > 3권 이렇게 얇아졌었다. 기껏해야 엘프, 드래곤, 인간, 오크 정도만 나오던 다른 판타지 소설에 비해 종족이나 등장하는 나라도 좀 더 다양하고. 다시 말하면 1권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 처음에는 딱딱한 문체와 헷갈리는 이름들 덕에 힘겹게 3권까지 읽어나갔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5권으로 된 '반지전쟁'을 또 발견했다. 번역이 바뀐건지는 모르겠지만 글자 크기가 커지고 책이 상대적으로 얇아져서 가독성이 좋아졌다는 것만 해도 다시 읽어보기에는 충분한 동기가 되었었다. 

나중에 영화로 반지의 제왕이 나올 때 '반지전쟁'과 '반지의 제왕'이 동일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던건 당연한거지만 원제가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 반지전쟁을 접했을 때 제목이 '반지전쟁'이니 원제는 The war of the ring이나 The ring war겠지..? 라던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어서 '제목을 왜 이렇게 지은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The load of the rings'라는 원제가 기억에 강하게 남았었다. 

반지의 제왕 스케치북 - 스케치북에 그린 가운데땅 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엘런 리 (씨앗을뿌리는사람,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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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반지의 제왕' 책을 두 번 읽고, 3부작으로 나온 영화도 극장에서 다보았다. 원작이 책인 영화들이 흔히 듣는 '책이 더 낫네'라는 말을 반지의 제왕 영화도 들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책보다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 책에서 설명이 많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이미지로 잡히지 않던 호빗이나 엔트, 리벤델, 나즈굴, 모리아, 골룸, 사우론 등등 많은 등장인물, 장소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건 영화를 볼 때도 느꼈지만 작년 반지의 제왕 전자책을 사서 읽으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겐 책보다 영화가 더 맞다고. 

그런 '반지의 제왕' 영화를 제작할 때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영화의 거의 모든 등장인물과 배경을 창조해낸 엘런 리의 스케치가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책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은 '반지의 제왕' 스토리 순서에 따라 스케치가 실려있다. 완벽하게 채색까지 끝난 일러스트는 아니고 위의 표지에 나오는 것과 같은 단일색으로 그려진 펜화이다. 스케치와 함께 엘런 리가 해당 작업을 할 때의 에피소드나 당시 그리고 현재의 자신의 감정을 적어놓은 부분도 판타지 영화의 제작 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영화에서는 빠진 봄바딜과 금딸기가 등장하는 부분도 원래는 제작에 포함되었었는지 해당 부분의 스케치도 책에 실려있다. 중세 유럽 풍의 배경이 많기는 하지만 소설 자체가 서양에서 나온 것이고, 엘런 리도 그쪽 사람이다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위에 적었듯이 책의 순서가 책과 영화의 순서와 같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며 자연스럽게 소설과 영화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블루레이도 없이 미리 사둔 블루레이를 조만간 볼 수 있길 바라면서, 그 때까진 이 책으로 중간계를 맛봐야겠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정말 좋아한다면 강추. 
판타지 영화, 게임, 만화 제작이나 일러스트 등에 관심있다면 추천. 

by 청춘한삼 2013. 6. 1. 19:44

허삼관매혈기(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 중국소설
지은이 위화 (푸른숲(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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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랑하는 작가, 위화의 유명소설이다.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던 책을 드디어.
남친님께서 보내주신 책선물 안에 들어있길래 꼭 봐야지 했었더랬다.

허삼관이 피를 팔게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장가를 가기위해 피를 처음 팔았던 그는 자식을 나고 아버지가 되고 난 이후에도 집안에 일이 있을 때마다 피를 팔아 해결한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남자는 한평생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서 피를 팔고 팔고 또 판다.

성안의 공장에서 누에고치를 대주는 일을 하는 허삼관은 고향 마을 사람인 근룡이와 방씨를 따라 피를 팔러 처음으로 병원에 가게 된다. 몸속의 피를 늘리기 위해 물을 8바가지씩 마시고 절대 소변은 보지 않는다. 또한 피를 팔려면 결정권을 가진 혈두와 친분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를 팔고 나면 반드시 피를 보호하고 혈액순환을 위하여 볶은 돼지 간 한접시와 데운 황주 두냥을 마셔야 한다.

아 눈물 겹지 않은가.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허옥란은 세 아들의 말을 듣고는 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아, 니들 양심은 개에다 갖다 주었냐. 너희 아버지를 그렇게 말하다니. 너희 아버지는 피를 팔아서 번 돈을 전부 너희들을 위해서 썼는데, 너희들은 너희 아버지가 피를 팔아 키운 거란 말이다. 생각들 좀 해봐. 흉년 든 그해에 집에서 맨날 옥수수죽만 먹을때 너희들 얼굴에 살이라고는 한 점도 없어서 너희 아버지가 피를 팔아 너희들 국수 사 주셨잖니. 이젠 완전히 잊어먹었구나...(중략) 일락이 네가 상하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 집안에 돈이 없어서 너희 아버지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시면서 피를 파셨다. 한 번 팔면 석 달은 쉬어야 하는데, 너 살리려고 자기 목숨은 신경도 쓰지 않고 사흘 걸러 닷새 걸러 한번 씩 피를 파셨단 말이다. 송림에서는 돌아가실 뻔도 했는데 일락이 네가 그 일을 잊어버렸다니... 이 자식들아 너희 양심은 개새끼가 물어 갔더더냐.. 이놈들아..'
'여보 갑시다, 우리 돼지 간 볶음 먹으러 가자구요. 황주도 마시구요. 이제 가진게 돈뿐인데 뭘 그래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26. 22:25
관련글 : [그여자와 책] - 욕망해도 괜찮은 거겠죠?

책의 제목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표현하면서도 독자의 눈을 끌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많은 책들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전자만을 고려하거나 - 예를 들면 서양 미술사 같은 - 반대로 후자만을 고려하기도 한다. 둘을 잘 조합하기는 의외로 어려운데 둘을 잘 조합하면 제목만 봐도 가슴에 막힌 것을 뻥 뚫어주는 듯한 책이 탄생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같은 책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욕망해도 괜찮아'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김두식 (창비,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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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화 '색계'를 통해 욕망(색)과 규범(계)의 세계에서 더이상 규범에만 지배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들을 중심으로 학벌, 사랑, 종교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드리는 욕망과 규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놓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혹은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규범 속에서 살아가도록 교육받는다. 하지만 항상, 언제까지나 자신의 욕망을 감추기만 하고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저자는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단어를 통해 언젠가는 가슴 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되기 때문에 자신 내면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인 욕망 중 하나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남이 먼저 자신을 인정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자신이 잘났다고 자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놓고 내가 내 자랑을 하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 법. 중요한 것은 내가 엄친아가 아니라는 말을 통해 내가 엄친아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기 자랑을 자랑이 아닌척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저자는 그런 은근한 욕망의 표출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골적이지 못하고 '은근하게' 표출되는 욕망은 우리 삶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부작용에 비해 효과는 너무 미미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남의 은근한 욕망을 귀신처럼 잡아내는 무시무시한 센서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좀 엉뚱한 비유지만 '영어 못하는 한국인'인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영어 못하는 한국인'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겁니다. 미국인 앞에서 영어하는게 훨씬 쉽습니다. 미국인은 알아서 제 영어를 듣고 이해해주니까요. 3인칭 단수 뒤의 동사에 s 붙이는 걸 까먹은 실수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집어내는 사람은 미국인이 아니라 '영어 못하는 한국인'입니다. 저도 그 중 하나라서 잘 압니다. 자기는 영어 한마디 못해도, 남의 영어 실수는 쉽게 잡아내듯이, 자신의 은근한 욕망은 몰라도 남의 은근한 욕망은 귀신처럼 잡아내는 것이 인간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은근한 자랑이 상대방에게 먹혀들기를 원하지만, 누구도 상대방의 은근한 자랑을 듣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은근해도 내 자랑이 상대방에게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p.146)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스스로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는데, 사회적으로도 사회의 건강함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여고 앞을 배회하는 바바리맨부터 고위공직자, 상류층의 비뚤어진 욕망 표출로 인한 뉴스는 끊이지 않고 뉴스를 장식한다.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자기 내면의 욕구에 충실하려는 색과 남에게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하려는 계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욕망을 폭발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대해 말해둘 한가지, 가식을 떨지 않고 자신이 욕망하는 바를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것이 긍정적인 반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본인이 이미 어느정도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냥 미성숙한 사람으로 생각되기 쉽지 않을까.  
그리고 솔직하게 바라본 자신의 욕망이 불법적이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그 욕망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 것일까.

그여자가 말했듯이 서점에 서서든, 전자책의 미리보기를 통해서든 프롤로그는 다들 읽어보길.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 
유재석을 꿈꾸지만 현실은 정형돈인 모든 사람들에게 강추.


by 청춘한삼 2013. 5. 26. 21:30



욕망해도 괜찮아

저자
김두식 지음
출판사
창비 | 2012-05-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한 번도 대놓고 말하지 못한 은밀한 욕망을 이야기하다!나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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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뭔가 나를 끌어당겨서 지난번 책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친님께 이야기 했더랬다. 저자는 므흣한 사람이 아니지만 책 제목이 내 마음에 들었으니 단순 독파쯤이야.


책 표지에서 부터 탈선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져 있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탈선이란 어떤 의미인가. 블로그에 연재했던 내용을 엮어서 책으로 냈는데, 청춘에게는 희망을, 중년에게는 공감을 이라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저자가 평생 욕망을 누르고 규범의 세계 "계"에서 "색"의 세계로 고백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가지는 가치, 사람 사이의 궁합, 위인전에 대한 부작용, 영화 "색, 계"에 대한 이야기, 종교적 금기에 대항하는 욕망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풀이해내고 있다.


청춘에게는 시원함을 선사하고, 중년에게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이해를 선사하는듯 하다. 

저자의 과거 이야기에서 사적인 이야기들까지 고백하며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욕망을 말하고 있으며, 이런 욕망을 인정해야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해 주고 있다.



덧, 목차를 훑어보는 것으로도 어떤 내용인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듯.


1. 거울부터 들여다보기 : 욕망의 인정

2. 욕망을 통해 스캔들이 왔다 : 학벌문제와 희생양 사냥

3. 사랑에 빠진 아저씨 : 제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

4. 누구나 정신승리는 필요하다 : 욕망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

5. 중산층의 은밀한 욕망 : '사(士)'자 가족 vs. '사자가죽(Lion's skin)'

6. 색의 인간, 계의 인간 : 성북동과 형

7. 플레이보이 : 몸과 살의 소통

8. 「몰락」의 규범, 규범의 몰락 : 의심하라

9. 고백의 나의 힘 : 욕망과 규범의 공존 또는 화해


참, 프롤로그도 빼놓지 말고 꼭 읽어보길 권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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